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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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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의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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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9.02.05. 16:39:39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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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송은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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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시간
송은숙
돌도 시간이 지나면 늙어가는가
젊은 날 보았던 팔공산 부처님은 아기처럼 둥글게 웃고 있었는데
이제 다시 만난 부처는 볼의 살 얼마쯤 내려앉은 중년의 모습이다
구월의 산은 하늘 가까운 데부터 조금씩 느슨해지고
저마다 하나의 소원을 품고 금강의 계단을 밟으며
하늘 길로 오르는 사람들
길가에 짐을 부려놓고 다리쉼하는 노인네처럼
부처 앞에 소원 한 짐 내려놓고
정수리에 가을 햇살 받으며 엎드렸으니
저 부처님 옷 품새 넉넉하여 모든 바람 다 품어줌직하여
가슴에 멧돌로 얹힌 근심
발아래 일렁이는 향불 연기처럼 사방으로 흩어져
흐릿하게 물들어 가는 나뭇잎에 엽록으로 스며들리라
보라, 구월의 하늘과 산은 그 시간만큼 넓어지고 깊어지고
사람들 한결 유순해진 걸음으로 하늘 문 나서 사바로 향하니
나무들 헐거워져 하늘 환히 바라다 보이는
남은 생의 어느 날 이 하늘 길 다시 오른다면
나 어쩌면 돌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서
얼굴 온통 옷자락처럼 주름진 늙은 부처를 만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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