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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 유택을 다시 지으며/수필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1.07.23. 19:16:22   추천: 1   글쓴이IP: 211.38.243.50
진안문학: 신팔복

부모님 유택을 다시 지으며

신팔복

아버님이 돌아가신 지 36년이고 어머님은 6년이 되었습니다.
매년 벌초를 하고 추석 때마다 성묘를 다녔는데 봉분이 차츰
무너지고 가라앉았습니다.
날 잡아 고쳐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손쉽게 고치지 못해서
불효가 되었습니다.
지난해 산짐승이 묘를 건드리고 굴까지 파놓아 영 보기가 싫었습니다.
마침 올해(庚子年) 4월에 윤달이 들어 유택을 다시 짓기로 맘먹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산짐승이 건들지 못하게 튼튼하게 짓고 상석이라도 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비석공장을 찾아갔습니다.
묘지를 둘러본 공장 사장이 벌 안이 조금 좁아 비석까지 세우기
어렵다 하여 둘레 석과 상석, 망주 석을 골랐습니다.
친구들이 와서 보았고 일꾼들이 일했습니다.
굴삭기로 묘지 앞을 더 넓혔고 봉분을 허물고 둘레 석을 놓았습니다.
돌을 골라내며 흙을 다졌고 잔디를 입혀서 새롭게 유택을 지었습니다.
마침 망종날이라 날씨는 쾌청했지만, 무척 더워 일꾼들도
땀을 많이 흘렸습니다.
상석을 놓고 망주석도 세우고 잔디를 깔았더니 마치 초가를 허물고
기와집을 지은 것 같아 무척 좋아 보였습니다.
음식을 올리고 아내와 함께 절을 올렸습니다.
자식들도 와서 성묘하고 둘러보더니 마음에 드는지 흡족해했습니다.
우리 내외와 후손들의 이름이 상석 옆면에 순서대로 새겨진 것을 보고
손자가 더 좋아했습니다.
그 날이 생각납니다.
진갑이 되시든 해, 진안읍에 살 때였습니다.
자리보전하고 계시던 아버님의 임종이 가까웠는지 정말 출근하기가 싫어
미루적거리며 마루에 걸터앉았다가 어머님의 부름을 듣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버님의 손을 잡고 눈을 맞추고 있을 때 마지막 숨을 깊게 내쉬시고
스르르 눈을 감으셨습니다.
마침 형의 위중함을 연락받고 서울에서 내려와 계시던 작은아버님도
임종을 함께 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었습니다.
마이산 선영하에 아버님의 묘를 쓰고 집에 영실을 짓고
삭망도 지냈습니다.

어머님은 내가 직장을 전주로 옮기게 되어 인후동 삼호아파트로
이사하여 함께 살았습니다.
항상 자애롭게 집안을 살펴주셨고 손주들이 커가는 모습과 결혼해 낳은
증손자들의 재롱도 보셨습니다.
큰 병은 없었으나 나이가 드셔서 병원에 다니시다가 사양동 아래
진안요양원에서 2년을 계셨습니다.
2014년 따뜻한 봄날 90세에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계시던 요양원이 젊었을 때 살았던 마을길이라 마이산을 바라보며
항상 안정하셨고 편안하다고 말씀하셨지만 나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장례는 바로 옆 동부병원 영안실에서 치렀고 유골을
아버님 곁에 모셨습니다.
사랑하는 두 분이 한자리에 계시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평생을 농사로 사신 아버님 어머님은 저를 대학에 입학시키시며
논을 팔아 등록금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내가 아까워할 때 아버님은 ‘이런 때 쓰려고 모은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버님의 뜻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뒤지지 않게 공부했는데
어느 날 ‘나는 너를 대학을 보내니 너는 아이들을 유학까지도
보내야 한다,’하시던 말씀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둘째 손자가 캐나다에 유학해서 경영학박사가 되어
그곳에서 2년간 교수로 재직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귀국하여 현재 고려대학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또한 큰손자도 일찍이 박사학위를 받아 서정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니
생전에 아버님의 뜻이 이뤄지는 것 같아 큰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예뻐하시던 손녀는 교육대학을 나와 부부 교사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둘러보면 바로 앞 자연생태공원에 꽃이 활짝 피어 좋은데
지난날 우리 과수원이었습니다.
복숭아, 포도, 사과가 주렁주렁 열렸고, 손주들을 데리고 와 따주시며
기뻐하셨지요.
저편에는 작은 원두막도 있었고요.
농사를 지으시며 저를 키워주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잘 모시지 못하고
불효한 일들만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저 아래 보이는 사양저수지는 항상 물결이 잔잔하고 아침으로
물안개가 피어나 고요하게 보입니다.
중앙에 설치한 분수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도 경치를 더해줍니다.
시원한 여름밤에 보는 야경은 오색불빛으로 반짝거려 더욱 아름답습니다.
마을이 보이고 푸르른 산세가 쭉쭉 뻗어있으니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 맘에 듭니다.
아버님이 생전에 자리 잡으셨지만, 오늘 새롭게 단장하고 터를 넓혔으니
세월이 지나면 나와 아내도 이곳에 머물 수 있도록 자리도 마련했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부디 편안한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라옵는데 이승에서 항상 정답고 알뜰하게 사랑하셨듯이
하늘나라에서도 서로 아끼고 사랑하시며 즐겁고
행복한 날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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