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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 2020. 06. 02.
 아름다운 동향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9.01.27. 14:10:08   추천: 1   글쓴이IP: 175.202.95.111
진안문학: 성진명

아름다운 동향

성진명

산 높고 골 깊어 아름다운 산골
굽이굽이 구량천 옥같이 흐르네!
왜가리 돌아오면 봄꽃이 만발하고
여름이면 수박축제 신바람 더덩실
대평들 황금물결 가을하늘 살찌우고
문필봉 붓끝으로 겨울연가 읊어보세!

달도 밝다 명덕봉, 명필일세 문필봉
바람 좋은 관풍정, 성주풀이 성주봉
사자꼬리 사미대, 벼락친다 뇌수정
명사수라 사정, 나라스승 국사봉
두억봉 노적가리 올해도 풍년이라
아름다운 동향산천 영원무궁 빛나리!
묵비권
성진명
이공일팔년 한가위 전날
아내랑 아들이랑
성예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

엄마는 침대에 앉아서
밥상을 펴고 동화책 두 권을 놓고 계셨다
꼬모를 떠먹이니
잘 받아 잡수신다
내가 누구요?
서너번 물어보면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하고는
입을 다무신다

동화책을 읽어 드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이
물끄러미 바라만 보신다
손을 잡아드려도
무표정한 모습으로
몇 번을 물어보면
간혹 한번 씩 로봇처럼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하고
모르쇠로 일관 하신다

아흔 세 해를 살아오시면서
사랑하는 여덟 자식들을 키워서
둥지 밖으로 내보내고 노부부만 사시다가
지나온 세월들은
늘어나는 주름만큼 지워버리고
갈색매미충에게 수액을 빨려버린 고사목처럼
앙상한 뼈만 남은 몸으로
홀가분하게 오시라고
삼년 전 하늘나라에 가신 아버지께서
심판관의 신문에 대비하여
미란다원칙을 가르쳐 주셨나보다

이러저러한 회유와 끈질긴 신문에도
엄마는 끝내
묵비권을 행사하시다가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하시고는
꼬마인형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시며
입에 빗장을 채우신다

아마도 울 엄마는
이담에 천국 문을
무난히 통과 하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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