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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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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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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9.06.18. 16:24:00 추천: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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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김승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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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
김승택
오이를 베어 물면 물 내가 났어
물 냄새 속에는 비릿한 욕망이 느껴졌고
여름 내내 나는 물 내와 함께 지냈어
뒷마당에는 허기진 배를 채워줄 오이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고
학교를 갔다 오면 오이로 허기를 달랬어.
옆집 누나에게서도 물 냄새가 났어
봉긋한 가슴에서뿐 아니라
입술에서도, 귓등에서도
덜 자란 오이를 한입 베어 문 것처럼 비릿한 물 냄새가 났어
도리깨질로 온몸이 녹초가 되고
콩깍지가 온몸에 눌어붙어서 까끌까끌했어
방죽으로 나가 등목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고
풀벌레 소리가 시끄러운 늦여름이었어
첫사랑이 그렇게 다가올 줄 몰랐어
샘물에 오이채와 간장만 넣은 오이 냉국 같았어
얼마나 먼 곳에서 달려왔는지 모를 별빛이
하늘에 가득한 것 같았어
나는 그 위를 훨훨 나는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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