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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 2020. 11. 30.
 상생을 깨달으며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10.08. 12:29:04   추천: 1   글쓴이IP: 175.202.95.184
진안문학: 하광호

상생을 깨달으며

하광호

빨간 고추가 실하다.
빨간 물감을 색칠한 듯 탐스럽다.
한쪽에는 깻잎이 자라 팔랑 팔랑 나에게 손짓을 했다.
몇 해 전 심은 사과가 탐스럽게 크고 있다.
복숭아도 제법 크다.
아로니아가 까맣게 익었다.
몇 개 남은 옥수수가 수염을 축 늘어뜨리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2모작의 삶이 여유롭다.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니 농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듯하다.
마이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사자골농장, 바람이 나의 머리카락을
살짝 건드리고 간다.
풋풋한 작물들을 보노라니 재미가 쏠쏠하다.
밭에서 자라는 작물들과 열매를 볼 때마다 그동안의 수고를 스스로
위로 받곤 한다.
자연의 혜택을 몸소 받으며 자연과 함께 하니 고맙기 그지없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한 활동도 제약받고 거리두기,
마스크쓰기로 심기가 불편했다.
건지산과 친구 맺어 숲길을 걸을 때는 사람 만나는 것도 부담되곤 했다.
계속되는 긴급재난문자에 마음이 옥죄었다.
때론 놀라기도 하고 생활에 부담이 가중되었다.
나로 인해 타인이나 가족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마음이
심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집안에만 있으려니 나약해지고 무력해 갔다.
그나마 주말농장을 운영하고 있어 피난처는 생겼다.
평소엔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주말에는 밭에 가서 작물들과 데이트를 했다.
심은 호박 덩쿨이 온 밭을 뒤덮었다.
이 곳 저 곳에서 주먹만큼 큰 호박들이 인사를 했다.

비가 개이면 병충해 방제도 하고 자주 가봐야 한다.
집에 누워있으면 작물들이 어른어른하고 아프다고 아우성치는 것 같다.
주변 잡초 때문에 힘들었다.
때로는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밭으로 가곤 했다.
아내는 뭐 힘들게 사는지 모르겠다며 나에게 늘 핀잔을 준다.
필요한 과일이나 먹거리는 사먹으면 된다며 고생을 사서하냐고 불평불만이다.
항상 일하고 녹초가 되어 돌아온 나에게 하는 말이다.
차량운영비도 안 된다고 하소연이다.

다음에 갈 때는 양배추 두 포기를 뽑아오란다.
마음이 뿌듯했다.
나를 인정해주는 것 같아 기뻤다.
식탁에는 내가 재배한 작물들이 한 가지씩 늘어갔다.
호박을 따와서 풋고추, 깻잎을 쫑쫑 썰어 붙임 전도 만들었다.
풋고추, 깻잎, 가지 무침, 양배추를 활용한 샐러드,
다양한 찬으로 먹으니 금상첨화다.

지루한 장마로 인해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밭을 돌아보았다.
심은 작물들은 싱싱했지만 오랜 비로 인해 풀 반 작물 반이다.
손님도 다녀갔다.
옥수수를 멧돼지의 극성으로 폭탄 맞는 것처럼 망쳐놓았다.
몹시도 허탈했다.
허전했지만 생각을 바꿨다.
멧돼지들도 산에서 먹을 것이 부족하여 내려와 찾는 것은 당연했다.
지난해에도 옥수수를 망쳐놓고 복숭아 가지를
다 부러뜨리고 난장판을 만들었다.

사과도 마찬가지다.
가지에 달린 사과도 까치가 쪼아먹고 그 뒤에는 벌들이
달려들어 단맛에 취해 계속 윙윙거린다.
마음을 바꿨다.
이제는 피해를 함께 감수하며 상생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바꾸니 편했다.
삶의 정도를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파스칼은 ‘인간은 나 자신을 알아야한다. 그것은 비록 진리를
발견하는 데는 도움을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나의 생활을 다스리는 데는 도움을 준다’ 고 했다.

그동안 세상을 지배하는 인간의 위대함을 느꼈다.
하지만 바이러스라는 코로나19에 허물어지고 오랜 폭우에
생태계가 파괴되는 현실에 인간의 나약함과 자연의 위대함을 느꼈다.
비 온 뒤 구름사이로 햇볕이 고개를 내밀었다.
밭 두렁 사이 언덕으로 어미멧돼지 한 마리가 지나갔다.
그 뒤에 새끼들 한 마리가 뒤따라가고 조금 있으니
또 한 마리, 5마리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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