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024. 04. 19. |
 |
|
 |
|
|
|
|
|
 야생의 남쪽 |
|
|
|
 |
|
|
|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9.12.01. 16:03:58 추천: 2 |
|
|
|
명시: 조용환 |
|
|
|
|
|
|
|
|
|
|
|
|
|
야생의 남쪽
조용환
나에게도 주소가 생겼다
계절마다 꽃을 볼 수 있게 됐다
하늘 건너온 개울물 소리로는 기둥을 세웠다
햇살 몇 폭 마름질해 벽을 발랐다
펄럭거리는 바람으로 지붕을 얹고 보니
보기에 참 좋았다
밧줄은 쓸모가 많아 빨래를 걸었다
기울지 않는 창문을 가지게 됐다
굽 닳은 구두는 윤을 주어 모셔놓고
행선지였던 이방(異邦)의 행낭은
호미와 낫과 씨앗 주머니를 담아 바람벽에 걸었다
이제 또 무엇으로 이정표를 삼을까,
비탈이긴 해도 무화과를 심기로 했다
먼먼 편지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려
마당을 쓸고 꼬리 치는 강아지랑 고샅을 나간다
저녁에는 논고랑에 흐르는 물살을 들여다본다
흐르는 건 에움 치는 건 어디서나 기적이다
질풍노도의 벌판으로 초록 여울은
오므렸다가 닫았다가…… 이내가 다
개울물 소리로 아득해진다 누군가
돌아오기 좋은 남쪽에 터를 닦듯
맴맴 매미울음이 허공을 닦는다
나에게도 친구들이 생겼다
|
|
|
|
|
|
|
|
|
|
|
| 전체글 목록 |
2024. 04. 19. 전체글: 40001 방문수: 4814945 |
|
|
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