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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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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만남/정덕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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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고현자 날짜: 2004.05.15. 18:31:38 추천: 1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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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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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만남
정덕희
살면서 우리가 갖는 수많은 인연들.
좋은 인연도 있고, 아닌 인연도 만나지만 난
좋은 인연만 생각하고 싶다.
때문에 잊을 수 없는 사람을 사실 한 명만 꼽으라면
난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굳이 밝히자면 나는 일로 만나서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강봉학 대전 교도소장님을 꼽고 싶다.
얼마 전 KBS 대전방송에서 강연을 마치고 나오자,
아주 예쁜 꽃바구니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전 교도소장으로 계시는 강봉학 소장님께서
손수 보내오신 꽃이었다.
잊을 수 없는 남자.
내가 일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난 그 사람만큼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은
많이 만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나름대로 치열하게 산다고 해도, 자신의 위치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특히 그분은 여자 교도소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남자 소장으로 그 여죄수들의 마음을 열고,
그녀들에게 삶의 기쁨을 갖게 해주려고
노력하신 분이다.
내가 그분을 알게 된 것은 1998년, 날아온
한 장의 팩스 때문이었다.
“여기는 청주 교도소입니다. 삶의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여죄수들에게 정덕희 교수님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합니다.”
이 팩스 한 장이 그분과 나의 인연이 엮이는
계기가 되었다.
난 아무런 보수 없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뜨거운 여름날, 그 청주 교도소를 찾아갔다.
떡은 먹지 않는다고 해서 초콜릿을 사 가지고 가서
그녀들을 만났다.
약간은 떨리기도 했고, 그렇게 상처를 많이 받은
여성들에겐 무슨 이야기를 할까 많이 망설이기도 했다.
회색 빛 죄수복을 입고 앉아 지난날을 후회하던
많은 여성들.
난 나도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아픔을 이겨냈었다는 것,
나도 그녀들과 똑같은 마음을 가지고 살았다는 것을
이야기했고, 이젠 사랑하고 용서하며 살자고 그랬다.
그 날 강연은 정말 눈물 바다였었다.
강연이 끝나자 강봉학 소장님은 내게 여러 번
감사를 표하셨다.
그 후 겨울에 다시 강봉학 소장님께서 연주회
초대장을 보내오셨다.
바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여자 재소자들로 구성된
합창단의 발표회가 있었던 것이다.
난 그때도 재소자들을 위한 간단한 선물과 꽃을
준비하여 그곳을 찾아갔다.
인생의 어려운 고비를 겪으며 그 속에 자신의
모든 것을 가두어둔 여성들.
강봉학 소장님은 그녀들이 조금이라도
삶에 믿음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그렇게 여러 가지 애를 많이 쓰신 분이다.
잊을 수 없는 강봉학 소장님의 희생심을 떠올리며
그분의 더 큰 행운을 이 시간 빌어 본다.
명지대학교 사회교육원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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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6. 전체글: 123 방문수: 728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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