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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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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장 순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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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1.13. 11:24:53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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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조온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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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순서
조온윤
세계가 나를 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세계를 버렸다고 생각했다
순서의 문제일까
버려지는 쪽이 슬픈 싸움일까
슬픔이 버려지는 걸까
긴긴 기다림 끝에 내가 태어났을 때
세계는 먼저 태어난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번개가 붙듯 동시에 잉태된 쌍둥이에게도
형과 동생은 있게 마련이야
살아남는 일에 보조를 맞춰 걸어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인간이란, 숟가락을 드는 일에도 순서를 정한다지
늦어버린 나는 형들이 남긴 뼛조각이나 긁어먹고 있고
형들은 원래 어른이었으니까 진작에 알고 있었지
알면서도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준 적 없고 괜찮은 척했다
나를 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세계를 질서를 가짜 질서를 형들을
아직 태어나지 않은 동생들을 전부 봉지 속에 구겨 넣고
그게 세계와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모든 건 순서의 싸움이라고
한날한시에 죽기로 약속한 쌍둥이에게도
먼저 떠나고픈 마음은 있게 마련이야
나는 끊임없이 배운다
버려진 세계에 끝까지 남아
남겨진 기분을 감당하겠다는 사람은 본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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