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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 2020. 11. 25.
 사량도 지리산
글쓴이: 김요옿  날짜: 2020.11.01. 22:36:15   추천: 1   글쓴이IP: 175.202.95.184
진안문학: 신팔복

사량도 지리산

신팔복

산은 어느 산이나 그 자체로 아름답다.
나무들이 자라고 그 속에서 다양한 생명이 터를 잡고 살아간다.
계절마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며 새들이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보금자리다.
사람들도 숲에서 휴식을 얻는다.
나는 요즘 집에 있기가 답답해서 그냥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을 때가 많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부터 지루하고 심심해졌다.

푸른 바다와 잘 어울리는 섬산, 통영 사량도(蛇梁島)
지리산(池里山)에 가고 싶었다.
인터넷 지도를 열고 뱃길을 찾아봤다. 사량도에 연결되는 뱃길은
삼천포항, 고성항, 통영의 가오치항, 세 곳이었다.
아내와 함께 쭉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려 사천시 삼천포로 갔다.
삼천포항에서 오후 3시에 출항하는 배에 차를 싣고 출발했다.
토요일인데도 승객은 별로 없었다.
차림새로 보아 등산객과 낚시꾼이었는데 모두가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배는 거침없이 바다로 나아갔다.
50여 분이 지나서 작은 섬 수우도를 거쳐 사량도 위 섬 내지항에 도착했다.
청정해역이라 바닷물이 아주 맑았다.

차를 몰아 상도일주도로를 달렸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바닷바람이 무척 시원했다.
굽어진 섬길 따라 전망대에 올랐다. 멀리 보리암이 있는
남해도가 바다 위에 펼쳐져 있고, 가까이는 수우도와
작은 농가도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다시 사금으로 돌아왔다.
대섬이 가깝게 바다에 떠 있었다.
옥동항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이 올망졸망해 보였다.
높고 낮은 산봉우리와 사량대교가 보여 진짜 사량도에 온 느낌이 들었다.
초·중학교가 있는 사량면사무소를 지나 사장교인 사량대교를 건너
아래 섬으로 갔다.
덕동항에서 하도일주도로를 돌아 칠현산 고개를 넘어올 때
석양 노을이 바다를 붉게 물들여 황홀했다.

등산은 아침 일찍 시작해야 여유로운데 면 소재지인데도 이곳 식당은
배의 운항 시간에 맞춰 열기 때문에 아침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가오치항에서 첫배가 들어오는 7시 50분까지는 어떤 식당도
영업을 하지 않았다.
부두에 배가 도착하고 승객들이 내리고 나서 식당문이 열렸다.
등산객들 틈에 끼어 아내와 나도 아침 식사를 했다.

차를 몰아 옥동마을로 가서 차를 두고 등산을 시작했다.
가파른 임도를 따라 올라갔다.
성자암에 들러서 판석대로 갔다.
사량대교와 아래 섬 어촌마을이 아늑하게 보였다.
촛대봉을 지나 험한 바위 능선을 힘들게 걸어 지리산(池里山)에 올랐다.
사방이 확 트이고 우뚝 솟은 바위 봉우리라 바닷바람이 시원했다.
맑은 날은 지리산(智異山)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지리망산(智異望山)이란다.
오늘은 지리산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드넓게 펼쳐진 청정바다와 멀리 육지의 산자락이 고요하게 보였다.
어선들이 섬 사이로 오가고 작은 예인선이 무척이나 몸집이
큰 무역선을 드넓은 바다로 끌어가고 있다.
바람도 좋고 바다도 좋다.
한참을 앉아서 그림같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경치를 감상했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리고 새로운 기운이 채워졌다.

여러 사람이 올라와 잠시 쉬고 줄줄이 떠나갔다.
그 뒤를 따라 걷는데 아내가 지친 모습이었다.
간식을 먹고 물을 마시며 앉아 쉬기를 거듭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잘 다녔는데 나이는 어쩔 수 없었다.
무리하지 않게 주의하며 천천히 걸었다.
도중에 물과 얼음과자를 파는 사람이 있어 무척 반가웠다.
산에서 먹는 얼음과자의 맛은 꿀맛이었다.
나무 그늘 사이로 산을 넘고 굽은 길을 돌아 불모산(399m)에 도달했다.
철 막대를 잡고 칼 바윗길로 올랐다.
아내를 끌어 올렸다.
최고봉인 달 바위다.
어찌나 뾰족하고 날카롭던지 지지대를 잡았어도 아슬아슬하고 짜릿했다.

좌우로 내려다보이는 절벽 아래가 천 길이나 되는 것처럼 낭떠러지라
긴장의 연속이었다.
오르는 사람마다 올랐다는 기쁨과 조망되는 경치에 놀라 환호성을 질렀다.
둥근달이 뜨면 세상에 없는 비경이겠다 싶을 정도로 빼어난 경치였다.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뒤로 넘어질 것 같아서 머리끝이
쭈뼛해지고 오금이 저렸다.
이런 길은 난생 처음이었다. 발바닥이 간지럽게 느껴져 한 발 한 발
조심하면서 외줄 철 막대를 꽉 잡고 천천히 내려왔다.

판자 계단을 내려와 가마봉에 올랐다.
역시 조망되는 경치가 아름다웠다.
바위에 찰싹 붙여 만든 수직 철 사다리를 내려올 때도 미끄러질까 봐
무척 신경이 쓰였다.
드디어 사량도 지리산(池里山), 이름도 아름다운 옥녀봉에 도착했다.
지리산의 백미였다. 뾰족한 바위 능선에 두 개의 출렁다리가
연속 놓여 있었다.
걸을 때마다 살짝살짝 흔들렸다.
전망이 좋아 아내와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고 한참을 쉬었다.
이곳 경치가 이 섬의 참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내의 발목 고통이 걱정되었지만, 무사히 내려와서 다행이었다.
등산을 마친 기분은 날아갈 듯 뿌듯했고, 이렇게 아름다운 섬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정해역 사량도의 등산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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