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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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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단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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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9.12.14. 17:54:30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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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황상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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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단 시대
황상순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단봉낙타가 쌍봉의 새끼를 낳았다
볼록 솟은 혹이 한 개가 아니라 두 개!
저, 저 잡것이
눈 덮인 파미르 고원 너머 먼먼 데 살고 있는
쌍봉낙타의 새끼를 낳았다는 것인데
이를테면 조선의 배우 누군가가
까만 얼굴 아기를 낳았다는 것인데
울음소리 어우러져 사막에 번지고
눈마다 등불을 켠 늑대들이 사구 위에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이러려고 내가 새끼를 뱄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워서?
그러나 온갖 세상사는
바람에 쓸리는 한 톨 모래알 같은 것
바람에 쓸려 이내 묻히고 마는 것
검은 허공을 응시하는 낙타의 눈에는
유난히 푸른 별 하나
멀리서 아득히 반짝이고 있을 뿐
단봉낙타가 쌍봉의 새끼를 낳은 것은
저 먼 나라 얘기일 뿐이야, 그렇지?
새끼 낙타의 쌍봉 혹을 슬피 어루만지다가
놀라서 꿈에서 깨어난다
가을볕에 잘 익은 큰 별 작은 별이
후드득 머리 위에 알밤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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