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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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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대의 눈, 나의 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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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전금주 날짜: 2005.07.13. 17:19:15 추천: 1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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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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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눈, 나의 눈
어린 시절엔 왜 그렇게도 무서운 대상들이 많았는지 모르겠다. 어릴 때에는 새로운 것을 많이 접하게 되고 또 그러다 보면 호기심(好奇心)이 발동한다. 그것의 정체(正體)를 알게 되면 가까이 있다는 따뜻한 정을 느끼지만, 전혀 모를 경우엔 경외감(敬畏感)에 앞서 두려운 감정을 갖게 된다. 항상 물에 가까이 있는 오리는 알에서 깨어 처음 물에 들어갈 때 한참동안 망설이는 것을 보았다. ‘물오리‘ 라는 별명을 가진 오리들조차 어린 새끼 시절 물을 처음 접할 때 두려움을 갖는 것이다. 두려움 내지는 경외감을 갖는다는 것은 새로운 앎의 시작이다.
어릴 때 무서운 대상이 많았다. 겨울밤 오줌이 마려우면 차갑고 깜깜한 마루에 있는 요기(尿器;시골말은 ‘요강’)에 가기가 무서웠고, 매가 커다란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면서 땅 가까이 내려올 때는 마치 나를 향해 오는 듯 온 몸이 가느다란 하나의 솜털처럼 축소(縮小)됨을 느꼈다. 하늘에 낮게 떠 굉음(轟音)을 내며 나는 비행기는 머리와 귀를 다 앗아갈 듯한 기세로 마음을 억눌렀다. 심지어 집안에 아무도 없이 혼자 남아 있을 때는 괜스레 주위 어디선가 무엇인가 갑자기 나타나리라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衝動)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또 누나와 둘이 함께 있을 때에도, 누나가 잠자면서 코를 골면 그 코고는 소리가 가슴에 동요를 일으켜 두려운 마음에 한순간 누나가 싫어지기까지 했다.
이 모든 것들 가운데 가장 두려웠던 것은 밤에 심심찮게 뒷동산에서 들려오는 늑대들의 ‘우～ 으～’하고 울부짖는 소리였다. 어릴 때 왜 그렇게도 그 소리가 소름이 끼치면서 가슴 주위에서 요동쳤는지 지금도 알 수 없다. 이러한 감정을 갖게 된 것은 아마도 늑대가 가끔 마을에 내려와 사람과 가축들에게 해(害)를 끼친다는 동네 어른들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릴 때 뒷동산에서 들려오곤 했던 늑대의 울음소리가 지금도 들려오는 듯 생생하다. 그 결과 지금까지도 내가 낼 수 있는 동물 소리 가운데 제일 흉내를 잘 내는 소리가 바로 늑대울음 소리인 듯싶다.
초등학교 시절 어느 여름날, 우리 집 돼지가 8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여기 저기 산짐승 특히 늑대가 많았다. 돼지 새끼를 제대로 키우려면 우선 늑대로부터의 피해(被害)를 막아야 했다. 그래서 밤이면 돼지우리 주위에 불을 밝히고 누군가 지켜야만 했다. 집안 식구들은 모두 밖으로 나간 후였고, 또 마지막으로 아버지마저 밖으로 나가시면서, “애야, 집에 너 혼자 남았으니 돼지우리 잘 지켜야 한다” 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순간 다른 생각이 없었고, 다만 사방에서 홍수가 밀려오는데 그 한가운데 조각배에 몸을 의지하고 있는 외로운 소년의 모습이 떠오르고, 그저 두려운 마음만 가득 차 있어 아무 말도 못하고 대문을 나서는 아버지의 뒷모습만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간곡한 말씀이니 어쩔 수 없이 긴 막대기를 곁에 두고 마루에 걸터앉아 감시(監視)의 눈을 뜨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무서웠지만 자리를 뜨지 않고 곁의 막대기의 위치를 계속 확인하면서 돼지우리에 시선(視線)을 집중하고 있었다. 모기가 다리와 팔을 물어도 별 신경이 가지 않았다. 그저 목표 지점만 주시할 뿐이었다. 한 시간쯤 지난 후 대문 앞에서 뭔가 움직이며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엔 옆집에서 기르는 개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늑대였다. 늑대의 움직임을 주시하였다. 물론 여차 하는 순간에 대처(對處)하기 위하여 한 손에는 막대기를 꼭 쥐고 있었다. 늑대는 마당에 들어와 두리번거리다가 돼지우리 근처로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고함을 지르고 막대기를 휘두르며 마당으로 신발도 벗은 채 내달렸다. 그런데 웬 일인가! 늑대는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을 본 순간, 나도 뛰어 내려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늑대와 9～10 미터의 거리를 두고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었다. 버티고 서 있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사시나무 떨 듯 하며 흐르는 공기(空氣)의 압력에 몸을 맡기고 간신히 정신만 가누고 떠 있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말일 것이다.
한 순간의 시간이 흘러갔지만, 며칠이 흘러간 느낌이었다. 그동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아무 것도, 아는 것도, 느낀 것도 없었다. 단지 늑대의 눈과 나의 눈이 서로 마주치며 서 있었다는 것만은 분명한 일이었다. 서 있을 힘이 다 쇠진(衰盡)되어 갈 즈음, 이상하게도 늑대는 꼬리를 내리고 다시 왔던 길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돼지 새끼, 즉 자기 먹이를 가까이 두고 발길을 돌리는 것이었다. 그 순간 돌아서는 늑대에 대하여 나도 모르게 이상한 연민(憐憫)의 정(情)을 느끼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늑대는 이미 그 자리를 뜨고 사라진 후였다.
늦게 집에 돌아온 아버지에게 그날 밤에 일어났던 일을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내 등을 다독거려주면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무슨 의미의 미소인지 알 수 없었다. 물론 아버지는 의미 있는 미소를 보냈을 것이다. 자신의 아들이 용기 있게 대처해서 기분이 좋아 미소를 지었는지, 어린아이를 곁에 두고 자기 먹이 감을 그냥 두고 떠난 그 늑대의 소심함에 대한 비웃음의 미소였는지, 아니면 이젠 마음 놓고 자식에게 집을 맡기고 집밖으로 떠나도 안심(安心)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온 미소였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아버지의 나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게 해 준 그 늑대가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내가 살던 시골집 앞집에는 1년 후배가 살고 있었는데 그의 아버지는 꽤 여유(餘裕) 있는 분이었다. 여름철이면 하얀 모시옷을 입거나 연한 노란 색을 띤 삼베옷을 입고 뒷짐을 끼고 동네를 배회(徘徊)하곤 했었다. 물론 숱이 많은 긴 눈썹에 하얀 수염을 기르고 있었고, 머리엔 밀짚모자를 쓰고 손엔 부채도 들려 있었다. 또한 재미있는 것은 그 분의 뒤를 항상 바둑이라는 개가 따라 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영리하게 생기고 깨끗한 그리고 힘 있어 보이는 멋있는 개였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일이 벌어졌다. 그 개와 산에서 내려온 늑대 사이에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신기한 것은 주인이나 구경꾼들이 늑대를 쫓아버릴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방(房)이나 담벼락 뒤에 숨어서 그들의 싸움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당연히 개가 승리할 것을 확신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한참동안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나 싶더니 이기리라고 여겼던 그 바둑이가 꼬리를 내리고 입과 목에서 피를 흘리며 헛간으로 피하는 꼴이 되었다. 늑대는 하늘을 향하여 깊은숨을 내뱉더니 바로 자기 고향(?)을 향하여 사라졌다. 물론 늑대의 몸에서도 많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주인은 기분이 나빴지만 아무 말 없이 바둑이를 그냥 그 자리에 두고 잠이 들었다. 그러나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나 보니 바둑이가 사라지고 없었다. 바로 집에 들어올 줄 알고 찾지 않았다. 그러나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도 주인에게 자신의 용맹스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초라한 모습을 보여 주게 되어 아무도 모르게 떠났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금껏 자기를 믿고 귀여워하며 키워준 은혜(恩惠)에 보답(報答)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통함에 그 자리를 떠나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고… 이제는 자기 시대가 끝났으니 다음 세대를 위해 깨끗이 물러나야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외로이 떠났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도 은근히 그 개를 보면 경외감이 들고, 또 가까이 다가가도 자기가 힘센 것을 내세우지 않고 꼬리를 흔들며 반가이 맞이해 주는 그의 태도가 좋았었다. 개가 사라진 이후 쓸쓸한 공간(空間)이 내 가슴속에 하나 생기게 되었다. 그것은 그 늑대가 가져온 결과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야생 생활을 하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도 꿋꿋이 서 있을 수 있는 그 늑대의 저력(底力)에 놀라고 있었다. 나 홀로 넒은 그리고 생존 경쟁이 심한 이 세상에 남겨진다면 제대로 인간 구실을 하면서 독립적(獨立的)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야생 동물인 늑대에게서도 무엇인가를 깨닫는 겸손한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느낌이 들었다.
늑대와 관련된 또 하나의 이야기. 초등학교 5학년 때 새로운 담임선생님이 부임해 오셨다. 교직(敎職)에 몸담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일에 열심히 임하셨고, 또 잘 생기셨고, 특히 음악을 잘 하셨다. 풍금(오늘날의 피아노)을 잘 다루셔서 다른 반 선생님도 우리 담임선생님께 음악 수업을 맡기기까지 할 정도였다. 이 분이 시골 동네에 방(房)을 얻어 학생들을 무보수(無報酬)로 밤늦게까지 지도하여 학생들이 열심히 따르고 또한 성적도 많이 향상되었다. 그래서 우리 반 아이들이 중학교에 입학할 때 다른 반이나 다른 학교 학생들보다도 월등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우리 동네에서는 8명이 같은 학년인데 같은 반에 나와 동생뻘 되는 이모의 딸이 있었다. 우리는 저녁밥을 먹고 2 km가 넘는 신작로(新作路)를 항상 같이 걸어서 선생님 집까지 다녔다. 그리고 각자의 공부를 마치고 11시가 넘어 집에 돌아왔다.
어느 날 동생이 아프게 되어 할 수 없이 혼자 선생님의 집에 공부하러 가야 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비록 약간의 두려움은 있었으나, 선생님의 성의를 생각해서 또 다른 아이들한테 뒤지지 않기 위해 그곳에 혼자라도 가야만 했다.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핑계를 대서 빠진다는 것은 비록 어린애지만 마음이 허용치 않는 일이었다. 이는 나만 그런 마음 자세를 가진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우리 또래의 아이들은 거의 모두가 그러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날의 아이들과는 다른 일면(一面)이었다. 그곳에서 공부를 마치고 눈이 쌓인 밤 11시쯤 선생님의 집을 나섰다. 얼마 전까지 내린 눈은 이미 그쳐 있었지만, 쌓인 눈은 달빛에 더욱 하얗게 빛나 딴 세상처럼 느껴졌다.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헤어져 집으로 향하였다. 혼자서 밤길을 2 km 이상 걸어가야만 한다.
시골 장터가 있는 곳을 지나 사곡(砂谷)과 석교(石橋)라는 마을을 거쳐 섬진강 상류에 있는 마령교(馬靈橋)를 지나 양쪽으로 미루나무가 정열하고 서 있는 신작로를 계속 걷고 있었다. 인적이 뜸한 눈 쌓인 밤길을 혼자 걷자니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그러나 이미 정해진 길, 즉 가야만 할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었다. 계속 발걸음을 옮겨 집으로 가야 했다. 마음은 이미 집에 가 있었지만 걸음은 그와 반대로 빨리 떼어지지 않았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작아질 대로 작아진 가슴에 책을 안고 걷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내가 걷던 차(車)들이 다니는 큰 도로와 5～60 m의 간격을 두고 평행선(平行線)으로 나 있는 동네에 들어가는 지름길이 있었는데, 그 길에 쌓인 하얀 눈 위에 움직이는 물체가 순간 눈에 들어왔다. 걷는 모습이 분명 개는 아니었고 사람의 모습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렇다면 개와 비슷한 동물일 텐데… 그렇다. 바로 늑대였다.
내가 걷는 길은 자갈길이었고, 길 양편에는 포플러나무가 주류를 이룬 가로수(街路樹)가 적당한 간격으로 줄지어 있었다. 그리고 내가 위치한 큰 도로와 늑대가 지나가고 있는 샛길 사이에는 조그만 도랑이 있었고, 나머지 대부분은 논이었다. 눈에 띄는 물체가 개가 아닌 늑대라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긴장(緊張)되기 시작하였다. 한편으로는 이 어려움을 이겨내야겠다는 다짐의 말을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말이다. 늑대는 멈추어 나를 쳐다보다가 걸어가고 또 쳐다보다가 걸어가기를 반복(反復)하였다. 나도 늑대가 하는 식(式)으로 따라 하였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는 항상 준비한 것이 있었다. 가로수 곁에 이르면 천천히 걷다가 다른 가로수를 향하여 갈 때는 빨리 걸었다. 그리고 가로수에서는 잠깐씩 쉬면서 힘을 비축(備蓄)하였다. 늑대가 내 곁으로 다가오면 바로 가로수에 올라가 늑대의 공격을 피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지혜(知慧)도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도 들어 알게 되었다.
우리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견제와 싸움이 계속되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작은 길이 끝나는 부분에서 우리들 서로의 눈에는 서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300여 미터 남은 길을 바짝 긴장하면서 걸었다. 동네 입구에 들어설 때는 조금의 안도감(安堵感)이 들었으나 때는 어두운 밤이었고 인적이 없는 깊은 시각이었다. 방심(放心)하면 안 될 일이었다. 동네의 첫 집이 있는 곳에서 나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무조건 우리 집을 향하여 뛰었다. 대문이 열려 있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신발은 신은 채 나의 방에 쓰러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릴 적엔 시골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게 하였는지를 알지만, 살고 있는 그 당시에는 까마득히 모르고 그저 지구 돌아가는 대로 자연 속에 파묻혀 살았던 것이다. 도시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 자녀들도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순수(純粹)한 모습이 많이 보존되어 있는 시골에서 살아보게 하는 것이 교육적인 면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갖가지 꽃들과 식물과 동물들이 자라는 모습, 심어서 거두어들이는 보람, 전혀 예기치 않는 일이 일어날 때 대처하는 법(法)을 스스로 터득하는 일, 많은 식구들이 서로 싸우면서도 사이좋게 살고 있는 모습, 흐르는 시냇물, 풀벌레 소리들, 산과 들 사이를 오가며 우리의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운무(雲霧)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도시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것들을 알게 하고 느끼게 해 주는 것이다.
늑대와 겪었던 몇 가지 일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늑대의 힘, 즉 자연의 힘을 배웠다. 자연은 누가 힘을 가해 기르거나 다그치지 않아도 우리 인간보다 더 큰 힘을 갖고 있음을 느꼈다. 늑대와 긴장하며 걷던 그날 이후로 지극히 소심하였던 성격에 그나마 조그마한 배짱이 생겼다. 밤이 두렵지 않았고 큰 동물들이 두렵지 않았다. 물론 조그마한 배짱이 더 생겼다고 해서 부모님이나 형님 누나들을 함부로 대하거나 그들 말에 거역(拒逆)을 하는 등의 일은 더욱 더 하지 않았다. 그렇게도 두려워하던 늑대에게도 정(情)이 생겨 동네 개와 싸우고 다소 상처를 입고 떠나간 그 늑대가 보고 싶어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황토(黃土)가 나오는 산으로 갔다. 원래 늑대의 서식지(棲息地)는 황토밭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네 친구와 함께 그 곳에 여러 번 가 보았다. 그러나 낮이라 그래서인지 늑대는 보이지 않았다. 자기들이 살고 있는 흔적도 남기지 않은 늑대들이었다. 뭔가 그들에게 위로의 말이라도 할 목적으로 그 곳에 갔지만 그들을 볼 수 없어 서운하였다. 그러나 빈 공터에 대고 나에게 용기와 배짱 등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교훈(敎訓)을 안겨 준 것에 대하여 감사의 말을 남기고 발걸음을 옮기곤 하였다.
“늑대야! 그 동안 나에게 보여준 그런 모습만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거라.
그리고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말고 끝까지 남아 우리 인간과 함께 살아다오.
난 널 사랑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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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6. 전체글: 123 방문수: 728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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