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선을 타고 나는 세 시간 동안 계속 갔다.
긴 편지를 쓰듯 달리는 지하철에서
아주 짧은 책을 읽고 싶었다.
거듭거듭 읽고 싶어 몸이 달았다
이 즐거운 여행이 계속되는 동안
줄기차게 펌프질하는 서울의 심장 속으로
피처럼 흘러가고 흘러오는 사람들
마치 나는 회오리 바람 속에 휩싸인 느낌이었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 바람이 안 분 적이 있던가
점점 더 많은 사람의 얼굴들이 펄럭였다
한번 의식하게 되면 소음과 먼지는 더 거칠어지고
더 이상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돌아가려면 몇 분이 남았지?
곧 마지막 정차역이니 내리라는데 내 앞에
킥보드를 끼고 잠든 저 아이 보호자는 누구지?
아무리 깨워도 아이는 죽은 듯이 차갑다
그 아이만 싣고 달리는 불꺼진 지하철
바람 속을 돌고 돌아서 나는 어디로 가지?
암호 
즐거운 지하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