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문학
아이디
암호
회원가입   암호분실
ADMIN 2019. 07. 22.
 난향비蘭香碑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9.01.27. 14:05:18   추천: 2   글쓴이IP: 175.202.95.111
진안문학: 김재환

난향비蘭香碑

김재환

난향은 은은하다.
자태는 고고한 선비를 떠올리게 한다.
한편 정절 깊은 명기名妓를 연상키도 한다.
이난향비李蘭香碑, 용담댐에 수장된 내 고향 이웃 산정山亭마을앞에 있던
특별한 비석이다.
진안 마이산에서 흘러내리는 금강의 지류 학천鶴川이 휘감아 도는 벼랑
낭떠러지 바위절벽에 서있던, 보기 드문 노비奴婢의 충절이 얽힌
비석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비석을 비탈길 300여 미터 떨어진 마을 앞 은행나무아래
큰 바위 앞으로 옮긴 사연이 있다.
병자호란 때 충절의 상징인 삼학사 중의 한사람인 홍익한洪翼漢의
옛 이름은 홍습洪濕이었다.
홍습의 부친은 진사 홍이성이며 백부인 교위 홍대성에게 양자로 입적되었다.
홍진사 일가는 지금은 용담댐에 수장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전라북도 진안군 상전면 수동리 산정마을 앞 원담들 산록에서
임진왜란을 피해 피난생활을 하고 있었다.
첩첩산중 진안지방도 임진란을 피할 순 없었다.
1592년 전주성을 공격하려는 왜군은 진안지방에 들이닥쳐 홍진사 일가는
급히 마을 뒷산너머 시향時享골(谷)로 피신하였다.
산 속에서 며칠을 피신하다보니 먹을 것이 떨어져 난감한 처지에 이르렀다.
노비 난향은 양식을 가지러 야음을 틈타 마을로 내려와 집으로 잠입하다
왜군에게 붙잡혔다.
난향은 같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주인의 행방을 끝까지 밝히지 않고
충절을 지켰다.
왜군들은 홍진사의 집을 불태웠고 난향은 혀를 깨물어 자결했다 한다.
그러나 이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스스로 혀를 깨물어 말을 못하자
왜군이 젖가슴을 잘라 죽였다 한다.
산정마을 앞 학천 건너 원담들 상부에 우리 집 큰 밭이 있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 따라 밭에 가면 밭 한가운데 아름드리 큰 향나무가
한 그루 있었고 그 밑에 사시사철 시원한 물이 솟는 샘터가 있었다.
근방에서 일하던 일꾼들은 우리 밭에 와 목을 축이곤 하였다.
쟁기질을 하면 기와장도 나오고 시퍼렇게 녹슨 놋수저 놋그릇 등
생활용구가 가끔 나오곤 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이곳이 남양 홍씨南陽洪氏 홍진사의 집터이었으며, 벼루구석에 있는
난향비의 충절어린 사연을 듣게 되었다.
임란이 끝난 뒤 선조 37년(1604) 조정과 그 후손들이 난향비를
건립한 이야기와 노비 이난향의 충절을 새긴 비석의 내용을 들었다.
내 고향 마을은 금강 상류 강변에 형성된 큰 마을이었다.
강과 마을 사이로 드넓은 벌판이 형성되어 있어 150여 가구 800여명이
먹고살아가는 생명창고였다.
논에서 생산되는 쌀을 주곡으로 생활하는 산촌 속 농촌이었다.
큰 강이 있어 민물고기와 다슬기가 풍부했고 산이 많아 밭작물과
임산물 역시 풍족했다.
봄철 농사철이 시작되면 보洑 역사役事가 시작된다.
논농사가 끝난 뒤부터 방치된 냇물을 막은 보를 보수하고, 십리 가까운
도랑(수로)을 친다.
경작자들은 소 구루마 삽과 괭이 등 연장을 갖고나와 떼도 뜨고 흙짐도 진다.
온 마을사람들이 참여하는 제일 큰 공동작업, 울력이었다.
보주洑主네 집에서 쌀을 걷어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며 아이들은
그릇을 가져가 인근 나무그늘에서 요기를 하였다.
보 역사는 사월 중순경 2~3일간 계속되었다.
군복무를 마친 1974년 봄날, 아버지 대신 보 역사에 참가하였다.
십리 가까운 보도랑 중에 강물이 범람하거나 홍수가지고 장마철이면
보 도랑이 터지는 벼루모퉁이, 난향비가 있는 곳이다.
새마을사업으로 배정된 시멘트를 이용 암벽을 깎고 뚫어 반영구적
수로를 내기로 했다. 난향비를 옮겨야 했다.
남양홍씨 문중과 협의 산정마을 앞 500년 수령의 노거수
은행나무 아래로 결정되었다.
비탈지고 큰길이 없어 장정들이 목도로 옮기는 방법뿐이었다.
비석을 옮기는 제일 나이 어린 목도꾼으로 뽑혔다.
비석은 머리부문인 이수?首, 비문이 새겨진 본체 비신碑身, 받침대
귀부龜趺로 나뉜다.
난향비는 귀부가 없이 바위에 세워져 있었다.
이수는 장정이 지게로 져 옮길 수 있으나 비신은 크고 무거워 장정들이
목도를 하여야 옮길 수 있었다.
비신은 가로 4자, 세로 2자 반, 두께 다섯 치, 무거운 흰 대리석이다.
비석의 전면에는 충비열녀 이성난향지려忠婢烈女 李姓蘭香之閭라 적혀있다.
무게는 어림잡아 약 400근은 넘어 보였다.
그렇게 어렵게 옮겨 은행나무 밑 암반 위에서 난향비는 4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켰다.
2010년 수몰로 인하여 또다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노비, 관노비가 아닌 사노비의 비문이 벽촌에 400년 넘게 남아 있다는 것은
진귀한 일이다.
역사적 가치와 향토사적 자료로 값지다 할 것이다.
진안 역사박물관에서 보존하여야 마땅하나 행정의 무관심으로 인해
남양홍씨 문중에서 보관하고 있는 게 몹시 안타깝다.
정의가 사라진 난장판인 정치판을 바라보며 서로 반목과 배반 치기와 술수,
믿음과 신뢰가 없는 세상, 난세를 살아가며 우리는 고뇌하고 절망한다.
일개 노비가 주인을 지키기 위하여 하나뿐인 귀중한 제 목숨을 잃어간
까닭은 무엇일까?
사람의 목숨은 고귀한 것, 사람이 사람을 살리고 죽인다.
난향은 일개 노비가 아니라 살신성인의 표상 진정한 성녀다.
현재 우리조국 대한민국에 충이란 덕목이 존재할까?
반문 해본다.
충절이란 무엇인가 곰곰이 되새겨본다.


글쓴이:  암호:  댓글:  
LIST  VOTE MODIFY DELETE WRITE  





전체글 목록 2019. 07. 22.  전체글: 1997  방문수: 966939
진안문학
알림 박병순 시 모음 22 편 양력*김용호2017.02.06.*
알림 진안예찬 학생 백일장대회 글 모음*김용호2016.12.16.*
알림 진안문학 회원 활동상황
*김용호2016.08.12.*
알림 진안 문협 지부장 김재환 전근표 이취임식*김용호2015.02.08.*
알림 11회 진안문학상 이현옥 /공로상 허소라, 이운룡, 허호석*김용호2014.12.09.*
알림 김재환 수필가 예술문학상 선정
*김용호2014.02.12.*
알림 진안문학상에 수필가 이용미 씨의 '그 사람'수상*김용호2013.12.11.*
알림 한국문인협회 진안지부 연혁*김용호2013.10.15.*
알림 진안문인협회 회원 주소록*김용호2013.06.21.*
1987 노을이여 김수열김용호2019.07.14.1
1986 달맞이 꽃 김수열김용호2019.07.14.1
1985 모진 삶일지라도 김수열김용호2019.07.14.1
1984 황혼의 꿈 김수열김용호2019.07.14.1
1983 산 위로 올라간 집 이운룡김용호2019.07.14.1
1982 거미줄과 떡갈나무 이운룡김용호2019.07.14.1
1981 작은 집 한 채 이운룡김용호2019.07.14.1
1980 그믐달 이필종김용호2019.06.16.1
1979 녹차 꽃 이필종김용호2019.06.16.1
1978 지금이 그때 이필종김용호2019.06.16.1
1977 아카시아 꽃 이필종김용호2019.05.14.2
1976 섬섬옥수 어머님사랑 전근표김용호2019.05.14.2
1975 갈증 김수열김용호2019.05.14.2
1974 새조개의 환상 이점순김용호2019.05.14.2
1973 밤꽃 이점순김용호2019.05.14.2
1972 친구의 명복을 빌며 신팔복김용호2019.05.13.2
1971 5월 풍경처럼 김용호김용호2019.05.02.3
1970 철쭉꽃은 김용호김용호2019.05.02.2
1969 반영 김용호김용호2019.05.02.2
1968 아름다운 사랑을 위해 김용호김용호2019.05.02.2
1967 사랑하는 일이 김용호김용호2019.05.02.2
1966 노을을 보면 김용호김용호2019.05.02.2
1965 영원 그 안에 김용호김용호2019.05.02.2
1964 그루터기 김수열김용호2019.05.02.2
1963 바람이 부는 이유 김수열김용호2019.05.02.2
1962 춘화 김수열김용호2019.05.02.2
1961 오늘은 참 좋은 날 신팔복김용호2019.05.02.2
1960 추억의 검정고무신 임두환김용호2019.05.02.2
1959 민들레꽃 김용호김용호2019.03.13.4
1958 낚시 김수열김용호2019.03.13.3
1957 더하기 빼기 그리고 이점순김용호2019.03.13.3
1956 달팽이 이점순김용호2019.03.13.3
1955 진달래꽃 피던 날 김용호김용호2019.03.05.3
1954 사랑 할 때 김용호김용호2019.03.03.3
1953 3월 김용호김용호2019.03.03.2
1952 슬픈 날 김용호김용호2019.02.24.2
1951 이렇게 좋은 봄날 김용호김용호2019.02.24.2
1950 나의 삶은 김용호김용호2019.02.24.2
1949 아등바등 살아온 삶도 김용호김용호2019.02.03.4
1948 잊을 수만 있다면 김용호김용호2019.02.03.2
1947 파도는 바다를 친다 전근표김용호2019.02.03.1
1946 큰 별을 바라보며 전근표김용호2019.02.03.2
1945 풀 이점순김용호2019.02.03.1
1944 창 이점순김용호2019.02.03.1
1943 나무 이야기 구연배김용호2019.01.27.2
1942 가까이 더 가까이 구연배김용호2019.01.27.2
1941 추신 구연배김용호2019.01.27.2
1940 고향 김상영김용호2019.01.27.2
1939 그리움 김상영김용호2019.01.27.2
1938 밤비 김상영김용호2019.01.27.2
1937 마이산의 겨울 김용호김용호2019.01.27.2
1936 상고대와 눈꽃 김용호김용호2019.01.27.2
1935 빛과 그림자는 김용호김용호2019.01.27.2
1934 삶 김용호김용호2019.01.27.2
1933 봄이 좋은 것은 김용호김용호2019.01.27.2
1932 우리의 마음속에 김용호김용호2019.01.27.2
1931 마이골 할머니 장터 이점순김용호2019.01.27.2
1930 카네이션 이점순김용호2019.01.27.2
1929 풍경 이점순김용호2019.01.27.2
1928 몽돌 이필종김용호2019.01.27.2
1927 사막의 도시 이필종김용호2019.01.27.2
1926 세월을 품다 이필종김용호2019.01.27.2
1925 나를 그리워하다 정재영김용호2019.01.27.1
1924 마지막 날까지 정재영김용호2019.01.27.1
1923 탑 그림자 정재영김용호2019.01.27.1
1922 구봉산에 왔다 이병율김용호2019.01.27.1
1921 별것 아닌 행복 이병율김용호2019.01.27.1
1920 진안 장날 이병율김용호2019.01.27.1
1919 생의 엔진음 이운룡김용호2019.01.27.1
1918 작은 행복 이운룡김용호2019.01.27.1
1917 동행 허호석김용호2019.01.27.1
1916 나비 허호석김용호2019.01.27.1
1915 이봐요 마이산이 하는 말 들리나요 허호석김용호2019.01.27.1
1914 아름다운 동향 성진명김용호2019.01.27.1
1913 매미 또는 전파 성진명김용호2019.01.27.1
1912 1월 임우성김용호2019.01.27.1
1911 2월 임우성김용호2019.01.27.1
1910 3월 임우성김용호2019.01.27.1
1909 고요한 기쁨 김예성김용호2019.01.27.1
1908 진안예찬 김예성김용호2019.01.27.1
1907 꿈일지라도 이호율김용호2019.01.27.1
1906 술 한잔하자 이호율김용호2019.01.27.1
1905 저 무리 따라가고 싶네 이호율김용호2019.01.27.1
1904 용담 이종천김용호2019.01.27.1
1903 새벽 이종천김용호2019.01.27.1
1902 화분 이종천김용호2019.01.27.1
1901 인연 이종천김용호2019.01.27.1
1900 배신 이종천김용호2019.01.27.1
1899 세월은 공평하다 우덕희김용호2019.01.27.1
1898 인생 우덕희김용호2019.01.27.1
1897 적폐 세력 잔당들의 청소는 언제쯤일까 우덕희김용호2019.01.27.1
1896 사라진 추억 칼바위의 유감 우덕희김용호2019.01.27.1
1895 세월 박희종김용호2019.01.27.1
1894 할 일 없으니 박희종김용호2019.01.27.1
1893 뫔 박희종김용호2019.01.27.1
1892 후회 없는 인생 임두환김용호2019.01.27.1
1891 아름다운 마무리 임두환김용호2019.01.27.1
1890 6백 년 역사 용담향교 이용미김용호2019.01.27.1
1889 물 위에 쓴 편지 이용미김용호2019.01.27.1
1888 길라잡이 남궁선순김용호2019.01.27.1
RELOAD WRITE
1 [2] [3] [4] [5] [6] [7] [8] [9] [10]  ▶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