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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라잡이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9.01.27. 14:06:48   추천: 1   글쓴이IP: 175.202.95.111
진안문학: 남궁선순

길라잡이

남궁선순

올여름, 111년 만에 왔다는 폭염
웬만큼 하고 말겠거니 했는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작렬하는 태양,
해도해도 너무했다.

다행으로 사는 곳이 깊은 산 속 옹달샘 아래 토끼하고 발맞추는 곳이라서,
한낮에는 선풍기 덕을 보았고, 열대야를 모르고 지냈다.

찌는듯하던 엊그제 저녁
북부마이산 광장무대에서 「진안공간사랑」의 초대를 받고 피서를 겸한
문화 산책에 나섰다.
하늘을 받치고 있나, 하늘에서 내려왔나, 언제보아도 신기하고 새롭기
만한 마이산을 바라보며 공연장에 도착했다.
귓가에 들리는 상큼한 젊은 음악과 은은히 세련된 조명, 그리고 한풀꺾인
더위는 흥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첫 무대로 이어지는 한국영상대학생들의 발랄한 몸짓은 더위에 지쳐
천근만근이 되었던 나에게 생동감을 불러 일으켜 나도 모르게 어깨춤이 나왔고
엉덩이는 들썩거렸다.
제 아무리 세련이 넘치고 성숙미가 있다한들 젊음보다 더 값지고 귀한
아름다움이 있을까?
이어 펼쳐지는 공연, 슬금슬금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이곳저곳에서 사는
진안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들더니만 누군가가
“넌 왜 진안에 사냐?”라고 물으니
“난 여기가 놀이터야.”
“나한테 사랑을 주었어.”
“여기엔 일터가 있어.”
“숨쉴 수 있는 숲이 좋아.”
“꿈이 있어!.”
“밝은 달이 비추어주니 좋아.”
서예가 진안예총 이승철 회장은 그들이 말하는 것들을 먹물로 써서
각자의 등에 붙여준다.
신선한 퍼포먼스 였다.
우리가 잊고 살았던 보람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 같은 이 공연은
오유지족 즉 현재에 만족하고 살자는 뜻인 듯싶다.
욕망은 끝이 없어 쫓아가도 이룰 수 없는 오아시스의 신기루,
시골 살이는 부족한 점도 있지만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작은 행복을 찾아
즐기며 살자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어 인상 깊었다.

특히 호수 옆에서 김선이 무용가가 수몰민의 애환을 달래기 위한 몸짓
언어는 절정을 이뤄 그 날의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은 듯 했다.

진안공간사랑 프로젝트인 「써니플랜트」는 현대무용가 김선이 교수가
지난겨울부터 준비하여 그동안 갈고 닦았던 실력과 경력으로,
2018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가 있는 날」 지역특화 공모사업에
신청하여 최종인터뷰를 거쳐 선정되었다 한다.
10년 전쯤인가 한국영상대학생 100여명이 무릉원으로 M.T를 온 적이 있었다.
그때 인솔자가 김선이 교수였고, 아담하고 고운 인상 뒤에 당찼던
그녀의 모습은 한동안 내 기억에 남아 있었다.

진안에 산다는 자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형식에 얽메이지 않고
자연스레 그냥 물 흐르듯, 놀이 문화를 알리는데 그 뜻이 있다한다.

진안공간사랑 프로젝트는 우리들의 기억속에 잊혀져가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낯선 곳을 선택하여, 공연예술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아름답고
심오한 꿈을 꾸는 문화예술 작업이라 여겨진다.

문화예술계의 제도권 밖에서 명예나 안일함을 쫓지 않고, 갖고 있는 재능을
진안고을에 기부하는 그들 부부야 말로 진정한 이 시대의 예술인이 아닐까 한다.

진안에 귀촌한지 6년차란다.
우리 고장 문화예술의 길라잡이를 자청하고 나서는 써니 플랜트 식구들,
모두 포용하고 사랑하여 그들이 굳건히 뿌리내리도록 돕고, 뜻을 같이하는
많은 예술인들이 동참하면 문화예술이 고픈 우리 진안 군민들의 희망과
꿈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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