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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대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10.21. 14:07:53   추천: 3
명시: 박현수

빨대

박현수

빨대가 꽂힐 때
존재의 봉쇄는 잠시 풀린다
컵에서 사람에게로, 아니
사람에서 컵에게로
나귀에서 모기에게로, 아니
모기에서 나귀에게로
한 몸에서
다른 몸으로 건너가는 통로가 열린다
잠깐 열리는 빗장
얇은 막을 뚫는
경쾌한 소리가
다른 곳을 얼핏 맛보는 순간이다
달콤한 과즙으로든
따뜻한 피로든
낯선 세상을 떠돌다
끝내 이곳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빨아 당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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