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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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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서를 쓰는 즐거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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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9.12.22. 15:23:48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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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이응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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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를 쓰는 즐거움
이응준
비 내리는 일요일 아침.
영화 찍으러 강을 건넌다.
새들도 강을 건넌다.
앞날은 귀신도 모른다더니.
나는 내가 많이 모자라는 선생으로
그냥 그렇고 그런 시를 쓰면서
그래도 썩 괜찮은 소설을 쓰다가 죽을 줄 알았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수치심이다.
비유가 통하지 않는 세상에 기대어 말하되
나는 나를 지키지 못했고
내 곁에 있던 너도 지키지 못하였다.
다만 그 사람들은 자기가 그때 거기 있었다면
다른 모습이었을 거라고 믿고 있다. 끔찍하다.
비 내리는 일요일 아침.
참으로 평범한 일이다. 신기하다.
새들이 날개와 하늘로 강을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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