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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이라는 단어에 설레는 사람/수필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1.07.23. 19:16:47   추천: 1   글쓴이IP: 211.38.243.50
진안문학: 이상훈

마을이라는 단어에 설레는 사람

이상훈

필자는 마을이라는 단어에 설레는 사람이다.
마을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좋다.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마을에 매력을 느껴 수백 수천
마을을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장승과 짐대, 선돌, 당산나무, 성 신앙 등을 보기 위해
마을에 갔다.
그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장승과 짐대, 돌탑, 당산나무가 왜 그곳에 세워졌는가를
보기 위해서 간다.
마을 어른과 막걸리라도 한잔 먹기 위해서 간다.
그래서 술꾼이 되었다.
술꾼이 되지 않고서는 마을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운전 면허증 없는 술꾼이 되어버렸다.
한때는 자전거만을 타고 마을을 답사하기도 했다.
터미널에 가서 군내버스 기사에게 자전거 싣는 것을 양해 받고
종점에 가서 내린다.
종점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둘러보고 집에까지 돌아온다.
그 날 필자에게는 엄청난 양의 마을 이야기가 쌓이는 날이다.
그 기쁨으로 마을에 다녔다.
마을에는 여러 가지 이름이 쓰인다. 촌락, 동촌, 마을 등으로
불리는 마을 이름 중 역시 ‘마을’이 제일 정감 어린 명칭이다.
마을이라 부르자. 그리고 부락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자.
부락(部落)이라는 집단 명칭은 일본에서 천민 집단이
모여 사는 곳을 일컫는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모든 마을 이름 뒤에 00부락이라 부르게 했다.
우리나라 전체를 천민시 하려는 의도가 배어 있었다.
지금에도 일본에는 약 300만 명의 부락 출신자들이 결혼, 취직 등에
마치 재일조선인이 당하는 차별을 받고 있다.
송기숙 선생님이 펴낸 ‘마을, 그 아름다운 공화국’이라는 산문집이 있다.
송 선생님의 마을은 세상의 축소판이다.
그는 마을에 대개 5가지 유형의 인물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한 유형의 사람이 없어지면 곧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 그 자리를
메우게 마련이라는데, 존경받는 마을 어른이 있고, 늘 말썽만
부리는 버릇없는 후레자식, 일삼아서 이 집 저 집으로 말을 물어 나르는
입이 잰 여자와 틈만 있으면 우스갯소리로 사람들을 웃기는 익살꾼,
그리고 좀 모자란 반편(半偏)이나 몸이 부실한 장애인 등 5가지 유형이다.
답사는 다양한 마을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그곳에 마을 이야기가 있다.
장승과 짐대, 돌탑, 당산나무, 마을숲 등은 마을 사람과 관련지을 때
진정한 의미를 지닌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무관심한 대상이 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마을 답사는 한여름과 한겨울이 제일 좋다.
한여름에 잠시 일손을 놓고 쉬는 모정과 한겨울 농한기에
마을회관에 가면 마을 사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분들이 마을에 관한 한 최고의 선생이다.
마을은 도대체 무엇이며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떤 구조로 되어 있을까?
마을은 혈연과 지연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작은 국가와도 같은 공
동체적인 집단을 의미한다.
마을은 터 잡아 사는 사람들의 공간이다.
마을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종교 등 모든 영역이
갖추어진 공간이다.
정치면에서 촌장 중심의 의사 논의 기구와 결정조직, 경제면에서
두레 조직, 사회면에서 여러 금기와 도덕, 윤리조직, 문화면에서
놀이조직, 교육면에서 서당이라는 교육기관, 종교면에서 마을굿 등이
갖추어져 있어 가히 하나의 작은 국가라고 말할 수 있다.
전통 마을의 공간구조를 서장, 중장, 결장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서장은 골의 동구로부터 시작된다.
동구에는 경계 표시나 수호신으로 장승이나 짐대가 놓인다.
또는 바위에 의미를 담긴 글씨를 큼직하게 새겨 놓기도 한다.
마을 경관이 좋다는 의미나 마을 명이 새겨진 바위가 나타난다.
새로운 공간으로 진행함을 암시해 준다.
또 이곳에는 돌탑, 선돌, 돌 거북, 마을 숲, 당산나무 등이 있다.
이곳은 사람들이 다니는 통로로 외부 사람에 대한 감시 기능도 한다.
큰길에서 마을로 통하는 길을 일직선상으로 새롭게 내었는데,
이를 1970년대 새마을운동 일환으로 내었다 하여 새마을 길이라 한다.
그러나 전에는 마을이 큰길가에서 보이지 않았다.
새마을 길보다 멀지만, 굽이굽이 돌아가면서 무엇이 나타날까 하는
기대감과 호기심으로 마을을 찾아가는 길은 지루하지 않았다.
고향을 찾아가는 마음처럼 설레는 길을 휘감아 돌아서 마을에 들어섰다.
이곳에서 보면 그림 같은 마을 전경이 펼쳐진다.
중장은 마을에 보이는 효자비, 열녀비와 같은 비각들이 세워지고
또 고목에 둘러싸인 오솔길, 돌담, 마을 공동 샘, 빨래터가 설치되고
마을이 중심 시설물인 모정이 나타난다.
중장은 마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효자비, 열녀비의 한(恨)을 살아간 사람들의 애틋한 생애와는
상관없이 마을의 자부심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마을 사람들의 생명수인 공동 샘, 마을의 대소사와 모든 정보가
소통되는 빨래터와 모정, 마을이 재생산되는 가옥들이 있는 곳이다.
결장은 마을에서 가장 중심이 된 가옥에서부터 마을이 끝나는 곳이다.
중심 가옥에서 길은 자연스럽게 굴곡을 이루어 마을 뒷산으로
이어져 길 자체가 마을 뒷산이라는 대자연에 흡수된다.
마을은 자연의 품속에 자리하고 있다.
마을은 유기체다.
사람들이 흘러 들어와 마을이 태어나고,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죽음을 맞는 역사를 간직한 생명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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