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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목원에서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9.01.12. 01:24:59   추천: 2
명시: 정태완

수목원에서

정태완

어두운 밤,
나무들의 진한 향기를 맡으며
하늘 끝까지 걸어나가면
허물허물 무너져내리는
내 유년의 싱싱한 뼈들을 추스릴 수 있을까.
옹기종기 모여앉은 사람들이
장작을 모아 불을 지핀다.
우지직-
타들어가는 나무들
뒤틀거리며 저항 한 번 못하는
연약한 가지들.
내 뼈가 타들어 가는 소리가 들린다.
현기증이 난다.
이글거리는 불꽃들, 타고 오르는
유년의 튼튼한 추억들이
연기속에 휩싸여
내 사랑과 함께
하늘가를 떠도는 것일까
내 다리가 심하게 흔들리고
나는 그 속에 갇히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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