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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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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지게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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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9.05.22. 18:12:35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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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곽성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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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지게등
곽성숙
시골집에는 언제나 시린 무릎을 세우고 앉은
늙은 아버지가 사신다 그는 마루 끝 기둥에 기대
지게를 바라보며 먼 산처럼 앉았다 아버지 등은
이제 지게를 질 수 없을 만큼 굽었다
지게도 수십 년을 업힌 그 등에 나는 단 한 번도
업혀 본 기억이 없다 마당 한 쪽 허물어져 가는
창고 앞을 지키고 서 있는 낡은 지게가 이제는
앞산 그늘처럼 서늘하다 때로 기억에 없는 일도
무장무장 그리울 수 있다 어쩌면 혹시 어쩌다가
어릴 때 한 번쯤은 업혀 봤을지도 모를 일이다
까닭도 없이 서러울 때면 마을 입구 삼백살 먹은
느티나무를 찾아 구름 잠이 들곤 하였다
귓가에 맴돌던 매미 소리도 바람 일렁이는
나무 그늘도 까무룩 멀어져 가는 길로 아버지는
허름한 밀짚모자나 잘은 구멍들이 양쪽으로
숨구멍처럼 뚫려 있는 초록색과 흰색이 섞인
새마을 모자를 쓰고 오신다 모자 아래로는
까만 선글라스를 쓰고 국방색 반바지에 검정 양말을
종아리까지 강직하게 올리고 단단하고 당당하게
지게를 지고 걸어오신다 나는 느티나무 아래서
지게 자국이 선명한 아버지 등을 오후 내 오르고 오른다
아버지의 등은 오르고 올라도 끝내 오르지 못하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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