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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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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오는 밤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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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1.05. 19:36:44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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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최진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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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밤에
최진연
만물이 어둠 속에 잠든 것을 보고서야
가만가만 눈이 내립니다.
14층 아파트에서는 들을 수 없는
처마 낮은 마당에 내려딛는 발자국소리
천만 가닥 스적스적 들려옵니다.
눈 뜨는 새 아침의 탄성을 듣기 위해
잠든 모든 것들 위에 몰래 몰래
떡가루 내리듯 하고 있습니다.
더럽고 추한 것들, 各色 높고 화려한 것들
하나같은 죽음의 형상들 위로
하얀 포목을 덮어씌우듯 내립니다.
지상의 어떤 설교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말씀
비우고 채우는 神秘의 은총으로
쭈그러든 빈깡통 장식들을 달아놓은
詩라는 간교한 언어들을 덮고
메마른 흙덩이 같은 사람 속도 젖어드는
눈이 내립니다, 가만가만
거칠고 모난 것들을 민둥하게 묻으며
굴러다니는 폐목도막 같이 무용한 자들도
포근하고 부드럽게 덮어주는
올 한 해 마지막 은총의 선물로
눈을 내리십니다, 하나님이 가만가만
아침 환호를 기쁨으로 받으려고
만물이 어둠 속에 잠든 것을 보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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