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덫
손현숙
각연사 앞에 두고 솔 숲길 걸어 들어간다
해그림자 짤막하게 발치에 걸고 콩밭, 가지밭, 고추밭
생전처음 보는 수수밭 지날 때
발갛게 타는 하늘종소리 들렸다
길가 늪지, 저 컴컴한 아가리 이미 비등점을 넘어섰다
누구네 집일까, 태양의 핵처럼 익은 사과 한 알
똑, 따서 한 입 베어 먹을까, 한 눈 팔다
어, 어, 어, 어떤 딴지가 날 걸었다, 걸렸다
누가 긴 실풀 이쪽저쪽 포기 끌어당겨 맞대 묶어놓은 덫!
동그랗게 틀어 올렸던 머리타래 와락 쏟아졌다
걸렸다는 말, 그러니까 연애도 거는 거다
무작정 걸려 그대로 넘어지는 거
순식간 엄마야, 두 손 두 발 맥없이 허방을 저으며
땅바닥에 코 박고 화끈 엎질러지는 거
살짝 아픈 거 그러나 피멍은 말고
땅거미 시간에 누가 또 밥 먹어라 부르는 듯, 뒤가 켕길 때
시치미 딱 갈기고 손이 손을 풀어주는 거다
빈손바닥으로 깨진 무르팍이나 쓸어 보다가
엉덩이 툭툭 털고 일어서려는데
누구야? 풀덫!
걸면 걸리는 줄 어떻게 알았을까?
|
|
암호 
풀덫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