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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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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중 자화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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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9.05.22. 18:36:53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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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김상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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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 자화상
김상미
나는 과거의 풀들을 베어내
무덤을 만드는 사람
그 위로 검은 모자를 던지는 사람
역겹다, 역겨워, 깨어져 피 흘리는 술잔들로
오만한 미래를 짓이기고
그립다, 그립다 하며 뒤돌아보는 바람으로
소금기둥 만들어
빨갛고 노랗고 파랗고 하얀 사람들
무겁고 뚱뚱하고 훌쭉하고 가벼운 사람들
뒤틀리고 강퍅하고 쇠약하고 발칙한 사람들
착하고 눈물겹고 여리고 아련한 사람들
덕지덕지 서럽고 비열하고 병들고 늙은 사람들
모두, 모두에게
설탕에 절인 설탕보다 더 달콤한
소금기둥 속 설탕 그릇을 내미는 사람
비 내리는 이른 아침
갈 곳 없어 서성이는 사람들을 위해
하루 종일 공동묘지 활주로에서 기다리는 사람
매일매일 외로운 밥을 먹는 사람들을 위해
뜨겁고 강렬한 희로애락 믹서기에 갈아주는 사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없이
죽은 자가 남기고 간 건물 위에
새 집을 짓고
나에게 있는, 나만이 가진 재료로
날마다 지구를 돌고
지구 위에 남은 내 흔적을 지우는 사람
살기 위해 주먹을 쥐면
엉겨 붙은 피처럼 어둠이 손안에 가득한 사람
그 어둠을 내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죽어도 산 것 같고 살아도 죽은 것같이
너를 사랑하고 그런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람
온몸에 달린 창문으로 새들을 날려보내고
다시 돌아온 새들은 구워서 먹는 사람
언제나 배가 고파
신의 살과 피 꾸역꾸역 뜯어먹는 사람
천국과 지옥이 한줌 먼지처럼 너무나 공허해서
날마다 울부짖으며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져
마침내 죽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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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4. 전체글: 40151 방문수: 48687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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