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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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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글 구려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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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9.11.27. 19:35:31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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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한상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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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 구려병
한상현
윤식이가 날 보고 그랬다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시며 글쓰는 것 부럽다고
과연 그럴까 ?
수만권의 책을 읽고 나도 글이란 걸 써보자 시작한 글쟁이
늘 아쉽고 허기진다
재능을 타고난 사람의 삶은 얼마나 좋을까
특히 수천명에게 나눠줘야 할 재능을 몰빵한 천재
그야말로 먼치킨이다
천재와 범재사이에는 극복할 수 없는 간극이 있다
무재능충인 나로선 좋은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
말 그대로 열정만 차고 넘쳤다
그렇게 쓴 글을 읽고 또 읽고 퇴고를 하고
편집부로 보낸 후에도 수정 수정 또 교정을 하고서야
한 권의 전자책과 종이책으로 출간된다
그렇다고 큰돈이 되는 것도 아니다
베스트셀러는 커녕 베스트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 잡글
독자들의 댓글 테러
순결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언어의 목소리와
위궤양 걸린 낱말들이 내뱉는 니 글 구려
계속 글을 쓸까 말까?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고 그 의문에게 또 묻고 있다
편집장님 왈
글쟁이의 슬럼프는 글로 해결해야죠
때로는 모든걸 내려놓고 생각마저 내려놓는 것도 방법이죠
모든 글에는 의미가 있다
명작이든 허접한 글이든 의미가 있다 라고 자위해 본 들
우르르릉
창밖으로 먹구름이 몰려온다
비바람을 동반한 그것은 꽤나 많은 비를 뿌릴 것 같다
둔재의 내일을 예고하는 것처럼 마침내 쏟아지는 겨울비
안간힘으로 붙잡고 있는 저 11월의 나뭇잎
끝없는 무저갱으로 파고드는 맨탈
아침이 눈을 뜰 때까지 노트북을 두들겨봐도
와르르 무너진 기승전결
커피맛인지 소태맛인지 쓰디 쓰다
장르 소설은 독자 위주로 써야한다
작가의 의도는 두 번째다
아무리 좋은책이라도 잘 팔리지 않는 책은 문제가 있다
필력이 뛰어나도 독자의 니즈를 무시해버리면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설명 묘사 대화 독백 스토리에 몰입감의 옷을 입혀도
외면받기 일쑤다
꽉 막힌 글줄기를 찾아 땅속 깊이 배관을 깔고
늙은 느티나무에게 지혜를 구하고
비켜가는 바람에게 간절표 기도를 올리고
엉켜버린 낱말을 찾아 자음과 모음을 뒤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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