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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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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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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9.01.12. 06:00:44 추천: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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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이영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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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이영식
내가 지난 자리에는 틈이 생긴다
문을 한 뼘쯤 열어두는 습관 때문이다
-사람이 무슨 꼬리가 그렇게 길어요?
잠금장치를 꼼꼼히 챙기는 아내는
내 전생을 의심하는 눈치다
아침부터 슬며시 새치문을 열어놓는다
가끔 발꿈치에 생활의 비듬도 떨어놓아
삶이 묻어나는 사잇길을 이어두는 것이다
그 틈새로 숨결 나들고 가계(家計)가 보인다
아내의 시름, 아이들 커가는 소리가 들린다
스멀스멀 개미가 생을 굴리고 지나고
어둠 속 낯선 벌레들도 이동한다
사실, 나도 구미호(九尾狐)처럼 빙그르-몸 굴려
아홉 갈래 긴 꼬리를 갖고 싶다
문지방마다 소통의 꼬리 걸쳐놓아
갇혀 있는 소소한 것들 풀어주고 싶다
입출금 통장의 어지러운 숫자
전화번호부 깨알같은 이름들 툭툭 털어
아이의 글자놀이판에 돌려주고 싶다
오늘도 나는 틈틈이 알을 슬어놓고
아내는 뒤좇아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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