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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송(思牛頌)
어린 시절 시골에서 생활할 때, 주위에 수는 많지 않지만 여러 가지 가축(家畜)들이 있었다. 소, 돼지, 닭, 개, 토끼, 염소, 오리, 고양이 등이 주류(主流)를 이루고 있었으며 간혹 거위나 말 또는 비둘기도 있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처음 만났을 때는 어색하다가도 자주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친해지고 정(情)도 들어 나중에는 헤어지기도 어렵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인간과 동물과의 관계에서도 그런 경우가 많음을 영화에서 또는 실제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이 결혼도 않고 혼자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너무 적적하여 애완견(愛玩犬)을 곁에 두고 기르고자 마음먹었다. 그래서 애완용 개를 키우면서, 자기를 낳아 준 어머니보다 더 아끼는 정도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직장에서 돌아와 보니 자기의 사랑하는 개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찾아보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 날 이후 입맛을 잃어버리고, 밤이면 어디론가 떠나가 버린 개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다. 그 뒤로 그는 몸져눕게 되었다. 이렇게 인간과 동물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보다 더 돈독한 면을 볼 수 있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면, 우리들은 흔히 책가방을 마루나 방바닥 또는 책상이 있는 얘들은 책상 위에 던져 놓고,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와주기 위해 논이나 밭으로 나가거나, 아니면 소나 염소가 풀을 뜯게 하는 일을 쉽게 하기 위하여 산이나 들로 향하였다. 이때 놀기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가면, 소나 염소를 그냥 한 군데 오래 매어놓고 해질 때까지 놀다가 그들을 몰고 집에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 거의 언제나 문제가 생긴다. 소나 염소가 충분(充分)한 양의 먹이를 먹지 않으면, 그들은 밤에 배가 고파 울기도 하고, 심하면 고함 비슷한 소리까지 질러 잠자는 사람들을 깨우기도 한다. 이럴 경우, 그들에게 먹기 좋은 풀이 많은 장소를 돌아다니면서 풀을 뜯어먹게 하지 못한 우리들에게 책임이 돌아와 아버지로부터 질책(叱責)을 받는다.
아버지는 소 키우는 데는 일가견(一家見)이 있는 분이었다. 처음에 우시장(牛市場)에 나가 소를 사오는데, 내가 보기에도 못 생기고 깡마른 소를 사오는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런 소를 2, 3개월이 지나면 전혀 딴판의 소로 탈바꿈시켜놓는 것이었다. 아주 못생긴 소를 아무리 탈바꿈시킨들 얼마나 더 보기 좋으랴만, 일단 짐승이란 살이 토실토실 오르면 그것으로 보기에 좋은 것이다. 아버지는 아주 부지런하고 또한 소를 길들이는데도 남다른 재주가 있었다. 한번은 동네의 한 젊은이가 소 길들이는 일을 쉽게 생각하고, 이제 갓 새끼티를 벗어난 소에게 쟁기 논갈이 일을 시키려다가 크게 다친 일이 있었다. 아버지는 바로 그런 소까지 어렵지 않게 길들여 주었다. 동네 사람들은 흔히 그런 일을 아버지에게 부탁하곤 하였는데, 아버지는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그들을 도와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날은 임실(任實) 장날이었다. 내가 사는 지역 주변에서는 장이 서는 날(5일 장)이 정해져 있었다. 전주(全州), 임실, 진안(鎭安), 관촌(舘村; 임실군의 면), 마령(馬靈; 진안군의 면) 이렇게 다섯 군데에서 돌아가면서 장이 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 고장인 마령에서는 항상 3일과 8일에 장(場)이 서는 것이다. 대개 장꾼들은 전주에서 공산품(工産品)과 항구에서 올라온 해산물(海産物)을 사다가 다른 지역에 가서 팔고, 다른 시골 지역 시장에서는 쌀, 잡곡, 고추, 달걀, 나물, 가축 등의 농산물(農産物)을 사다가 다른 도시 지역에 파는 것이다. 아버지는 그동안 정성을 다하여 키운 소를 팔고 다시 다른 소를 사기 위하여 새벽에 일어나 소에게 뜨거운 먹을거리를 준비해 주랴, 소 멍에를 새 것으로 채우랴, 먼 길을 가야 하므로 소에게 짚으로 만든 신발을 신겨 주랴, 정말 분주한 아침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부산하게 준비를 마친 아버지는 팔려갈 소를 몰고 이웃 집 아저씨와 함께 임실의 시장으로 향하였다. 집에서 대략 60 리(=24km) 길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집을 떠날 때까지 별다른 마음의 동요가 없었다. 두세 번이지만, 아버지는 새로운 소를 살 때 거의 항상 내 마음에 별로 들지 않는 소만 사 오셨기 때문이었다. 저녁 늦게 아버지는 새로운 소를 몰고 집에 들어오셨다. 그러나 너무 어두웠으므로, 우리 집에 새로 온 소의 면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사실 소의 모습을 볼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아버지는 소를 바꿀 때마다 나를 실망시켰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에게 편히 주무시라는 인사말과 함께 동생이 자고 있는 작은방(우리 어린 때는 부모님이 거처하시는 방을 큰방, 손님들을 맞이하는 방을 사랑방, 그리고 아이들이 공부하거나 잠자는 방은 작은방이라고 불렀다)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였다. 그러나 잠이 오지 않았다. 아버지가 나에게 ‘오늘은 좀 좋은 소를 사왔단다’, 아니면 ‘오늘은 특별한 소니까 한번 살펴 보거라’ 등의 말씀도 없었으니, 나로서는 몹시 서운했던 것이다. 나도 몰래 가지고 있었던 작은 기대가 무너지자, 나의 작은 가슴은 스르르 더 작은 모습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이런 저런 싱숭생숭한 마음 때문에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새벽에야 잠이 들었는데, 얼마 있지 않아 어머니가 늦게 잠이 들어 곤히 잠자고 있는 나를 깨웠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게 아니었다. 웬 일인가? 이게 꿈이란 말인가? 나는 내 눈을 의심하였다. 가까스로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깬 내 시야(視野)에 들어온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제 아침의 선(線)을 가르며 찬란히 떠오르는 태양(太陽)의 아름다운 모습도, 부엌에서 은은히 새어나오는 맛있는 된장찌개 냄새도, ‘꼬끼오’ 하고 아침을 알리는 수탉 소리도, 이른 아침부터 즐겁게 지지배배 지저귀는 제비들과 짹짹거리는 참새들 소리도 전혀 눈과 귀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 그 눈, 그 색깔, 그 빼어난 균형(均衡) ― 일단 그러한 모습만이 카메라의 초점(焦點)에 잡힌 듯 내 눈에 들어왔다. 그랬다. 이건 동물이 아니다. 예술적으로 아름다움을 고루 갖춘 신의 걸작품(傑作品)처럼 생긴 것이 내 앞에 보란 듯이 서 있지 않은가!
그 뒤로 나는 소에 대하여 전에 없던 애정(愛情)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에 만난 소는 그냥 그저 좋은 소가 아님이 시간이 지나가면서 내 마음에 각인(刻印)되기 시작하였다. 우선 내가 곁에 가면 눈빛이 달라 보였으며 슬그머니 머리를 숙여 반가이 맞이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였다. 더욱더 마음에 들은 것은 식성(食性)이 나의 식성과 비슷한 것이었다. 나는 몇 가지 음식을 가려먹는 습성이 있었는데, 이 소 또한 좀 지저분한 곳의 풀과 한참 자라 신선도(新鮮度)가 떨어지는 풀들은 잘 뜯어먹지 않았다. 나는 소의 이런 식성을 알고 소를 몰고 들로 산으로 가면, 언제나 깨끗하고 신선한 풀이 자라고 있는 곳을 골라서 갔다. 그러면 소는 여느 때처럼 살며시 고개를 숙여 사람처럼 감사함을 표하곤 했다.
소를 몰고 산에 올라가면 먼저 약수(藥水)를 마시게 하거나 가까운 저수지(貯水池)로 데리고 가서 목욕을 시킨다. 다음에는 항상 처음 소를 몰고 산으로 가는 때는 대개 기온이 높은 시간대라서, 소를 약간 그늘진 곳으로 안내해서 시원한 데서 풀을 뜯어먹게 하곤 하였다. 또 내가 아끼는 이 소가 특히 좋아하는 것은 자귀나무 잎인데, 이 자귀나무 잎은 굉장히 깨끗할 뿐만 아니라 그 꽃은 공작(孔雀)의 자태처럼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다움으로 뭉쳐진 진귀한 꽃이다. 소가 그 꽃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나도 그 아름다움에 반해 그 뒤로 나무에서 피는 꽃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꽃이 되었다.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같이 한 가지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 또한 사랑의 깊이를 더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는 간혹 등위에 새나 나비가 앉아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기분 좋게 고개를 숙이고 자기 할 일을 한다. 나는 소가 풀을 뜯고 있는 곁에서 소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기도 하고, 소가 풀을 뜯는 구역에 있는 돌과 가시나무 등을 치워 소가 입 주위를 다치지 않으면서 편하게 풀을 뜯어먹게 하기도 한다. 어느 땐가 풀밭에 병 깨진 조각이 있어서 소의 입이 다친 적이 있었고, 또한 노간주나무의 마른 가시가 널려져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풀을 뜯다가 가시에 입 주위와 코까지 찔려 피를 본 적이 있었다. 그 후로 소를 위하여 항상 풀을 뜯는 주위를 깨끗이 치워주는 습성(習性)이 생겼다. 어느 때는 내가 다칠 뻔한 때도 있었고, 또 뱀에 물릴 뻔한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은 마음 쓰일 일이 아니었다. 이런 일들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 곁에 다가와 소의 피를 노리는 모기나 파리를 쫓아주기도 하고, 소 아랫배에 몰래 붙어서 소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吸血鬼)와 비슷한 진드기들을 두려움 없이 떼어주곤 했다. 이럴 때마다 소는 꼬리를 흔들어 감사함을 표(表)하곤 하였다.
소와의 하루의 일과가 거의 끝나갈 때쯤이면 나는 보리밭으로 향한다. 보리피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해질 무렵 개구리 소리 여기저기 그윽하고 산새들이 제 집 찾아 날개 푸드득거릴 때쯤이면, 소는 먹이를 많이 먹어 배가 부르고 나는 나대로 사랑하는 소가 즐거워하는 모습 보니 기분 좋다. 기분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아, 소 등위에 올라 미리 만든 보리피리를 불며 소나무 숲을 뚫고 언덕길을 지나 저녁이 주는 아늑하고 평온한 기분에 휩싸여 집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러면 소도 기분이 좋은 듯, 덩달아 내 보리피리 소리에 ‘음메에～’ 하고 후렴을 덧붙인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자연과 인간과 동물의 보이지 않는 사랑과 조화인가! 하나의 훌륭한 우주 관현악단(管絃樂團)이 아니고 그 무엇인가!
나는 가족 누구보다도 소를 좋아하고 사랑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소들도 나를 따랐다. 사람도 어떤 사람을 속으로는 싫어하면서 겉으로만 좋아한다면, 상대방은 그 싫어함을 알고 그 사람을 대하는 법이고, 또한 그 반대로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지만 마음속으로 어떤 사람을 존경하고 사랑하고 있다면 그 사람 얼굴 어딘가에 그러한 모습이 드러나는 법이다. 그래서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항상 마음속으로부터의 진실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리라.
항상 변함없는 마음으로 나와 소와의 사랑은 계속되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소는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보다도 훨씬 더 생기가 있었고, 눈가에는 눈물도 적당히 고여 있어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내가 소를 좋아하는 모습을 본 가족들도 덩달아 그동안 키웠던 다른 어떤 소보다도 이 소를 더 아끼고 좋아하였다.
그러나 이게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어느 날 갑자기 소가 전혀 먹이를 먹지 않는 것이다. 설령 먹는다 해도 먹이를 잠시 입에만 댈 뿐 거의 먹지 않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즐겁게 생활하며 맛있게 음식을 먹어왔던 건강한 소가 아니었던가!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그 당시 시골에는 수의사(獸醫師)가 없었다. 수의사뿐만 아니라 일반 의사도 없었다. 가축병원에 갈 엄두도, 또 가 보아야 할 병원도 없었다. 아버지는 그저 소가 소화불량(消化不良)이려니 생각하고 시골에서 소화제로 이용하는 소다(soda)를 한 줌 소의 입에 넣어주는 것으로 임시 조치를 취하였다. 몇 번이고 그러한 조치를 취하였으나 전혀 효과가 없었다.
소죽을 너무 먹지 않으므로 아버지와 나는 너무 불쌍한 생각이 들어서 산에서 갓 자라나기 시작한 아주 연한 풀잎과 나뭇잎을 준비해서 거기다가 방앗간에서 구해온 부드러운 쌀가루를 섞어 정성스럽게 죽을 쑤어 소에게 건네주었다. 그러나 평상시에 최상의 음식인 그 죽에도 입을 대지 않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소가 힘이 빠져서 그런 줄 알고 손수 죽을 손에 들고 소의 입에다 억지로 먹여 주었다. 이러한 정성어린 간호에도 불구하고 소는 시름시름 병환(病患)이 더 깊어만 갔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완전히 쓰러지고 말았다. 아버지와 내가 보는 앞에서 숨을 거둔 것이다. 정말 하느님이 야속했다.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정말 이럴 수가…! 나의 슬픔은 애완견(愛玩犬)을 키우다가 잃어버린 사람의 경우보다도, 친한 친구를 잃어버린 사람의 경우보다도, 자기가 아끼고 아껴왔던 보물을 잃어버린 사람의 경우보다도 더욱 더 컸다.
그 당시에는 소가 아주 중요한 가축이어서 마음대로 도축(屠畜)하거나 처리할 수 없었다. 소가 죽으면 당연히 경찰서나 면에 있는 지서(支署)에 신고해야 했다. 우리도 소가 죽었다는 신고를 해야만 했다. 시골에 전화도 없어서 걸어가서 신고를 해야 했다. 아버지는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나더러 지서에 가서 신고(申告)하라고 하였다. 한참 망설이다가 쭉 쳐진 어깨를 하고서 힘없이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지서로 떠나기 전에 다시 한 번 죽어 누워 있는 불쌍한 소를 넋을 잃고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았다. 그러나 한번 죽은 소가 내가 바라본다고 해서 다시 살아날 일은 세상이 세 번 바뀌어도 일어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지서로 향했다. 지서에는 단 한 분만이 근무하고 있었다. 그 분은 어린 나에게 한 분은 순찰(巡察)나가고 한 분은 출장(出張)갔다고 친절하게 말해 주었다. 다른 한 분이 오길 기다렸다가 같이 가자고 하여 한참을 지서 안에서 기다렸다. 순경 한 분과 함께 집에 도착하였다. 집에 도착하니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순경이 어떻게 하여 소가 죽게 되었는지 아버지에게 이것저것 자세히 물어보았다. 아버지도 그동안 일어났던 일을 자초지종 상세히 설명하여 주었다.
결국 순경(巡警)의 지시로 소를 해부(解剖)하기로 하였다. 동네 사람들은 분주히 도마를 준비하고, 칼을 다시 예리하게 갈고, 물을 끓이고 솥을 준비하고 하느라 법석들이었다. 결국 소가 왜 죽었는지 판명이 났다. 소가 먹이를 급하게 먹느라 풀 속에 철사 줄이 들어간 줄도 모르고 먹어버렸던 것이다. 더욱이 소는 뱃속에 귀여운 새끼도 가지고 있었으니 그들을 잃게 된 나는 슬픔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는 홀로 대나무가 촘촘히 서 있는 뒷동산에 올라 소나무에 등을 기대고 한참을 먼 산을 바라보며 한없이 슬픔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사랑하던 소가 새끼와 함께 죽었단다. 나를 두고 가 버렸단다. 나는 이제 홀로 남아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
아름다운 소여, 잘 가라! 나의 가슴과 뇌리에 너의 정(情)어린 모습 새기며 하루하루 널 생각하며 살아가마. 네가 없다고 생각하면 눈물이 날 때도 있겠지. 그리고 너를 생각하며 너와 내가 걷던 길을 다시 한 번 걸어보고 싶을 때가 있겠지. 그러면 나 홀로 네가 옆에 있다 생각하고 그 길을 찾아가 볼께. 너의 열심히 풀을 뜯던 모습, 내가 너를 위해 주면 네가 나에게 보내 준 그 따스한 감사의 눈길, 그 새파란 초원, 그리고 초록 물결 속에 구성지게 피어 있는 자귀나무 꽃이 있는 산등성이에도 올라가 볼께. 또 네가 즐거운 마음으로 숨도 안 쉬고 시원하게 물을 들이켰던 약수터에도 찾아가 네가 입을 대고 물을 마셨듯이 나도 그 물에 입을 대고 쭉 들이키며 널 가슴속에 안고 지낼 것이다. ― 아름다운 나의 너, 너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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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사우송(思牛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