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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 2024. 04. 18.
 석양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9.08.21. 14:11:39   추천: 2
명시: 박선화

석양

박선화

온통 하늘에 애간장을 녹여 꽃 물 들이고
속절없는 그리움에 타올라
텅 빈 마음만 빨갛게 적셔둔다.

굳은 겨울 강은 하얀 속살을 드러내
붉은 노을을 한움큼 퍼 올리고
묶였던 추억들을 연기처럼 풀어놓는다.

강가를 배회하던 발자국을 따라
내 유년의 낡은 세월이 동공에 붙잡힐 때
가슴을 타고 흘러내리는 참지 못할
내 아버지를 향한 뜨거운 그리움
그리움……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와
일몰의 빛을 모두 거두어간 뒤,
비탈진 언덕으로 어둠이 소리 없이 내리면
아버지의 슬프게 야윈 그림자가 일어나
낡은 지게에 얹혀 내게 살며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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