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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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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화가 오윤을 생각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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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1.13. 11:25:42 추천: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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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정희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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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가 오윤을 생각하며
정희성
오윤이 죽었다 야속하게도
눈물이 나지 않는다
나이 사십에 세상을 뜨며
친구들이 둘러앉아 슬퍼하는 걸
저도 보고 싶진 않겠지
살 만한 터를 가려
몇 개의 추줏돌을 부려 놓고
잠시 숨을 돌리며
여기다 씨 부리고
여기다 집을 짓고
여기다 큰 나라 세우자고
그가 웃으며 말하는 것처럼
아직도 나는 생각한다
이것이 나의 믿ㅇㅁ이다
그는 바람처럼 갔으니까
언제고 바람처럼 다시 올 것이다
험한 산을 만나고
험한 산바람이 되고
넓은 바다를 만나면
넓은 바닷바람이 되고
혹은 풀잎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
혹은 칼바람으로 우리에게 올 것이다
이것이 나의 믿음이다
그가 칼로 새긴 언어들이
세상을 그냥 떠돌지만은 않으리라
그의 주검 곁에
그보다 먼저 와서 북한산이 눕고
그리고 지리산이 누워 있다
여기다 큰 나라 세우려고
그는 서둘러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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