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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눈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9.01.01. 01:39:31   추천: 2   글쓴이IP: 175.202.95.72
진안문학: 신팔복

봄눈

신팔복

밤에 내리던 비가 아침에는 눈으로 바뀌었다.
희뿌연 하늘에서 계속 눈이 내린다.
3월에 장독 깬다는 속담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것 같다.
눈은 땅에 떨어지자마자 금방 녹아버린다.

차를 몰고 길을 나섰다.
차 앞으로 달려들던 눈송이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고 내 시선은 계속
그 눈송이들을 쫓고 있다.
하늘에선 하얀 눈송이가 그칠 줄 모르고 내린다.
눈이 내리자 산과 들은 온통 하얗다. 흰색 물감을 뿌려 놓은 듯하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이 쌀가루였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지금 눈은 부잣집 마당에도 내리고 가난한 집 울타리에도 내릴 것이다.
집집마다 곳간을 가득가득 채우고 그 넉넉함에 활짝 웃을 행복한
얼굴들이 떠오른다.
눈꽃과 웃음꽃이 함께 필 것이다.

쌀가루가 아니라도 좋다.
하얀 눈은 우리에게 기쁨을 주어서 좋고,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어서 좋다.
가뭄 끝에 내리는 눈이라서 더욱 반갑다.
농작물을 해갈시킬 수 있고 식수를 해결할 수도 있다.
상당한 양의 눈이 온다니 다행한 일이다.

강원도 태백사람들의 식수난을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다.
가뭄으로 단수가 되었다.
수도꼭지도 마르고 우물도 말라 버렸다.
하천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식수는 시에서 지원하는 급수차에 의지하고 있지만 세숫물, 자수 물,
세탁용 물이 모두 부족했다.
한 번 쓴 물을 걸러서 다시 사용하기도 했다.
심지어 화장실 물이 없어 재래식 화장실을 다시 고쳐 쓰는 것을 보았다.
물 쓰듯 한다는 물이 없어서 생활이 몹시 불편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애로가 있는 사람들은 소를 키우는 사람들이었다.
소죽을 쑤는 물이 많이 들기 때문이고 매일 소가 먹는 양이
엄청나기 때문이었다.
물 때문에 소를 헐값에 판다는 주인의 말을 들으니 무척 가슴이 아팠다.
내를 파고 고인 물을 매일 길어 올리는 수고가 농민들의
삶을 더욱 고단케 만들었다.
그저 서민에겐 따뜻한 날씨와 풍족한 물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요인이라 생각되었다.

공기는 맑아지고 대지는 촉촉해졌다.
봄을 맞는 새 생명이 눈 녹은 물을 머금고 서서히 기지개를 펼 것이다.
보리도 목을 적실 것이고, 꽃들도 물을 빨아들여 탐스럽게 피어날 것이다.
가게 앞 눈을 치웠다. 포근한 날씨에 눈이 녹으면서 눈 가래에
달라붙어 겨울눈보다 무거웠다.

엊그제 개울에서 울어대던 개구리가 마음에 걸렸다.
깜짝 놀라 다시 땅속으로 들어갔을 것 같다.
성급함을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개울가 웅덩이로 가보았다.
눈 덮인 개울에선 물 흐르는 소리만 들렸다.
막대기로 눈을 털고 웅덩이 속을 들여다보았다.
맑고 시원해 보이는 물 속에는 낙엽만 가라앉아 있었다.

개구리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저 조용하기만 했다.
눈이 녹고 따뜻해져야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부풀어오르던 버들가지가 눈을 뒤집어 쓴 채 가만히 움츠러들어 있다.
물을 좋아하는 냇가 버드나무는 봄의 전령사다.
그래서 봄을 재촉하는 사람들은 가지를 꺾어다 꽃병에 꽂아 놓고
이른봄을 맞이하기도 한다.
하얀 솜털에 곱게 피어나는 작은 꽃망울들은 따뜻하고 화사한
봄날에는 더욱 예쁘다.

산에는 눈꽃이 만발하였다.
나무들이 흰 드레스를 입고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내린 눈은 축 늘어져 그 자태가 참으로 곱다.
봄을 기다리는 나뭇가지마다 눈에 덮여 하얀 산호초 같은
눈꽃이 정말 아름답다.
봄눈은 신의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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