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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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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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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9.03.17. 20:48:13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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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조말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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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조말선
저에게 지면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쉽게 구겨지는 지면
이렇게 갈기갈기 찢어지는 지면
이렇게 쉽게 눅눅해지는 지면을 들고
무엇을 할까 궁리합니다
뻐꾸기를 접을까, 둥지를 접을까, 알을 접을까
무엇이든 가능한 지면
처음으로 발견한 세계를 담을 수 있는 지면
제로에서 시작해 무한대로 표현이 가능한 지면
직사각형의 지면을 들고 모던하게,
트렌드를 곁눈질하면서
좀 수다한 형이상학적 큐브를 접어볼까
손재주도 없는 저에게 지면을 주시다니
천 마리의 학을 접으면 재활용상자로 직행하려나
이렇게 용도가 다양한 지면
이렇게 접는 사람 마음인 지면
이렇게 접힌 자국이 펴지지 않는 지면을 들고
방을 서성입니다
창 하나를 그리면 달아나는 방
대문 하나를 그리면 빗장을 지르는 집
커튼을 그리면 다른 커튼을 요구하는 창문
벌써 어지러운 발자국처럼 접힌 자국이 찢어집니다
예리한 네 귀가 노인의 귀처럼 두터워졌습니다
만지고 또 만져서 수줍음이 없는 애인 같습니다
사각의 지면을 걸어나가면 낭떠러지
저에게 추락할 낭떠러지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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