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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담삼봉에 핀 꽃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11.12. 23:30:09   추천: 1   글쓴이IP: 125.139.13.93
진안문학: 신팔복

도담삼봉에 핀 꽃

신팔복

단풍이 곱게 물들어가는 가을이다. 이 좋은 계절에 우리 진안초등학교
48회(1960.3.23. 남 211명, 여 118명 졸업) 동창생들이 10월 30일과 31일
충북 단양으로 여행을 갔다.
아름다운 산천을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오랜 만에 친구들을 만난다니
어찌 즐겁지 않으랴!
해마다 동창회를 갖지만 보아도 또 보고 싶은 친구들이다.
코흘리개 어린 학창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졸업한 지 벌써 58년이 지났다.
이젠, 머리에 서리가 내릴 정도로 세월도 흘렀다.

그 시절 여러 가지 추억이 떠올라 밤잠을 설쳤다.
나는 6학년 3반으로 남녀합반이었다.
1,2반은 남학생 반, 4반은 여학생 반이었다.
처음엔 남녀 공학반이라 부끄럽기도 했고, 다른 반 학생들은
여학생과 함께 공부한다고 놀려대기도 했었다.
그러나 체육활동을 빼고는 다른 반에 뒤지지 않았다.
전교 1등도 우리 반이었다.
너그럽고 인자하신 백명택 선생님이 담임을 맡으셔서 공부도 열심히 했고
학교생활도 매우 즐거웠다.
음악시간엔 여학생들의 낭랑한 목소리가 화음이 되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개구쟁이들이 많아 쉬는 시간에는 교실이 시끌벅적했다.
그러했던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니 마음이 설렜다.

샤워를 하고 세면도구를 챙겨 전주역 앞으로 갔다.
진안에서 9명을 태운 관광버스가 도착했다.
전주 동창들 7명이 합석하여 16명이 되었다.
준비한 음식으로 아침식사를 하며 대전에 도착해 2명을 더 태워 18명이 되었다.
서로 술과 안주를 권하며 차 안은 차츰 대화가 무르익었다.
내 옆엔 우리 반이었던 여자 동창이 스스럼없이 와서 앉아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주었다.
학창시절엔 말하기도 어색했는데 나이가 드니 성숙해진 관계로 발전했다.
나도 과자와 음료를 권했다.
소꿉친구는 아니지만 정말 고마운 동창이었다.
살아온 일들과 함께 손자손녀 이야기를 들려주더니 나에게도 물었다.
손자가 대학생이니 오래전에 할머니가 되었단다.
나도 손자손녀가 초등학생인 할아버지다.

어느새 버스는 강물이 굽이쳐 흐르는 푸른 호숫가 단양읍에 닿았다.
남한강 상류인 충주댐(1985년 12월 완공)을 막으면서 이주한 신 단양읍이다.
기획도시로 만들어져 시가지가 반듯했고 건축물도 깨끗했다.
고수교 밑으로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변에서 기다리고 있던
서울 동창생 18명을 만나 모두 36명이 됐다.
남자 22명에 여자 14명인 노인이 된 동창들이다.
오랜 세월이 흘러 누구냐고 묻는 동창도 있었다.
주름진 얼굴에 어릴 적 모습을 견주어 기억을 되살려 낸다.
힘주어 악수도 하고 부둥켜안고 반가워하는 모습들은 이산가족의
상봉장면 같았다.
반가운 친구요, 서로가 보고 싶었던 사람들이다.

우리는 장회나루 선착장으로 갔다.
충주호 유람선 뱃놀이에 가장 좋은 장소란다.
관광객이 많아 승선 시간을 기다려 유람선에 올랐다.
관광해설사가 목소리를 높여 경치를 자랑하며 흥미롭게 설명하는 동안
유람선은 잔잔한 호수 위를 둥실둥실 떠갔다.
제비봉에 신선봉, 강선대에 현학봉이 뱃길을 돌릴 때마다 좌우 경관이 빼어났다.
누구라 할 것 없이 그때마다 스마트 폰에 추억을 담았다.
거북이가 기어오르는 구담봉과 대나무 순처럼 돋았다는 옥순봉은
단양팔경의 백미로 꼽힌다.
깎아 세운 듯 하얀 바위가 하늘로 치솟고, 쌓아 올린 듯 둥근 바위틈에서
세월을 견디고 분재가 된 소나무와 단풍든 잡목들이 화폭에 담긴 그림처럼
화려한 경관을 연출했다.
잔잔한 호수에 반사되는 가을 산과 은빛 물결이 빚어내는 흐릿하면서도
밝아오고, 밝으면서도 흐릿해지는 경이로운 풍광은 내 감정을 한 순간에 깨웠다.
단양 팔경이라더니 아름다운 산수비경에 열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정말 감탄이었다.
퇴계 이황이 군수로 부임하여 관기인 두향을 사랑하고 이별한 곳도 이곳이었고,
숱한 시인묵객들이 찾아와 구담봉과 옥순봉의 아름다움에 취해 노래하고
그림도 남긴 곳이란다.
정선의 구담봉과 김홍도의 옥순봉 진경산수화는 지금도 귀하게
여겨 전해지고 있다.

충주호 유람을 마치고 적성면 예곡리 천계봉 산굽이를 돌아 단양읍이
내려다보이는 만천하 스카이워크 전망대에 도착했다.
여러 관광객들의 틈에 끼어 다섯 바퀴나 돌아 25m 높이쯤 되는 전망대에 올랐다.
사방이 경관이지만, 스카이워크 전망대는 황홀하면서도 아슬아슬 했다.
수면으로부터 100m쯤 된다니 유리판 아래를 내려다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발바닥이 간질거렸다.
단양읍과 도담역을 잇는 아치형 철다리와 상진대교가 길게 강에 걸쳐있었다.
푸른 충주호와 높은 산이 어울려 이곳 조망도 뛰어난 그림이었다.
여러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친구들과 멋지게 사진을 찍어 기념으로 남겼다.
산세가 수려한데 저 멀리 희미한 회갈색 소백산 정상이 고개를 내밀었다.
등산을 좋아하는 친구와 희방사를 출발해 정상에 올라가 부드러운
초원길을 걷고 바람을 맞으며 점심을 먹은 기억이 엊그제 같다.
지금도 그 모습인지, 젊은 시절에 좋았던 잊지 못할 추억이다.
이곳에서 다시 보니 감개가 새롭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호반 위 절벽으로 만든 잔도를 걸었다.
중국의 높은 산 잔도와는 시설부터가 달랐다.
튼튼하고 난간보호대가 있어 위험성이 없었다.
낙엽이 떨어진 파란 물위를 걷는 기분은 서정적이었다.
어느덧 해가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도담삼봉으로 갔다.
해는 서산마루에 걸쳐있고 고요한 강물 속에 우뚝 선 삼도봉이
석양빛에 물들어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아름다운 경치였다.
가운데 삼도정이 있는 우람한 봉이 남자이고 북쪽 처와 남쪽 첩이 사이좋게
서서 우리를 맞이했다.
배경이 절정이었다.
우리는 한 장의 사진에 모두를 담았다.
스마트 폰을 확인해보니 동창들의 환한 웃음과 오붓한 모습이 한 폭의
꽃으로 피어있었다.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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