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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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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덩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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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9.11.27. 19:36:28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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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신성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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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신성희
검은 나무가 혼자 걸어 다니던 밤이 있었다
하늘로 뻗친 몽둥이 같았다
검은 나무가
창을 열고 너를 들여다본다
입 다물어!
네 귀를 움켜쥐고 목을 잡고 흔들어댄다 으르렁거린다
검은 나무가 불을 지른다 커튼이 불타고
불붙은 창문이 떨어져 내린다
너는 빨갛다
담장을 둘러싸고
동네 사람들이 몰려나와 불구경을 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웃으며
불길이 한 번씩 거세게 터져 나올 때마다
환호성이 터진다
천장이 무너지고
재가 쏟아져 내려도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불타버린 방안에 너는 알몸으로 누워 있다
사람들은 검은 나무에게 절을 하며
구덩이를 판다
검은 나무가 밤새 너를 핥는다
삼켰다가 뱉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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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5. 전체글: 40176 방문수: 48776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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