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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예찬/수필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1.07.23. 19:15:42   추천: 1   글쓴이IP: 211.38.243.50
진안문학: 노덕임

인생예찬

노덕임

예순 세 번째 생일을 보내고 나니 참 많이 오래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30대엔 회갑 되신 분들을 보면서 까마득하게 느껴졌는데.
몸도 자주 아프고 삶에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자신이 없었는데.
육십대 초반! 아슬아슬, 갈팡질팡, 우여곡절, 하하호호……연습 없는 인생.
여기까지 무사히 살아온 게 다행이고 감사하다.
되돌아보면 참 기특하게 운 좋게 이 나이에 도달한 것 같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인생을 예찬하고 싶다.
악연도 인연도 사주팔자도 느긋하게 돌아보면서 삶에 맛을
음미해 보는 나이다.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일을 치열하게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아직은 건강하게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지금의 나이가 참 감사하다.
육아 끝! 잔 손 가는 애들이 없으니 몸은 자유로운데 이제부터
몸 관리가 필요한 나이다.
건강에 좋다는 운동도 찾아서 하고, 몸에 좋다는 음식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텃밭 가꾸기와 화단 가꾸기! 평생 못 해보고 죽을까봐 걱정했는데.
벌써 귀촌 10여년이 되어간다.
건물이 솟는 곳보다 식물이 자라는 산골, 도시에 반짝이는 간판보다는
텃밭과 화단이 좋으니. 아주 탁월한 선택이다.
이 나이에 이런 재미를 못 느꼈다면 무슨 재미로 살았을까?
도시 친구들을 만나면 들어 주지도 않지만, 텃밭 자랑, 꽃 자랑에
열을 올린다.
날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텃밭을 보면서 일과 여가의
조화를 이룰 수 있어 좋다.
인생이 가을에 접어들었는데 가을이면 더 신바람이 난다.
몸을 챙기는 나이에 텃밭농사는 대만족이다.
도시에서는 가을이 싫었는데 허무함이 마음을 적시곤 했는데
주렁주렁 열린 풋대추 한 개 팍 깨물면 아삭아삭 퍼지는 가을의 맛
산골에서 맞이하는 가을은 더 뿌듯하다.
내가 거둬들인 작물로 음식을 만들고 먹을 수 있는 일상에,
소박한 행복을 느낀다.
수십 종류의 작물에 두런두런 말을 걸어 보고, 넙죽넙죽 절을 하고 싶다.
그동안 시간 없어서 못했던 일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오고 있다.
고생은 충분히 했고, 후회도 많이 하고 살았다.
이제 무엇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보람이 있는지 고민한다는 건
신나는 일이다.
수다가 즐거운 나이에 접어드니 북적대는 곳이 좋다.
문화프로그램도 찾아다니고, 운동도 하러 다닌다. 십대 때나 지금이나
호기심은 여전하다.
해보고 싶은 일이 많으니 날마다 새로운 추억이 쌓인다.
읽고 쓰는 취미도 여유로운 시기를 즐겁게 보낼 수 있다.
문학을 즐기는 취향도 달라졌다. 신세대들의 대화가 재미있고,
작가들의 엉뚱한 시나 글을 좋아한다.
과거보다는 미래, 고난보다는 재미있는 내용이 좋다.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진 고전 속 여인들의 삶은 지우고 싶다.
유쾌하고 당당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현대 여성의 삶이 좋다.
나이가 가져다준 선물. 엄마에서 할머니라는 호칭도 듣게 되었다.
아들과 딸을 키울 때는 몰랐는데, 인구 두 명을 늘려 놓은 일도
참 잘한 일이다.
손녀가 할머니라고 부르는 입술이 사진을 찍어 놓은 듯 선명하다.
손녀가 품에 안기니 내 모습에서 옛날에 엄마 모습이 보인다.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언니도 세상을 떠나고, 친구들이 병원에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주변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나에게 오는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생각을 해본다.
과거에 대한 기록은 많이 해 두었지만, 이쁘게 나온 사진들을 골라
짧은 영상을 만들 생각이다.
나의 장례식장에 오는 사람들이 웃고 돌아갈 수 있도록 재미있는
모습의 영정사진도 준비해 두었다.
올 봄에 보건소에 ‘연명치료 사전 거부의향서’를 신청하러 갔다가
의료원으로 가라고 해서 못했다.
‘연명치료 사전 거부의향서’도 잊지 않고 작성해야 할 나이다.
의식 없는 몸에 생명을 연장시키는 고통을 더 하고 싶지 않다.
우리나라의 여자 평균 수명까지 인생을 예찬하면서 살고 싶다.
이렇게 큰복을 지으려면 즐겁게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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