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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 2020. 11. 30.
 금고(金庫)에 갇힌 신사임당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10.08. 12:31:44   추천: 1   글쓴이IP: 175.202.95.184
진안문학: 임두환

금고(金庫)에 갇힌 신사임당

임두환

신사임당어 어디론가 몸을 감추고 있다.
어려운 경제난으로 피곤하여 잠을 자는 것인지 아니면
어느 누가 납치하여 안방에 감금을 시켰는지
요즘들어 얼굴 보기가 어렵다.

신사임당 초상이 들어간 5만원권 지폐가 발행된 지 올해로 11년째이다.
2009년 6월 23일 얼굴을 내민 신사임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모델이어서 화제가 되었다.
남자가 아니고 여성이어서가 아니다.
신사임당을 선정하는 데 일부 여성계의 반발이 있었다.
그 이유로는 아들 율곡(栗谷) 이이(李珥) 선생을 훌륭하게 키워
역사적 인물로 만들어서인가?
글과 시(詩)를 잘 쓰는 문장가여서인가?
그렇치 않으면 서화에 능통해서일까?
이상 세 가지를 제외하면 5만원권 지폐에 올릴 인물은 아니라고 본다.
나라를 위하여 특별히 일한 업적도 없고, 사회적으로
헌신한 일도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아들을 잘 키우기로는 퇴계(退溪) 이황(李滉)의
어머니 박씨부인이 더 훌륭하다.
퇴계 선생은 태어난지 7개월만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어
집안이 너무도 가난했다.
홀어머니 박씨는 품팔이 농사일과 누에치기 일을 하면서도
아들을 지극정성으로 키웠다.

“애비 없는 자식이라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된다.”

몇 백 배 더 조신(操身)하며 엄한 가르침에 퇴계를 세계적인
석학으로 키워냈다.
그 외에도 나라를 위하여 몸을 바친 유관순(柳寬順) 열사나
논개(論介)도 있고,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억척 같이 돈을 모아
흉년에 제주도민을 먹여 살린 만덕(萬德) 여인과 같은 인물도 있지 않는가?

지금까지 지폐에 등장한 남성들의 초상은 그리 예술성이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 깐깐한 유학자나 온화하고 후덕한
임금의 형상화로 어느 정도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신사임당의 초상은 인품과 재능과 덕성이 저절로 배어 나오는
한국여성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이렇다할 개성이나 매력없는 텔레비전 사극에서 '동네아낙'이나
‘주막집 주모’역으로 나오는 여성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하디는 느낌이다.

엊그제 일간지 경제신문을 보니, 5만원권 지폐가 갑작스레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보도였다.
어느 시중은행에서는 “고객 분들께서는 대부분 5만원권을 원하시는데
저희도 5만원권이 충분치 않아 1만원권을 섞어서 드리고 있어요.”
라며, 두 달여 전부터 지점에 배문하는 5만원권을 제한하는 등
품귀현상에 동분서주한다고 했다.

현금보유현상이 강해지다 보니 금고(金庫)시장도 덩달아
호황을 누린다고 한다.
백화점판매를 주로하는 금고제작업체는

“금고가격이 440만 원정도인데 올해 상반기 매출이 20% 정도 늘었다.“

예전에는 회사나 매점에 두려고 금고를 사갔는데 요즘은 현
금보유성향이 높은 고액자산가들이 수표나 다름없는 5만원권을
움켜쥐고서 정부정책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며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나 역시 5만원권을 선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5십만원을 은행에서 인출하면 4십5만원은 신사임당으로 5만원은
세종대왕으로 찾고 있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나더러 미쳤다고 한다.
카드를 사용하면 간편한데 무슨 현금이냐고 핀잔이다.
내 자신이 그걸 몰라서가 아니다. 아들, 며느리가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
현금영수증을 이용하여 연말정산에 도움을 주고 싶어서일 뿐이다.

요즘 들어 손주들에게 용돈이나 세뱃돈을 주려면 신경이 쓰인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없이 5만원권을 선호하고 있으니
누구를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다. 금년 설날이었다.
손주들이 훌쩍 자라서 어느새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
일곱 살 기 유치원생이 있다.
그들 할머니가 세뱃돈을 주면서 중학교 2학년인
손녀에게 은근슬쩍 말을 건넸다.

“언니는 고등학생이니 5만원, 너는 중학생이니 3만원이면 어떻겠냐?”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둘째 손녀가 하는 말,
“세뱃돈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이왕이면
신사임당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은근히 큰돈을 기대했다.
요즘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도 세종대왕을 내밀면 입을 삐쭉거린다.
적어도 신사임당 지폐 한 장은 주어야 빙그레 웃어보이는 세상이니,
도대체 이놈의 돈이 무엇이기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일까?

정부는 경제를 안정시키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저런 것들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게 문제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여파가 시장경제를 휘청거리게 하는가 하면,
국내에선 부동산규제와 은행의 제로(0)금리까지 맞물렸으니
이를 어떻게 풀어야할지 고민거리다.
이에 불안한 고액자산가들은 일단
‘현금확보’라는 비법으로 5만원권을 인출하여 안방금고에
가둬놓고 있다는 소문이니 이걸 어찌하랴.
전년도 상반기 대비 5만원권 환수율이 71%에서 16%로 급강 했다고 한다.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어디 있을까 싶다.

시장 곙제가 빈혈증세에 허우적대고 있음은 분명하다.
5만원권을 긴급하게 풀어가며 극약처방에 나서는데도
도무지 차도가 없어 보인다.
서민들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들까지도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니 걱정된다.
어디를 뚫어야 돈줄이 원활하게 돌아갈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진맥(診脈)에 들어가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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