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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줍은 낮달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10.21. 09:39:46   추천: 2
명시: 성향숙

수줍은 낮달

성향숙

네 얼굴의 햇살 대신 숨은 낮달을 발견한다

애인의 집에서
말없이 찌개를 끓이고
말없이 거실을 닦고
말없이 겉옷의 단추를 바꿔달던 네가

자물쇠 걸어 문 잠그고 그대 손에 쥐어주던 열쇠와
모퉁이 돌다 멈춰 뒤를 돌아보는 고양이
서른 개 사과 상자 속 벌레 먹은 빨간 사과와
창마다 방한용 신문지를 붙이던 네가

시선을 떨구고 드러내는 낮달

드러내지 못한 진눈깨비
드러내지 못한 번지점프
드러내지 못한 짓무른 미소

잡았다 햇살
잡았다 양털 구름
잡았다 여우비

천정 구석으로 노을처럼 몰려가는
창백한 사방연속 무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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