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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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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둑고양이를 위한 소나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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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9.12.07. 18:21:34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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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주민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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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고양이를 위한 소나타
주민현
도둑놈이란 말에는 오해가 꽤 있죠.
우리가 세상의 것들을 훔치는 게 아니라
세상이 오래전에 우리에게 진 빚이 있다는 뜻이다,
친구들과 나는 그렇게 이해했어요.
어른들은 자주 화가 나고
그래서 도둑고양이에게 독이 든 생선을 먹이기고 하지만요.
눈물까지 흘리며 맛있게 먹었다면, 그건 고양이에게 행복한 일이었을까요?
친구들과 나는 불량식품으로 배를 채우면서도
어느 날 밤엔 기쁘기만 했어요.
훔친 사과를 씹으며 재빠르게 열차에 올라타면
금속성의 악기가 나를 연주하는 기분이 들죠.
세상이 나를 연주하거나, 내가 세상을 연주하거나
그런 차이는 아무래도 좋아요.
저녁이 되면 어느 창문에선가 형편없는 피아노 소리가 나고
상상 속에서 나는 훨씬 더 유려한 손가락을 갖고 있는 걸요.
손가락이 기억하는 일이란, 땅에 묻은 엄마 대신에
썩은 자두를 손바닥에 꼭 쥐어 보았던 일 같은 거.
승무원은 잠든 내 뒷목을 험상궂게 들어올리며 내가
검은 잉크를 묻히고 돌아다니는 쥐새끼 같대요.
나라는 사람의 눈빛을 영영 잊을 수 없다는 뜻일까요?
기차를 타면 어디든 새롭고 비밀스러운 장소들이 나타나고
썩은 자두 대신 햇빛이 기득 쏟아지기도 해요.
빛이라거나 빚이라거나,
부모의 인생을 반복하게 되는 인생들이란
어리석고도 바보 같다고 하지만요.
내일부턴 형들을 따라 창문이나 닦으러 다닐까 봐요.
강풍에도 깨지지 않는 단단한
마음 같은, 아, 나의 친구들은
저만치 앞서간 채 밝게 부서져 빛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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