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024. 04. 24. |
 |
|
 |
|
|
|
|
|
 그림 그리기 |
|
|
|
 |
|
|
|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9.01.12. 00:27:24 추천: 2 |
|
|
|
명시: 구석본 |
|
|
|
|
|
|
|
|
|
|
|
|
|
그림 그리기
구석본
그는 여자의 몸을 그렸다
머리카락에서 시작해 젖가슴과 엉덩이를 그렸다
마지막으로 배꼽을 그릴 때
한 마리의 뱀이 여자의 몸을 스르르 지나갔다
그리고 독침처럼 새파랗게 깔린 잔디 위에
그 여자를 눕혔다
몇 그루의 활엽수와 꽃과 새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그런데 밤이 되자 그는 모세가 바다를 가르듯이
여자의 몸을 갈랐다 주변에 있는 활엽수와
꽃과 새들이 갈라진 몸 속으로 사라졌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여자의 몸이 깨끗하게 삼켜버렸다
이번에는 여자의 몸 주변에 돌과 흙을
그늘진 곳에는 잡풀처럼 그리움을 그렸다
순식간에 그것들도 몸 속으로 빨려들었다
그도 뱀이 되어 스르르 몸 속으로 들어가고
여자의 몸은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서서히 삼켰다
이윽고 한 생애가 하얀 백지로 남는다
|
|
|
|
|
|
|
|
|
|
|
| 전체글 목록 |
2024. 04. 24. 전체글: 40151 방문수: 4869552 |
|
|
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