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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날 밤 산사에서
전근표 (일광사)
설날 지나 정월 대보름
입춘 지나 여셋 째 되는 밤이다
어쩌다 찾는 작고 조용한 암자지만
오늘밤 맞아
선방에 비치는
쟁반 모양 달빛이 유난히 하얗게 밝다
휘엉청 밝은 빛, 숙연한 모습
스치는 스산한 바람에 놀라
"살그랑 살랑" , "살그랑~"
해 맑은 소리로 울고 있는
처마 끝 풍경 소리
고요 속 어두운 적막을 새롭게 연다
늦은 밤 스님과 마신 차향에 취해
나 아닌 내 모습은 어느 새
대웅전 부처님 뒤로하고
도량뜰 잔디위
석탑 옆에 친구되어 서 있다
본래 내 모습 허물 덩이
껍데기 뿐일진데
어느덧 석탑 주위 맴도는
코 끝 스치는 차가운 바람
업보에 둘러 싸인 육신 헤집고
심장까지 파고 들며
따스함으로 가슴 적시고 있다
산사에 비친 대보름 달빛
나를 잊고 무량수전 찾으려
이순 넘긴 초로 맞아
덧 없이 살아온 진한 그림자 위에
나 아닌 내 모습 그림자
또 하나 포개어 그리는구나
먼발치 길게 늘어선 석탑 그림자
어느덧 친구된 회한의 초로 인생
업보 따른 윤회로 포옹하며
"즐거움도 남의 고통도 함께하는
자비심으로 살라" 일깨운다
대보름날 산사 위에 내려앉은
휘엉청 밝은 달빛이 정말 곱다
밝은 빛 비추듯 자비,은덕 배푸소서
부디 소원성취, 만사형통 이루옵소서
나도 몰래 "나무아미타불" 합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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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보름날 밤 산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