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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비 (忠婢) 이난향의 정려에서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8.26. 03:46:37   추천: 1   글쓴이IP: 125.139.13.62
진안문학: 윤재석

충비 (忠婢) 이난향의 정려에서

윤재석

충효는 사람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덕목이다.
한 여자가 종의 신분으로 주인을 위해 목숨 바쳐 섬긴 일로 조정에서
정려 문을 세웠다.
진안군 상전면 망향의 동산에 있다.
용담호 건설로 수몰지역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면서 정을 새긴 곳이다.
정감어린 사연이라 여겼다.
충비忠婢 이난향의 자취를 알고자 그곳을 찾았다.

전주에서 오후에 출발하여 진안 모래재를 지났다.
곰티재는 건너편 산등성이로 길이 났기에 높고 음지여서 겨울이면
교통사고가 잦았다.
이런 점을 개선하려고 산을 뚫고 모래재를 만들었다.
양지라서 겨울철 눈이 빨리 녹기는 하나 길이 2차선으로 좁고 너무
꾸불꾸불하여 불편했다.
지금의 길은 세 번째 만들어진 길이다.
4차선으로 넓어져서 좋다.
그래도 경사가 있어서 조심 운전을 해야 한다.

전주 진안 간 도로에서 부귀를 거쳐 망향의 동산으로 향했다.
이 길은 진안읍을 거치지 않고 무주로 가는 지름길이다.
부귀면 거석리 앞들은 모내기가 한창이었다.
요즈음은 사람이 모내기하는 광경을 보기 어렵다.
모내기를 이앙기로 하기 때문이다.
금지터널을 지나니 용담호의 물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뒤 상전면 용평리 망향의 동산에 도착했다.

망향의 동산에 들어서니 여러 경관이 눈에 들어왔다.
‘고향 그리운 집’이 2층 팔각정으로 지어져 있다.
주변에는 느티나무와 소나무가 서 있는데 다복 소나무의 운치가 좋았다.
정자 난간은 하얀색이었다.
앞에는 용담호의 넓은 수면이 굽이굽이 산을 감돌고 있고, 6월의
푸른 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다.
하늘에서 두둥실 떠가는 구름은 실향민의 애환을 아는지
바람 따라 흐르고 있었다.

용담호를 상징하는 용의 형상이 조각상으로 세워져 있다.
암수인 양 두 마리의 용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돌로 된 상석에는 향로가 마련되었다.
양옆은 대리석으로 층층이 쌓아 마치 성벽 모양의 돌문 두 개가 열려있다.
조각상 뒤 빨간 단풍나무가 보기 좋았다.

다른 한편에는 상전초등학교 총동창회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검은색 자연석이고 비석 아래 앞면에는 용의 모습을 새겨 놓았다.
비석 중간층에는 책장을 연상하는 곳에 교가가 적혀있었다.

“아침에 빛나는 대덕산 날에. 튼튼한 몸과 슬기 닦고 또 닦는.
희망의 전당은 우리 상전 교. 빛내자 으뜸 되게 영원하도록”

교가 옆면에는 악보와 비둘기들이 날고 있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용담호 건설로 많은 사람이 어머니 품과 같다는 고향을 떠나면서
그리움을 이곳에 심어 놓았다.
용담호의 혜택을 입고 있는 지역이나 사람들이 이러한
내용을 알아주면 좋겠다.

내가 찾고자 하는 ‘충비 열녀 이난향의 정려忠婢?女李蘭香旌閭‘는
조그마한 석조물이었다.
높이는 1m정도였다. 비문은 간단하게 새겨졌다.
난향은 성곡聲谷 선생 진사 증 호조참판 홍공洪公 휘 습지?之의 몸종이다.
공은 행실이 높고 덕을 실천하였으며 여러 번 불러도
벼슬길에 오르지 않았다.
임진왜란 때 난향은 먼저 주인을 피하도록 했다.
불행이도 적이 욕을 보이려 하자 혀를 물고 배를 쪼개어 죽었다.
사람들이 칭송하기를 옳은 주인에 옳은 종이라 했다.
선조宣祖 갑진년에 그 문門을 표창하기를 명받았고, 계축년 겨울 세웠다.

“진안의 맥”에 1592년(선조 5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상전면 수동리
산정마을에 왜군이 쳐들어와 노략질과 만행을 저질렀다.
왜군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홍 참판 일가는 서둘러 피했다.
그러나 식량이나 생활도구를 챙기지 못했다.
식구들의 어려움을 보다 못한 몸종 난향은 목숨을 걸고 어두운 밤을
이용해 식량을 구하려 살던 집을 찾았다.
홍 참판 집은 왜군들이 불을 질러 이미 폐허가 되어버렸다.
어디서도 식량을 구할 수가 없었다.

나이 어린 이난향은 왜군들에 붙잡혔다.
온갖 고문을 받았으나 홍 참판이 있는 곳을 말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로 수모를 주고 욕보이려 하자 혀를 깨물고 배를 갈라
자결하고 말았다.
임진 난리가 끝나고 선조(1604년)는 명정銘旌의 은총을 내렸으며 후세
사람들이 난향의 갸륵한 넋을 위로하기 위해 비석을 세웠다.

홍 참판은 산정리 산 너머 서당 골에 서당을 차리고 인근의 후진
교육에 전심전력하였다.
홍 참판의 큰조카 되는 세경世敬은 해주 판관을 제수除授 받았는데
해주에 부임하자 난향을 생각하여 집에 있는 종들을 모두 풀어 주었다.
종들을 해방시킨 그의 덕을 기려 황해도의 종들이 전라도 상전면
산정리 서당 골까지 운반한 보은의 돌로 정문을 지었다고 되어있다.

난향의 정려旌閭는 처음 피신했던 동굴이 있는 동묘 벼랑 밑 길에
있었는데, 1971년 상전면 수동리 산정 마을로 옮겼다.
다시 용담호 담수로 망향의 동산에 옮겨 세운 것이다.
충절로 주인을 섬기고 덕으로 종을 풀어 준 훌륭한 역사가 내 고장
진안에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이곳에 안내판 하나 세워두면 좋을 것 같았다.

서애 유성용이 임진왜란을 겪은 뒤 이를 정리한 기록물, 징비록을
연속극으로 KBS에서 방송하고 있다.
통신사로 간 정사는 왜군이 침략할 것이라 하고 부사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아무 대책 없는 조정, 판단력 없는 임금, 어느 하나 시원한 대목이 없다.
한 임금이 현명하지 못하고 신하가 옳지 못하면 백성이 고통을 당하고
나라는 초토화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충열忠?은 오래도록 세월이 흘러도 전해지는 불후不朽의 덕목이다.
주인을 위해 어린 여자 종의 신분으로 목숨을 바친 이난향의
죽음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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