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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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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 당신이 있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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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전금주 날짜: 2005.11.07. 09:45:48 추천: 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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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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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당신이 있기에
노령산맥 뻗어나
진안고원에 두 점 찍고
비를 내리게 하니
바로 그 곳에서
섬진강과 금강이 잉태한다
우리는 남과 여
그리고 서로 친구다
우리 곁에 다가오는 것들
우리가 둘이지만 하나인 것을
바로 알게 되리라
이 갑용 처사님 날 위해
만탑(萬塔)을 쌓으니
하늘도 반가와
더 큰 아름다움 선사한다
비둘기들 다가와 가슴에 안기니
나 또한 따뜻이 사랑하리
…필자의 시집 “사막의 꿈”에 수록된 “내 마음속의 마이산” 중에서
그동안 수많은 문필가들이 마이산(지방 기념물 제 66호), 마이산 탑사(지방 기념물 제 35호) 그리고 돌탑들의 신비로움을 노래해왔다. 말의 두 귀를 닮았다고 해서 마이산(馬耳山)이라는 이름이 붙은 산이라고 한다. 태고의 신비로움을 안고 있는 이 산은 전라북도 진안고원에 우뚝 솟아 있으며 암 마이산(해발 673m)과 수 마이산(해발 667m)으로 이루어져 있다. 암 마이봉은 정상까지 등산로가 나 있으며, 정상에는 제법 넓은 공간과 약간의 나무와 풀이 자라고 있다. 수 마이봉은 흙이 거의 없고 산도 가파르기 때문에 등반 전문가만이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수 마이산에는 중간쯤에 약수(藥水)가 있어서 거기까지는 많은 계단을 걸어올라 이를 수 있는데 예로부터 이곳의 물을 마시면 옥동자(玉童子)를 볼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암, 수 다 같이 바위산으로 되어 있으며 마치 시멘트를 반죽하여 만든 산처럼 보인다. 바위산 곳곳이 공룡이 남긴 발자국처럼 패여 있으며, 시멘트와 자갈을 섞어 만든 구조물(構造物)처럼 보이는 곳이 대부분이다.
산의 내력을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신라 시대에는 서다산(西多山), 고려 시대에는 용출산(湧出山)이라 부르다가, 조선 시대는 이곳을 다녀간 태조 이 성계가 속금산(束金山)이라 이름 하였고, 그 뒤 태종이 오늘의 마이산이라는 이름을 명명(命名)하였다 한다. 또한 계절에 따른 명칭이 있는데 봄에는 돛대봉, 여름에는 용각봉, 가을에는 마이봉, 겨울엔 문필봉이라 불려지기도 했다고 한다.
암 마이봉 절벽 아래 가보면 이 갑용(李甲龍) 처사의 동상과 함께 자연석 으로 이루어진 석탑군(石塔群)이 있다. 이들과 조금 위의 자그마한 사찰을 ‘마이산 탑사(塔寺)’ 라고 한다. 1885년부터 이 갑용 처사가 30여 년에 걸쳐 자연석으로 축조한 돌탑들은 높이가 1m부터 15m에 이른다. 당시 120여 개를 쌓았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오늘날 80여 개가 남아 있다. 신기한 것은 아무리 심한 폭풍이 몰아쳐도 다소 흔들리기는 하나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연석으로 이 돌탑을 쌓은 이 갑용 처사는 1860년 전북 임실군 둔덕면에서 효령대군 16대 손으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효성이 지극하여 부모의 상을 당하였을 때, 묘소 옆에 움막을 치고 시묘(侍墓) 살기를 각각 3년씩 했다 한다. 그 후 전국의 명산(名山)과 사찰(寺刹)을 순례하는 중 25세 때 가장 마음을 끌리게 했던 마이산을 자신의 몸과 마음의 거처로 정했다고 한다.
이 처사는 마이산에서 솔잎과 약초 등으로 생식을 하면서 수도하던 중, 신의 계시를 받아 정성을 다하여 만불탑(萬佛塔)을 쌓기 시작하였다. 그는 이 탑을 천지 음양 이치와 팔진도법으로 축성했다고 하며, 그 후 이 산과 탑사 주위에서 보내며 세계 만민의 구제와 그들이 짓는 죄업(罪業)을 대신 속죄하는 기도 생활로 일관하다가 98세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 마이산과 강화도의 마니산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나는 그 때마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친절하게 그 위치와 차이점을 말해 주는데 특히 마이산에 대하여 더욱 깊이 있게 설명해 준다. 강화도의 마니산은 세계적으로 기(氣)가 강한 산으로 알려져 있다. 민족정기도 거기서 느낄 수 있다. 여기 진안 마이산도 거기에 뒤지지 않는 정기(精氣)를 안고 있다. 정기 어린 마이산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기(氣)가 살아 있다. 마이산 정상에는 일제 때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의 정기를 억누르려고 박은 쇠말뚝이 있었는데 최근에 그 쇠말뚝을 뽑아버렸다. 이러한 모습을 접하면서 마이산의 정기가 살아 있어 우리 민족으로 하여금 일제 때의 국난(國難)과 같은 그런 어려운 시련을 이기게 하였으며 우리 민족의 끈질긴 정기도 더 드러나게 했음을 느낄 수 있다.
마이산이 위치한 진안(鎭安)은 그 이름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 그대로 마음을 진정시키며 편안히 지낼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마음이 어지러울 때 찾는 곳이 바로 이곳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조선의 이 태조(李太祖)가 나라를 일으키고 뜻을 세울 때, 그리고 선조 대왕이 임진왜란 당시 어려운 시름을 덜기 위해 찾았던 곳이 바로 이 곳임을 상기할 때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초․중학생시절 소풍 때 가장 많이 찾았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물론 우리 고향에는 섬진강 상류의 깨끗한 물이 모이는 수선루(水仙樓)도 빼놓을 수 없는 경관이었지만, 마이산에 가면 왠지 다정하고 온화한 어머니의 품 같은 느낌을 받아 마음이 더 편안하고 재미있었던 것이다. 어릴 때 없던 조그만 호수(湖水)들이 진안읍과 마령면 쪽에 각각 하나씩 생겨 운치를 더해 주고 있다. 신비스런 두 개의 바위산과 싱그러운 햇살에 호수에서 노니는 백조나 청둥오리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도 우리 마음을 풍성하게 그리고 살찌게 해 주리라.
어릴 때 암 마이산 옆구리 쪽의 다소 평평하다고 생각되어지는 부분을 기다시피 올라 간 적이 있었다. 올라갈 때는 약간 경사진 바위라 비교적 쉽게 약간의 스릴을 느끼며 전진할 수 있었는데, 어느 정도 올라가다가 밑을 내려다보니 그 까마득한 거리에 정신이 몽롱해져 옴을 느꼈다. 더군다나 밑에서는 학생들이 웃고 있었다. 담임선생님 또한 속내는 드러내지 않고 그저 웃으며 우리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속마음은 위험한 곳을 허락 없이 올라간 녀석들이 제대로 내려오면 벌을 줄 그러한 결심이었으리라. 이런 저런 두려움에 마음 조이며 올라갔던 바위 위를 정신을 가다듬어 한 걸음 한 걸음 아래를 향하여 옮기기 시작하였다. 아무 일없이 내려왔다. 선생님으로부터 혹독한 꾸중을 들으며 혼난 것도 당연히 뒤따르는 일이었다.
매년 4월 말에는 벚꽃 축제가 열린다. 마령면 쪽의 마이산 입구에서 탑사(塔寺)에 이르는 2.5km 구간에 주위의 신비로운 산과 계곡과 어울린 아름답고 황홀한 벚꽃 터널을 이루고 있다. 이 행사 기간에 금척무 공연, 좌도 농악놀이 및 풍물 장터가 열리며 KBS의 전국노래자랑 프로그램이 펼쳐지기도 한다. 또한 매년 10월 11일부터 3일 동안 ‘마이 문화제’가 열리는데 이는 산신제(山神祭)를 겸하여 열리며 백일장, 사생대회, 향토미술 초대전 및 금척무 공연과 좌도 농악놀이가 흥겹게 펼쳐져 군민과 관광객들에게 우리 문화의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진안에는 질 좋은 인삼과 표고버섯 그리고 더덕이 많이 생산되는데 “홍삼제”가 열리는 기간에는 향토시장 뿐 아니라 전국 장사씨름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전국 인삼 생산의 거의 10%를 생산하는 진안 인삼은 고랭지의 좋은 토양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영양도 풍부하고 맛도 탁월하다고 한다. 표고 버섯과 더덕 또한 인기 있다. 공기 좋고 땅이 비옥해서인지 아니면 마이산의 정기를 받아서인지는 모르지만, 진안 흑돼지는 그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나 있다. 상가 집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음식 맛 이야기를 하지 않는 법인데, 필자의 모친상을 당했을 때 문상(問喪)온 사람들 대부분이 돼지고기가 정말 맛있다고 한 마디씩 한 사실만 보더라도 그 맛의 진가(眞價)를 짐작할 수 있지 않는가!
아침 일찍 또는 저녁 무렵에 마이산 정상(頂上)에 서 보라. 어머니의 넉넉하고 따스한 품에 안긴 아기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저 멀리까지 시야를 넓혀 보라. 바다에 갈 필요가 없음을 금방 알게 되리라. 소금 끼 없는 순결(純潔)한 공기로 만들어진 밥을 먹어 보라. 여기에 더하여 짙고 푸르스름한 안개가 만들어내는 순수(純粹)한 맛의 막걸리를 곁들여 보라. 안주로는 금방 캐서 껍질을 벗긴 인삼과 더덕, 그리고 살짝 데친 표고버섯을 손에 집고 새빨간 고추장에 찍어라. 멀리 나의 이상향(理想鄕)을 상상하면서 그 잔을 들이켜 보라. 이 모습이 그리워하던 당신의 그리고 천국(天國)의 모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다시 정상에서 내려와 마이산 주위를 거닐며 내가 올라갔던 봉우리를 곁에 두고 돌탑 사이를 말없이 오가는 공기를 대하며 자연과 대화를 나누어 보라. 내가 바로 마이산 탑사를 쌓은 바로 그 사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마이산은 자연이다. 자연과 인간은 하나다. 자연 속에 내가 있고 내 속에 자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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