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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재 박병순선생 시인 생가 탐방/수필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1.07.23. 19:17:23   추천: 1   글쓴이IP: 211.38.243.50
진안문학: 하광호

구름재 박병순선생 시인 생가 탐방

하광호

처서가 지나서인지 조석으로 서늘한 바람이 스친다.
창문을 여니 매미소리가 아쉽게 울어대니 시끌시끌하다.
오늘은 무작정 나섰다.
진안고원의 시원함을 만끽하고 싶어서였다.
소양을 지나 모래재로 달렸다. 숲이 우거지고 녹음이 짙어
햇볕을 가리고 구불구불한 도로를 달리니 푸른 하늘을
비행하는 것 같았다.
자연과 동화되니 마음은 천국이다.
모래 재 터널에 당도하여 뒤돌아보니 시원한 마파람이 얼굴을 스쳤다.
멀리 보니 산들이 겹겹이 싸여 한 폭의 한국화 같았다.

오늘은 마음먹고 일찍 출발했다.
내 고향 진안을 나들이 할 때마다 느끼는 감회는 남다르다.
부귀면 세동길의 메타스퀘어 길은 장관의 연속이다.
모래 재 휴게소부터 조성된 길은 3km다.
이곳은 십여 년 전 ‘내 딸 서영이’의 TV드라마 마지막
엔딩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
전국사진작가 동호인이 자주 찾는 곳으로 풍광에 눈이 끌려 마음을
빼앗기곤 한다.
3년 전 이곳에 구름재 박병순 선생 생가가 조성되었다.
구름재 박병순 생가朴炳淳生家 표지판이 도로변에 있다.
그동안 바쁘게 살다보니 그냥 스치곤 했었다.

문예에 관심 있다 보니 구름재 박병순 선생의 생애와
작품세계에 궁금증이 더해졌다.
작가가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글들이 궁금해서였다.
그때의 환경은 어떠했고 출생지는 어디고 생을 마감한 그 시절의
배경에 더더욱 궁금할 수밖에 없다.
어떠한 여건에서 많은 작품 활동을 했는지
이 고장분이라 더욱 애착이 간다.
약속이 있던 없던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갈 때 느끼는 마음은 다르다.
그리워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구름재 박병순 선생을 뵈었다.

입구에서 만난 무궁화 꽃이 환한 모습으로 반갑게 맞이했다.
초가지붕이 정갈하게 입혀져 있었다. 뒤란에는 봉숭아꽃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푸른 소나무가 곧은 절개를 주니 내 마음도 푸르다.
우편에는 정각이 있다.
구름재 박병순 선생을 뵙고 만난 분들을 위해 쉬어가란다.
먼 곳에서 달려왔으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다소나마 여유 있게 담소하며 대화 꽃을 피워보란다.
배려의 여유가 내 마음에 그 분이 다소곳이 들어왔다.

얼굴은 못 뵈었지만 한평생 고귀한 삶이었다.
춘당 박종수, 김성녀의 맏아들로 1917년 12월 23일 전라북도
진안군 부귀면 세동리 적내마을 1245번지에서 출생하여.
2008년 12월 3일 정오에 서울 송파구 가락동 삼환아파트 10동 304호
자택에서 92세를 일기로 별세하였다.
자라온 환경은 어려웠지만 한글을 으뜸으로 나라사랑을 펼치신 분이다.
시조의 생활화로 겨레문학을 꽃피우신 선생님의 뜻을 기리고 싶다.
좋아하는 작가일수록 마음이 더 간다.
현장에서 직접 보면서 가이드의 설명을 들어야 하지만 가이드가 없기에
상상할 수밖에 없다.
생가를 둘러보며 몇 편의 시를 읽어보면서 작가의 흔적에
공감할 수 있었다.
구름재 박병순 시비가 보였다.
돌을 깎아 세운‘앵도’,‘속금산(馬耳山)’,‘무궁화’시비가 함께 있다.
유달리 마이산 조각에 새겨진 ‘봄눈’이란 시에 마음이 닿았다.

“눈이 탐스럽게 내린다.
흰나비인 양 춤추며 내린다.
밀 보리 쏟아 지신다신 가람 스승님 생각도 나고,
어린 맘 절로 신이 나서 덩달아 춤을 춘다.
경칩이 엊그젠데 봄눈 탐스럽게 내린다.
보리 풍년도 까마득한 옛이야긴데,
촌색시 봄 손님 맞은 듯 괜스레 가슴 설렌다.”

삼천리강산에 핀다는 무궁화가 정자와 함께 외로움을 품고 있다.
위로하듯 은행나무가 녹음되어 시원함을 더하고 있었다.
가로등도 지키고 있다.
외롭지 않도록 낮에는 자고 밤에는 저녁 내내 불침번으로
생가를 지키고 있으니 고맙다.
대부분 문우들이 구름재 박병순 생가를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남다르리라.

이미 두 팀이 방문하여 돌아보고 있었다. 진안고원의
아름다운 메타스퀘어 길에 있는 구름재 박병순 선생님의 생가를
둘러보며 생전의 흔적을 찾아보았다.
작품의 내면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
구름재 박병순 선생께서 다가와 웃으시면서 ‘잘 오셨습니다.’
찾아주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 같았다.
석양의 노을은 양털구름으로 잿빛으로 물들었다.
세동길 메타스퀘어 길을 걷는 내내 문학을 꿈꾸는 소년이 되어
돌아오는 발걸음이 한층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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