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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nt color="green">선미숙 시 모음 48편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11.12. 01:07:22

선미숙 시 모음 48편
☆★☆★☆★☆★☆★☆★☆★☆★☆★☆★☆★☆★
《1》
가을 비

선미숙

숙여진 정열을 바람이
차고 지나가면 낙엽은
어제의 빛깔을 간직 할 수 없음에
그 위에 가을비는 내려와 함께 눕잔다

늘 같은 빗소리이건만
하늘빛이 다른 까닭에
바람결이 다른 까닭에
이 밤 홀아비의 가슴은
얼마나 또 시릴련지 가을비는
야속히도 따스한 님의 품을
눈물토록 생각케 한다

갈비야
외로운 이 내 마음 마저도
가져가려마
☆★☆★☆★☆★☆★☆★☆★☆★☆★☆★☆★☆★
《2》
홀로 된 뒤

선미숙

얼마동안은 먼 산만 바라보겠지
그저 멍 한 채로.
아무런 생각 없이 바보가 된 듯!
웃음 머금은 사람을 보면 ‘사랑하나보다.’하고
그늘진 사람을 보면 ‘아픈가보다.’하면서
네가 나인 양, 내가 너인 양.
또다시 새로운 세상을 찾는 그날까지
밤이 낮인 듯, 낮이 밤인 듯
그냥 그렇게
해도 보내고 달도 보낼 테지!

☆★☆★☆★☆★☆★☆★☆★☆★☆★☆★☆★☆★
《3》
시인은

선미숙

시인은 시인이 아니다.
시인은 시를 쓰지 않는다.

하루하루 삶이
순간순간 몸짓이
아름다운 단어고
짧고 깊은 문장이다.

그 눈빛이
그 입술이
꽃이고 노래다.

시인은 오늘도 그렇게
또 한편의 시를
간절한 마음으로
써내려간다.
☆★☆★☆★☆★☆★☆★☆★☆★☆★☆★☆★☆★
《4》


선미숙

‘봄’
봄이라 불리는
그 이름 하나로
마음은 녹아내리고
땅이 열려!

☆★☆★☆★☆★☆★☆★☆★☆★☆★☆★☆★☆★
《5》


선미숙

수 없이 많은 조각들을
이어 놓고
그만큼 많은 꿈들이 일어나
어제도 오늘도
좇고 있는!

보려 해도 보이지 않고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아
빈 하늘에 웃음으로 손짓하며 떠다니는!
☆★☆★☆★☆★☆★☆★☆★☆★☆★☆★☆★☆★

《6》
낚시

선미숙

언제나 웃으며 손짓을 하지요.
한 길 물속에서도
열 길 물속에서도
그 웃음에 홀려 먹이 다 쓰고 나니
축 늘어진 그림자가 저녁노을에 잠겼네요.
☆★☆★☆★☆★☆★☆★☆★☆★☆★☆★☆★☆★
《7》
스님을 뵙고

선미숙

속가에 때 묻은 이는 커피를 찾는데
조용한 손놀림에 담겨진 차 맛은
스님의 순한 눈을 닮았어라.

마음을 찾아 떠나온 산속,
조용한 곳이 조용하지 않으니
깊고 깊은 곳으로 마음은 가고,

어지러운 곳에서도
참마음을 볼 수 있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보다 더 클까.

☆★☆★☆★☆★☆★☆★☆★☆★☆★☆★☆★☆★
《8》
봄노래

선미숙

빈자리가 너무나 커서 하늘을 봅니다.
바람 끝에 남은 그 흔적 따라갑니다.
없는 걸 알면서, 아닌 걸 알면서
눈빛으로 또 더듬어 봅니다.

그리움이란 말에 사랑을 담았습니다.
안녕이라는 말에 믿음을 담았습니다.
헤어지는 아픔보다
만남의 설렘을 생각합니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물가에
그 목소리 들립니다.
포근하게 내리는 햇살에
임에 손길 느낍니다.

가고 싶지 않은 겨울은 그렇게 가고
다시 새겨질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으로 그리며
바람에 실린 봄빛웃음 기다립니다.

☆★☆★☆★☆★☆★☆★☆★☆★☆★☆★☆★☆★
《9》
어느 날

선미숙

생각 없이 달력을 보다가
아득하니 마음이 떨어질 때
무엇을 하며 여기까지 왔을까
기억에 모두 담아두지 못한 날들을 더듬어 보며
다시 한 번 큰 숫자를 꼽아보고
아직도 설익어 텁텁한
부끄러운 내 삶의 열매를 봅니다.

살아가는 일 보다
살아있음으로 충분히
세상에 고마운 웃음 나눠야 하는데
그 쉬운 즐거움을 아낀 좁은 마음이
얼마나 못난 것인가 이제야 알았습니다.
비바람도, 눈보라도 그대로 소중한 것을!

☆★☆★☆★☆★☆★☆★☆★☆★☆★☆★☆★☆★
《10》
별 나무

선미숙

하늘 밭 어느 자리에
내가 심어 둔 별씨 하나가

내가 꾸고 있는 꿈을 먹고
내가 주고 있는 눈빛 먹어

고뇌의 다리 건너
삶이 성숙 할 즈음

그대 별이여

하늘 밭 한 이랑에
우뚝 선 거목 되어

내게 행복한 그늘 되어 주길
나 꿈꾸나니

오늘도 별에게 고운 빛
꿈 하나 심어 주는 밤
별이여 안녕
☆★☆★☆★☆★☆★☆★☆★☆★☆★☆★☆★☆★
《11》
비를 맞으며


선미숙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비우고
모두 비워 버리고
아무런 욕심도
생각도 느낌마저도
다 멈추고서
탁해져 버린 영혼마저도
씻겨 가라
비를 맞는다.
장대비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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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아!

선미숙

어디에도 풀지 못한 마음을
쌓인 마음을
구름 되게 하여 눈으로 나리면
너른 땅 품에 안겨
모두 사라질 텐데
모두 비워질 텐데

누구한테 주지 못한 마음을
아낀 마음을
구름 되게 하여 봄비로 내리면
마른 숨결마다 촉촉하게 스며
모두 파란빛일 텐데
모두 열매될 텐데.
☆★☆★☆★☆★☆★☆★☆★☆★☆★☆★☆★☆★
《13》

지독한 사랑

선미숙

큰소리치며 쏟아지는 빗줄기는
새벽잠을 고스란히 걷어가 버리고!
잠시 잊으라는 듯!
때론 지우라는 듯!
세차게 아주 세차게 퍼붓는다.
그래서 사라질 그리움이라면!
그래서 씻겨갈 쓸쓸함이라면!

시간은 빗속을 뚫고 아침을 여는데
산등성이를 휘감은 안개는 한낮에 열기를 품고
잠을 끌어안지 못한 몸뚱이는 밤이 무섭다.

그렇게 몸부림치며
깊이를 모르게 파고드는 사랑이라면
부셔져 흙이 되는 그날까지
한여름에 뜨거움으로 살아가리.

☆★☆★☆★☆★☆★☆★☆★☆★☆★☆★☆★☆★
《14》
서점에서

선미숙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가슴을 안고
서점에 문을 당긴다.
먼지가 쌓일 만한 작은 틈새도 없이
빽빽이 자리를 차지한 제목들
모두가
내 허기진 마음을 홀린다.
소설,수필,시집들
아니
철학을 논한 책도 좋으리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내 가난한 마음을
잘도 헤아려 이렇게 넘치는 희생을
감당했으리
오늘도 한 권의 책으로 마음을 달래며
그 한마디의 양식을 줍기 위해
책을 펼친다.
☆★☆★☆★☆★☆★☆★☆★☆★☆★☆★☆★☆★
《15》
세 월 1

선미숙

가다가다 힘에 겨워 쉬어 가도
되련마는 야속한 당신은
그것을 못합니다.

가다가다 목이 말라 물 한 모금 간절
하련마는 독한 당신은 그것을 참습니다.

가다가다 길을 잃어 망설임도 잊으련마는
영리한 당신은 그것을 안 합니다.

가다가다 동무 만나 곡주 한잔하련마는
매정한 당신은 그것을 외면합니다.

가다가다 그리움이 있어 되돌아 볼 수도
있으련마는 차가운 당신은
그것을 잊었습니다.

가다가다 둘 뿌리에 치어 넘어지기도
하련마는 완벽한 당신은 그것을 봅니다.

가다가다 세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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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세월 2

선미숙


빨리 가라 철없을 땐
그리도 더디 가더니

천천히 가라 철들어선
왜 그리 잘도 가는지

이제

인심반 미련반 쏟고 나니
남은 건 속절 없는 한숨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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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봄비

선미숙

내 작은 창을 두드리며 봄이 옵니다.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왔습니다.

지독하게 춥고 길었던 한철을 견뎌내며
오랜 기다림에 지쳐가던 나무들은
머지않아 파란 웃음으로 반기겠지요.

길가에 풀잎도 가녀린 몸을 일으키며
겨울을 털어 냅니다.
뺨을 스치는 찬바람은
가슴에 스민 봄을 어쩌지 못합니다.

깊게 얼었던 땅을 뚫고
돋아나는 싹이 더욱 푸르듯
아팠던 만큼 다져진 마음에 찾아올 사랑은
이제 철부지가 아닐 듯합니다.

눈을 뜨게 해 준 아픔이 고맙습니다.
내가 버린 그 세월이 나를 키웠습니다.
원망이라는 말은 하지 않을 겁니다.
비와 함께 고운임도 봄을 안고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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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넋두리

선미숙

내 마음결도
세상 마음결도
너처럼
동글동글
곱다면!

그렇지 못해
나는 오늘도
내가 밉다.
세상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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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잠아

선미숙

어디로 갔을까.
가까워지지 못하는 까닭은?
가라한 적도 없는데
오지 말라 막지도 않았는데
너무나 야속하게
잠은 또 먼 곳에서 헤맨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갈 수 없는
깊은 그 꿈나라는 오늘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
벌을 주려거든
차라리 다른 벌을 주지
전생에 아무래도 잠 때문에 진 빚이 많은 게다.
책을 펼쳐들어도 약이 되지 않는다.
글을 쓰는 건 더욱 독이다.
밤이 낮인 양 개구리소리만 어둠속에 신이 났다.
나는 언제쯤 잠과 한 몸이 될 수 있을지?
이젠 지쳐서 내가 잠을 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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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암 자

선미숙

꿈에 보인
이름 석자
망설임 끝에
찾아 나서니
촌락을 지나
굽이굽이 산골
맑은 공기가
나를 이끌고
외길 끝 저 만치에
귀에 익은 풍경 소리
나를 부르네
무거운 마음 씻어 볼가
향사르고
어설픈 삼배하니
꿈에 본 탁발승은
어디 가고 속세의
여인이 산사의
안주인이라 하네
☆★☆★☆★☆★☆★☆★☆★☆★☆★☆★☆★☆★
《21
객기

선미숙


골 깊은 산에 바람이 인다.
아무리 흔들어도 움직임이 없다.
철마다 머물며 웃음으로 홀려도
그냥 그대로!

녹여 봤다가, 달궈도 봤다가
태워도 보고, 얼려도 보지만
변함없는 그 자리, 그 모습.

열려 있어도 다 보이지 않는
보이는 것을 모두 보지도 못하는
마음눈 닫고서 세상만 탓하니
부질없는 어리석음에
세월이 안타깝구나.

☆★☆★☆★☆★☆★☆★☆★☆★☆★☆★☆★☆★
《22》
어머니

선미숙

열 여덟 고운 빛
고운 몸짓 어디 가고
세월을 징검다리 해
어느 새 반백
오매 불망 기나긴 밤
여섯 손가락 채워 가며
한으로 쌓인 미움은
노을 빛 등진 굽은 허리 위에
연민으로 젖어 든다
☆★☆★☆★☆★☆★☆★☆★☆★☆★☆★☆★☆★
《23》


선미숙

당신은 늘 말합니다.
해준 게 없다고!
당신은 늘 안타까워합니다.
부모를 잘 못 만났다고!

어떤 피를 받을지 골라 태어나는 자식은 없습니다.
하루하루 삶이 지옥이든, 천국이든
누구나 그만큼 주어진 축복입니다.

세상에 빛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며 숨 쉬고,
내일을 기다리며 꿈을 꾸는
이 모두를 주셨으니 고맙습니다.

당신이 웃으면 자식은 즐겁습니다.
당신이 감동하면 자식은 행복합니다.
그 눈에, 그 가슴에
더 좋은 걸 심어드리지 못해 안타까울 뿐입니다.

마음에 꽉 차는 자식이 되지 못해 그저 죄인일 뿐입니다.
다음 세상에 또 한 번 인연이 닿는다면
그 때는 부모와 자식의 자리를 바꿔 태어나
이 빚을 모두 갚을 수 있기를!

☆★☆★☆★☆★☆★☆★☆★☆★☆★☆★☆★☆★
《24》


선미숙

비여 있는 바구니에
하나 하나 쌓여 간다.
먼 훗날 고통으로 받을
업들이

본시 타고난 마음을
비단으로 믿으며
용서를 바라지만
그 또한
전생의 업인 것을

쌓이려거든
빛 고운 열매나
쌓일 일이지
왜 바라지 않는 눈물의
꽃들만 쌓여 가는지
거르지도 못한 채
오늘도 바구니에
업이 하나 쌓인다.
☆★☆★☆★☆★☆★☆★☆★☆★☆★☆★☆★☆★
《25》
바닷가에서

선미숙

모래위에 또 하나
아픔을 새기고,

추억을 하나 더하고,

일렁이는 물결은
그 간절함의 깊이를
헤아릴 런지!

행복한 웃음에도
단장의 슬픔에도
바다는 쉼 없이 춤을 춘다.

부딪혀 사라지는
마지막 몸부림은
흔적 없이 섞여버릴
뒷날 내 모습이리라.

☆★☆★☆★☆★☆★☆★☆★☆★☆★☆★☆★☆★
《26》
이별

선미숙

사랑을 찾았는가 했더니
또 다시 이별이라

일생에 단 한번 꽃인가 했더니
망울도 맺어 보지 못하고

안녕 이라는 말도 못한 채
기다리라는 말이
이별가 일 줄이야
☆★☆★☆★☆★☆★☆★☆★☆★☆★☆★☆★☆★
《27》
이별 후에 1

선미숙

그대
어느 날 갑자기 날 두고
말없이 떠나
다시는 내 곁에
올 수 없을 지라도
나 그대 때문에
가슴 저리는
그런 아픈 마음 가지지 않게
그대 날 위해 말 해주오
잠시 머무는 바람이라고

그대
지난 시절이 잊히지 않거든
짧은 기억 더듬어 추억의 노래
한편 지어 가로수 가지 끝에
실어 보내 주오
나 그대 때문에 슬픈 마음
노래 불러 위로 삼으리
그대는 바람이라고
☆★☆★☆★☆★☆★☆★☆★☆★☆★☆★☆★☆★
《28》
이별 후에 2

선미숙

나 아무런 말없이
그대 곁을 떠나
다시 올 수 없을지라도
그대여
나로 인해 슬퍼하거나
눈물 흘리지 말아 다오.
우리 서로 만났던 짧은 인연
잠시 너무도 선명한 꿈을
꾸었다 생각해 주오.

나 그대와 보낸 시간이 그리워
눈물나거든 아름다운 순간
그림으로 그려 함께 노닐던
바닷가에 띄우나니 꿈속일지라도
그대여 한때 아름다운 사랑이
있었음을 가슴속에 간직해 주오.
☆★☆★☆★☆★☆★☆★☆★☆★☆★☆★☆★☆★
《29》
인연

선미숙

흐르다 흐르다가 머문 곳도 아니오
떠돌다 떠돌다가 지쳐서도 아니라오
우리 서로 만난 곳 하나뿐인 오작교
우리 서로 만난 것 전생의 업이라오
더 쏟아야 할 눈물이 남아 있어
씨뿌려 곱게 키워 반이라도 갚으라고
모자라는 반쪽 만나 하나 되게 채우라고
후생에서 업되어 다시 살지 말자고
그렇게 우리는 만났답니다.
☆★☆★☆★☆★☆★☆★☆★☆★☆★☆★☆★☆★
《30》
잃어버린 삶

선미숙

너무도 진한 빛깔의
사연을 안고
한 잎 떨어져 버리는
은행잎과
삶의 버거움 속에
시름이 깊은
저 이방인은
이 가을밤 긴 얘기의
슬픈 주인공!
한잔 기을인 술잔에
가슴속 멍을
전부 쏟아 붇고도
젖은 눈에 남아 있는
애끓는 삶의 미련!
오늘도
잃어버린 길을 찾는다.
잃어버린 나를 찾는다.
☆★☆★☆★☆★☆★☆★☆★☆★☆★☆★☆★☆★
《31》
잡초라서

선미숙

들판에 작은 풀 한포기 있어요.
어떤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잘 견디며
자기 모습 지키는, 질긴 뿌리를 내려 받아
그 힘 하나로 파랗게 숨 쉬고 있어요.

세상이 내 마음 같은 줄 알고 살지요.
차라리 내가 아프면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살 수 없다는 걸 잦은 상처에서 느껴요.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려 지친 몸을 잠깐 쉬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요.
응석 부리며 기댈 곳이 어디에도 없어요.

이제 파란 숨은 어떻게 될까요.
바람이 빨리 지나가길 빌어야죠.
뿌리까지 모두 뽑히지 않길 바라면서
마지막 힘을 다해 서 있어요.

넓은 땅위에 혼자인 게 서럽지만
견딜 수 있는 만큼 주어진 몫이라 여기며
한 번 더 힘을 내봐요.
고통은 머물지 않고 지나간다는 믿음으로...

☆★☆★☆★☆★☆★☆★☆★☆★☆★☆★☆★☆★
《32》


선미숙

전생의 업을 다 씻지 못해
돈번 사람 돈으로 갚고
힘센 사람 힘으로 갚아라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으니
눈물로나 갚아야지
☆★☆★☆★☆★☆★☆★☆★☆★☆★☆★☆★☆★
《33》
책을 읽다가

선미숙

마음 밖에 마음이 있으니
어찌할까나
내 맘을 마음대로 못하니
마음이 짐이어라.

☆★☆★☆★☆★☆★☆★☆★☆★☆★☆★☆★☆★
《34》
꿈에

선미숙

거기 있습니다.
웃음 띤 모습 그대로

그냥 있습니다.
식지 않은 가슴 그대로

보고 있습니다.
임의 마음속에 나를

꿈이라도 꿈이 아니길
간절함에 눈을 뜰 수 없습니다.

☆★☆★☆★☆★☆★☆★☆★☆★☆★☆★☆★☆★
《35》
산중에

선미숙

어지러운 세상 벗 삼아
하루가 힘겨운 도인들은
해지고 뜨는 걸 바라보며
웃음 머금고 한숨짓는다.

바람소리 물소리 벗 삼아
세월 잃은 사람은
하늘가에 자리한 달의 크기를 보며
가려진 별의 수를 헤이누나.
☆★☆★☆★☆★☆★☆★☆★☆★☆★☆★☆★☆★
《36》
화두

선미숙

첩첩산중 때 묻지 않은 곳
마음 닦으러 찾아간 거기

도가 깊다하여 한 말씀 청하니
뱉는 말마다 속물 꾸러미!

어지러운 마음이 더욱 어지러워
아,
도가, 도가 아니구나!

차라리 내가 한 마디 하고 싶어
“만행을 더 하소서.”

내려오는 길
무거운 발걸음 마다 화두 하나 던진다.
‘도’란 무엇인가?

☆★☆★☆★☆★☆★☆★☆★☆★☆★☆★☆★☆★
《37》
바위

선미숙

깊은산 골짜기
그림자 더딘곳
바람은 철마다
빛깔도 고와라.
어쩌다 나그네
길잃어 쉬는곳,
까투리 날갯짓
산허리 휘젓고
굶주린 산짐승
눈빛이 붉어라.
밟으면 그대로
흔들면 그대로
스쳐도 그대로,
이대로 세상에
그이름 ...
☆★☆★☆★☆★☆★☆★☆★☆★☆★☆★☆★☆★
《38
모녀

선미숙

기쁨보다 고통이 컸던
내 어머니 삶과

풍요 보다는 갈증이 많았던
내 삶이

노여운 세월을 지나
체념에 다리를 건너
너그러움을 알기까지

흘린 피눈물은 강을 이루고
가슴에 쌓인 숯덩이는 산으로 앉아!

마음 달래고 다듬어서
털어내고 씻어낸 원망들이

이제는
주름 깊은 모녀 입가에
봄빛 닮은 웃음으로 번진다.
☆★☆★☆★☆★☆★☆★☆★☆★☆★☆★☆★☆★
《39》
중환자실에서

선미숙

가진 게 적다고
누구도 탓하지 마오.

여기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이들 있다오.

심장은 뛰어도
웃을 수 없는

내 목숨을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복을 복으로 여기지 않아
웃음 잃은 사람아

지금 당신은
어떤 복을 바라는가
☆★☆★☆★☆★☆★☆★☆★☆★☆★☆★☆★☆★
《40》
하얀 수염

선미숙

흘러간 세월 탓에
하얗게 꽃이 피었다기보다
삶의 깊이가 쌓이고 쌓여
은발이 되었지요.

혼자 보낸 시간이 길어
하얀 눈이 내렸다기보다
가슴에 쌓인 풀지 못한 사랑이
은빛으로 영글었지요.
☆★☆★☆★☆★☆★☆★☆★☆★☆★☆★☆★☆★
《41》
고통

선미숙

장미를 손질하다가
가시에 찔렸다.

보이지 않는 아픔이
자꾸만 따끔거린다.

한참을 더듬어 빼내고 나니
후련하다, 말짱하다.

살면서 찾아오는 고통도
이렇게 빼낼 수 있다면

아무도 모르게,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렇게 말끔해질 수 있다면!

밤새 뒤척이다가 맞이하는 아침은
입 속까지 온통 가시 투성이다.
☆★☆★☆★☆★☆★☆★☆★☆★☆★☆★☆★☆★
《42》
그 해 겨울

선미숙

멀쩡하다가도 눈보라가 친다.
아주 매섭게 몰아친다.
니 아부지 생일 땐 언제나 그려
엄니는 당신의 평탄지 않은 삶을
늘 그렇게 날씨에 빗대어 푸념하셨다.

함께 산 세월 쉰일곱 해를 채우고
무척 추울 거라는 겨울이 힘을 잃어버린 그 해
아버지는 눈보라 같은 삶을 놓으셨다.
그래도 착하게 사셨으니 가시는 날까지 도와주는 거라고
포근히 내리는 겨울비를 맞으며 사람들은 한 마디씩 건넨다.

쉬는 날이면 저절로 발길이 가는 희망공원
아버지는 영혼의 동무들과 거기 계신다.
그곳은 좋으냐고, 나도 데려가라고,
사진 속 아버지를 보며 한참을 넋두리하고 나오는데
분홍빛 진달래 몇 송이 슬픔 달래듯 눈앞에 어린다.
3월초, 환하게 내리쬐는 햇볕이 말없이 웃는 아버지 얼굴이다.

아직 때가 아닌데 하루가 다르게 잎이 열리는 꽃들!
성급하게 핀 목련은 찬 서리를 이기지 못하고 끝내 까맣게 얼어버렸다.
빛깔 잃은 목련을 보고 벚꽃은 속 모르게 웃고
사람들은 이른 꽃 잔치에 그저 즐겁다.
아버지를 가슴에 묻은 그해 겨울은 봄처럼 따스했다.
☆★☆★☆★☆★☆★☆★☆★☆★☆★☆★☆★☆★
《43》
들꽃

선미숙

들판에 이름 없는 꽃이라고
함부로 꺾지 마오.

그도
누구한테는
아름다운 사랑이고
하나뿐인 목숨이니

길가에 이름 모를 꽃이라고
생각 없이 밟지 마오.

그도
꽃을 피우기까지
모진 비바람 견뎌내며
눈물 흘린 세월 있으니
☆★☆★☆★☆★☆★☆★☆★☆★☆★☆★☆★☆★
《44》
빈자리

선미숙

상체기만 남은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까요?

눈물도 메마르고
아픔도 무뎌졌습니다.

가슴을 짓누르는 원망, 미움
이제 비우고 나면

그 자리에
웃음이 피어날까요?

그 곳이
빛으로 채워질까요?

고운 꽃 피울 작은 씨앗하나
조심스럽게 심어봅니다.
☆★☆★☆★☆★☆★☆★☆★☆★☆★☆★☆★☆★
《45》
사부곡

선미숙

어제도, 오늘도 해는 떠오릅니다.
이런 아침이 얼마나 보태져야 무뎌 질까요.

할 만큼 했으니
나는 울지 않을 거라고 큰소리 쳤는데
아닙니다. 그게 아닙니다.

발길 가는 곳마다, 눈길 닿는 곳마다
아버지는 거기에 있습니다.

차라리, 추억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덜 힘들까요.

함께 한 시간보다 그러지 못한 날이
더욱 많아 아쉽고 또 아쉽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줘서 고맙다는
따뜻한 말 한 마디 해드리지 못해
아프고 또 아픕니다.

이제 와서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
무슨 소용일까요.
그저 못난 딸입니다.

다음 생이 있다면 또 다시 아버지와 딸로 만나
세상 사람이 부러워하는 멋진 부녀로 살아요.
아버지!
☆★☆★☆★☆★☆★☆★☆★☆★☆★☆★☆★☆★
《46》
시인은 시인이 아니다

선미숙

시인은 시인이 아니다.
시인은 시를 쓰지 않는다.

하루하루 삶이
순간순간 몸짓이
아름다운 단어고
깊은 문장이다.

그에 눈빛이
그에 입술이
꽃이고 노래다.

시인은 오늘도 그렇게
또 한편의 시를
간절한 마음으로
써내려 간다.
☆★☆★☆★☆★☆★☆★☆★☆★☆★☆★☆★☆★
《47》
책을 읽다가

선미숙

마음 밖에 마음이 있으니
어찌할까나
내 맘을 마음대로 못하니
마음이 짐이어라.
☆★☆★☆★☆★☆★☆★☆★☆★☆★☆★☆★☆★
《48》
청소를 하며

선미숙

속으로 앓던
인연 한 자락
툴툴
털어 버리니
이렇게 편한 것을
이렇게 가벼운 것을

켜켜이 쌓였던
미움 한 자락
싹싹
닦아내고 나니
이렇게 환한 것을
이렇게 개운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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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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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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