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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은 틀렸다
조인호
수리영역 시간 마지막 문제는
삼각형에 관한 수상한 값을 알아내는 거였어.
모두들 삼각형에 대해 골몰하고 있었지.
삼각형의 값을 찾기 위해
나는 걸어서 지구 한 바퀴를 돌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값을 적어내야 해.
그게 ?1, 0, 1일 수도 있지.
삼각형에 관해선 지금껏 나는 관대했다.
수리영역 따위야 잊어버린 지 오래지만,
왜 이따위 삼각형의 값을 살면서 반드시 적어내야 하는지
알게 된 것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였다.
무언가 하늘에서 거대한 손이 내려와
나를 압정처럼 꾹 눌러 죽일 것 같았던 나날들.
생기다 만 도형이란 게 세상에 있을까?
있다면 나랑 가장 가까울 거다.
삼각형도 아니고 사각형도 아니고 원도 아닌 무엇.
나는 될 수만 있다면 삼각형이 되고 싶었다.
그러면 하늘에서 거대한 손이 내려와도
그것이 나를 지그시 누르려 해도
내가 삼각형이라면 쉽게 누를 순 없을 거다.
각이, 있으면 너도 상처 입을 테니까.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아서
성당에 갔어.
기도를 드렸다. 누구에게 기도드릴지 몰라
풀 뜯는 염소처럼 고개를 숙이고
내 죄에 대해서 되새김질했어.
삼각형을 뱉어내며 다시 또 그걸 삼키며
눈물이 나, 삼각형 눈물이.
성당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현미경으로 눈을 확대해 보면
결정체 모양은 차가운 삼각형일 거야.
어떤 사람에겐 하얀 눈까지도
맞으면, 아프다.
염소는 아마도 먼 눈길을 걸어
내가 있는 이곳까지 왔겠지.
그러나 염소는 예의를 차린다.
염소가 절뚝이며 나에게 걸어온다.
무자비하게 쌓인 삼각형들을 헤치고
절뚝이며, 절뚝이며, 내게 온 염소.
푸른 멍. 푸른 밤.
삼각형이 쌓이고 쌓여서
도무지 치울 수 없을 만큼 쌓여서
나는 눈사람 대신 삼각형 사람을 만든다.
세 개의 꼭짓점을 뭉쳐 누구에게 던져야 하나?
금방이라도 죽을 거 같아서 기도드렸어.
수리영역의 삼각형 값 같은
눈먼 기도를 말입니다.
신은 한없이 삼각형에 가까우셨다.
그 삼각형의 값을 반드시 적어내야만
비로소 이 모든 것이 끝난다는 것을,
오늘밤 무자비한 삼각형의 신께서
다만 내게 알려주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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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나의 신은 틀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