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별
전 금 주
북한의 김일성을 그곳 주민들은 민족(民族)의 태양(太陽)이라고
칭하였다고 한다.
이 말이 그저 듣기에는 아주 거창한 의미의 말로 다가온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속이 텅 비어 있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이기도 하다. 허풍(虛風)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속이 비어 있기 때문에 겉으로 무언가를 드러내기 위함일까?
하여튼 좋은 의미는 아니다.
사람들은 대개 무엇보다도 우선 자신의 모습이 남에게 거창한
모습으로 비쳐지기를 원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일 것이 있는 듯 여기는 모양이다.
같이 근무하는 직원이 실수(失手)를 하면 자기는 전혀 그것에
대하여 책임(責任)이 없는 듯이 꽁무니를 빼지만, 반대로 업적(業績)을
세우면 마치 그 일을 자기가 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자랑하는
사람도 있다.
자기가 뭔가를 잘못하면 그것을 시인(是認)하고 반성하려 하지 않고,
그 상황에서 조용히 고개 숙이고 꽁무니를 빼고 숨어버린다.
잘못이 크고 작은 것에 상관없이 말이다. 반면에 큰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아주 작은 것이라도 자기가 업적을 이루면 자신이
한 일보다 더 크게 그리고 넓게 해석하여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을
과시(誇示)하려 한다.
자신이 한 일보다 더 크게 보이길 원하는 것이다.
그런 경우 상대방이 내심 감동하여 그러한 것을 인정한다면
그러한 행위가 할 만한 가치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겉으로는 그러한 것을 마지못해 받아들이지만 속으로는
실상(實狀)을 대부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감동을 받을 일이
되지 않는 것이다.
작금의 정치 지도자들을 보자. 그들은 번들번들한 입술로
모든 것을 걸고 국민들 편에 서서 개혁(改革)하겠다고 떠들어댄다.
마치 자신이 신(神)이라도 된 듯, 정의의 사자(使者)라도 된 듯,
의미 있는 커다란 태양이라도 된 듯, 그리고 모든 것을 지배하며
이룩할 수 있는 초능력(超能力)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된 듯이
혀를 길게 내밀어 침까지 튀겨가면서 역설(力說)한다.
그러나 그러한 개혁에 대한 약속의 결과를 보라.
제대로 이루어낸 적이 있는가. 오히려 국민의 세금(稅金)을 축내지
않았다면 그것으로 다행일 뿐이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정치가들의
말로(末路)가 불행으로 끝나는 것을 보라.
아마도 마음속에 남모르게 빛나는 빛으로 국민 편에 서서
조용한 개혁을 하지 않고, 소아적(小我的)인 생각으로 자기들
잇속만 챙겼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가들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이 갈 일이다. 심지어
종교인(宗敎人)이나 교육자들까지도 그러한 생각에 끼어들어
즐기고 있는 경우가 있다니 한심한 일이 아닌가.
멀리서 말없이 빛나는 작은 별을 자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멀리 있는 작은 별이 실제로 더 큰 별임을 알아야 한다.
반면에 이름 없이 남몰래 숨어서 뜻있는 일을 하는 수많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과 같은 모습을 가진 사람들을 보라.
외딴 섬에서 몇 년간 비어 있었던 교회(敎會)를 맡아 10여명의
신도와 신앙생활을 하면서 교회를 유지하기도 힘들고,
중풍(中風)으로 쓸어져 있는 자기 아내 간호하기도 힘들고,
그곳에 이사와 잃은 자식을 잊기도 힘든데, 이웃의
의지(依支)할 데 없는 노인들을 위하여 양로원(養老院)을 지어
보살피는 목사(牧師)는 진정한 하느님이자 예수님이 아닌가!
또한 어둡고 깜깜한 밤에 또는 이른 새벽에 거리를 깨끗하게 해주는
환경 미화원들은 바로 그 별들의 모습 그대로다.
이웃 사람들은 곤히 잠잘 시간에 거리로 나와 교통 사고의 위험도
무릅쓰고 부지런히 정해진 시간 내에 모든 더러운 것들을
치워야 하는 그들은 분명 안으로 제대로 성숙한 별들임에 틀림없다.
꽃, 곡식, 열매 등의 변화 과정을 보라. 그들은 그들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우리들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도 사실 그러한 모습을 육안(肉眼: naked eye)으로는
제대로 볼 수 없다. 그러나 어느 날 그들의 그러한 황홀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감탄한다. 좋은 일은 이렇게 숨어서
남모르게 하는 것이다.
선한 행위는 남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흔히 남들의
그러한 내적인 아름다움을 의식하지 못하고, 겉에 드러난 것만을
가지고 또는 나에게 다가오는 입에 발린 달콤한 말만 신뢰하고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대수롭게 생각지도 않는 별들이 저 멀리서 의미 있게 빛난다.
태양은 하나다. 그러나 별은 수 억 개라고 한다. 보이지 않게
감동을 베푸는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의 모습 바로 그것이다.
별들은 제 각각 자기만의 역할(役割)을 가지고 빛나고 있다.
생각해보면 하늘에 떠 있는 태양보다 수많은 별들이 하늘에
신선한 모습으로 떠 있을 때의 모습이 더 감동적(感動的)이 아닌가!
별처럼 조용하고 겸손하게 빛을 발(發)해야 한다. 항상 사치(奢侈)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 한 구석 또는 전체가 비어
있기 때문에 그러한 공허함을 채우기 위하여 자신의 외양(外樣)을
꾸미려 드는 것이 대부분이다.
건강한 사람이 화장을 하지 않아도 속에서 우러나오는 건강이
바로 혈색으로 드러나 안색이 행복해 보이는 것처럼, 속이 든
사람은 겉을 꾸미지 않아도 자기도 모르게 아름다운 인격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1963년에 태양보다 훨씬 더 밝은 별인 케이자를 발견했다고 한다.
지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우리가 보기에 아주 희미하게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그 별 자체는 지구에 가까이 있는 태양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밝다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희미하지만 조용히 자기 역할을 하면서 남에게 빛을
주는 사람은 새벽 별 바로 그 모습이다.
겉보기에 작고 희미한 것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겉보기에 크다고
생각하는 자신을 깨달아야 하리라.
빙산(氷山;glacier)을 보라. 90%는 물속에 잠겨 있고 단지 10%만이
그 모습을 밖으로 드러내 보인다고 한다.
우리는 시골길이나 포장 안된 길을 걷다가 무심결에 돌 뿌리를
그저 땅위에 뒹굴고 있는 자갈쯤으로 알고 발로 걷어 찬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떠했는가? 기분 좋은 상황이었는가? 아니었을 것이다.
발로 찬 순간 아픔이 가슴까지 울려 그 자리에 발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온갖 인상을 지으면서 쓰러져 있었을 것이다.
땅속 깊이 박혀 있는 돌의 본체(本體)를 무시하고 덤볐으니
그런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기 쉽고, 또 겉모습만
애써 꾸미려고만 한다.
특히 오늘날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그러한 경향이 더욱 심하다.
마음속을 채울 수련(修鍊)은 하지 아니하고 오직 감각적이고
시각적인 면만 채우려 하니 심신의 균형(均衡)이 잡히지 않는다.
절름발이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태양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거창하게 빛과 감동을 주려고 하지 말고,
우선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나 물건에 애착(愛着)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더 우선적인 일은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고 닦아야 한다.
근본(根本)이 없는 학문이나 인간은 무너지기 쉽다.
근본은 자신에게 진실하게 임하는 것이요, 남의 입장에
나를 두고 생각하는 것을 행하는 것이리라.
또한 이것은 사랑의 기본이기도 하다. 사랑은 결국 진실하게
남의 입장에 서서 남모르게 선한 일을 행하는 것이다.
사랑만이 그것도 순수(純粹)한 사랑만이 우리 인간을 온갖
악에서 구제(救濟)하고 해방(解放)시켜주는 기본이다.
어릴 때부터 마음속에 키워온 사랑의 마음을 정직하게 키워서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은 물론 남에게 쏟을 수 있는 사람만이
바른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사람은 자신의 생활에 행복한 마음으로
그리로 열린 마음으로 임하는 사람이 될 것이며,
또한 타인들에 대한 책임감과 그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인간 사회에 대한 연대감(連帶感)도 아울러 가지게 될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진정한 승리자는 어둠 속에서 빛나며 남모르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늘진 곳을 밝혀주는 새벽 별 같은 참되고
가슴이 꽉 차 있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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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새벽 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