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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 2021. 09. 26.
 상생/수필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1.07.23. 19:17:05   추천: 1   글쓴이IP: 211.38.243.50
진안문학: 하광호

상생

하광호

밭에 도착하니 빨간 물감을 색칠한 듯 고추가 실하고 탐스럽다.
한쪽에서는 깻잎이 나도 있다고 파랗게 웃으며 손짓을 했다.
그러자 몇 해 전 심은 사과나무도 빨간 부끄러움으로
주먹만 한 복숭아들도 까맣게 익은 아로니아도
시샘하듯 얼굴들을 내민다.
또 몇 개 남은 옥수수가 수염을 축 늘어뜨리고 기다리고 있다.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2모작의 삶이 내 생애의 이모작에
여유로운 마음을 안겨준다.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니 농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듯하다.
마이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사자골 농장’을 갈 때마다 바람이
먼저 찾아와 나의 머리카락을 살짝 건드리고 인사한다.
밭에서 풋풋하게 자란 작물들과 열매들을 보노라니 재미가 쏠쏠하다.
그동안의 수고를 스스로 위로받곤 한다. 자연의 혜택을 몸소 받으며
자연과 함께 하니 고맙기 그지없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한 활동도 제약받고 거리두기, 마스크쓰기로
심기가 불편했다.
건지산을 친구삼아 숲길을 걸을 때는 사람 만나는 것도 부담이 되 곤했다.
또한 계속되는 긴급재난 문자는 마음을 옥죄었다.
수시로 계속되어 놀라기도 하고 생활에 부담이 나름 가중되었다.
그리고 행여 나로 인해서 타인이나 가족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마음이 심적 부담으로 작용해서 손 씻기도 자주 했다.
집안에만 있으려니 나약해지고 무력해 갔다.
이런 때 그나마 주말농장이라도 운영하고 있어서 유일한 피난처였다.
평소엔 새벽 걷기 운동하고 주말에는 밭에서 작물들과 데이트를 했다.
지난봄 심었던 호박넝쿨이 온 밭을 뒤덮더니 이 곳 저 곳에서
주먹만큼 큼직한 호박들과 마주치며 인사를 하곤 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작물들이 신음 신음하며 아프다고 아우성이다.
주변의 잡초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래서 집에서 쉴 때면 때로는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밭으로 가곤 했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들게 사는지 모르겠다며
나에게 늘 핀잔을 준다.
그리고 필요한 과일이나 먹거리는 사먹으면 된다며 고생을 사서하냐고
불평불만이다.
농장에 가면 병충해 방제도 하고 잡초도 뽑다가 녹초 되어 돌아온
나에게 차량운영비도 안 된다며 불만석인 말투다.
오늘 아침에는 다음에 밭에 갈 때에는 양배추 두 포기 뽑아오란다.
나를 인정해주는 것 같아 갑자기 마음이 뿌듯하고 기뻤다.
그 이후 식탁에는 내가 재배한 작물들이 한 가지씩 늘어갔다.
호박을 따와 풋고추, 깻잎을 쫑쫑 썰어 붙임전도 했다.
가지 무침, 양배추를 활용한 샐러드를 다양한 찬으로 먹으니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지루한 장마로 인해 걱정 반 기대 반하며 밭을 돌아보았다.
심은 작물들은 싱싱했지만 오랜 비로인해 풀 반 작물 반이다.
가끔 불청객 멧돼지 손님도 다녀간다.
그런 날이면 옥수수를 폭탄 맞는 것처럼 몹시도 허탈했다.
허전했지만 생각을 바꿨다.
멧돼지들도 산에서 먹을 것이 부족하여 내려와
먹이를 찾는 것은 당연하리라.
지난해에도 옥수수를 망쳐놓고 복숭아 가지를 다 부러뜨리고
난장판을 만들었었다.
사과도 마찬가지다.
가지에 달린 사과도 까치가 쪼아먹고 그 뒤에는 벌들이 달려들어
단맛에 취해 계속 윙윙거린다.
마음을 내려놓았다. 이제는 피해를 함께 감수하며 상생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바꾸니 편했다.
삶을 정도를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파스칼은 ‘인간은 나 자신을 알아야한다. 그것은 비록 진리를
발견하는 데는 도움을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나의
생활을 다스리는 데는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동안 세상을 지배하는 인간의 위대함을 느꼈다.
하지만 바이러스라는 코로나19에 허물어지고 오랜 비에 폭우에 생태가
파괴되는 현실에 인간의 나약함과 자연의 위대함을 느꼈다.
비 온 뒤 구름사이로 햇볕이 고개를 내밀었다.
밭 두렁 사이 언덕으로 어미 멧돼지 한 마리가 지나갔다.
그 뒤에 새끼들이 한 마리가 뒤따라가고 조금 있으니
또 한 마리 모두 5마리가 지나갔다.
상생은 상호이익을 찾기 위한 서로간의 신뢰와 대화가 전제되어야 하며
한쪽에 치우쳐 있던 힘과 권한을 공동의 또는 공공의 것으로
나누기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상생은 우리 사회를 진보시키는 중요한
바탕정신이 된다.
요즈음 나는 작물을 키우면서 상생을 배웠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낡은 가치관과 일부 집단의 이익을 온존시키는
욕심을 가지고는 절대 실현하기 어려운 고통이 따르는 아름다운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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