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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 큰 진달래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9.08.13. 02:41:47   추천: 1
명시: 송계숙

키 큰 진달래

송계숙

구름 잔뜩 끼고 바람 억세게 부는 날
옥마산 왕자봉에 올라 그 때처럼 눕는다
나뭇가지를 비집고
나와 마주친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리면
그 분에게 맞짱뜨는 당돌한 생각이 든다

이른 봄,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내게 다가온 벗이여,
평지를 지나 소나무 숲을 왼쪽으로 끼고 돌아
함께 쉬어가던 그 바위며
날아간 모자를 주워주던 그 돌다리는 그대로인데, 너는

진달래 지고 연둣빛 이파리 돋아나는 이 때를 지나
봄 산이 짙어지고 니 체취 내 몸에 배면 그 때쯤 떠난다지
산벚도 지고 왕벚도 지고 푸르름이 세상 덮을 때쯤 나는
홀로된 고독한 초록으로 진하게 세상 다 덮겠네

떠날 줄 알면서 정을 준다는 것은
향방 없이 나뒹구는 늦가을 낙엽의 그것

너를 꼭 닮은 키 큰 진달래
어김없이 그 자리에 다시 피어나듯
인생을 주관하시는 그 분께 목청껏 외쳐본다
그 때처럼 왕자봉에 오르고 싶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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