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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년만의 폭염 특보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8.17. 23:52:41   추천: 2   글쓴이IP: 125.139.13.62
진안문학: 임두환

111년만의 폭염 특보

임두환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폭염 특보가 내려진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식을 줄 모르고 전국이 펄펄 끓는다.
기상관측을 시작한지 111년 만에 처음이라는 8월 1일 한낮 기온이
강원도 횡성은 섭씨 41.3도, 경상북도 의성은 40.4도, 충청북도
충주는 40도 그리고 서울은 39.6도를 찍어 신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장마가 일찍 끝나버렸다.
제12호 태풍 ‘종다리’는 북태평양고기압세력에 밀려 한반도에
올라오지 못하고 제주도 남해상에서 소멸됐고, 제13호 ‘야기’도
중국 상해방향으로 비껴나갔다.
앞으로 8월 20일까지는 비 소식이 없겠다는 기상청예보에 떡심이 풀린다.
전국적으로 온열환자가 3,600명을 넘어섰는가 하면, 농작물과 가축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적조현상으로 양식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있는데도 속수무책일 뿐이다.

유럽에도 기록적인 불볕더위가 강타하고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기온이 섭씨 48도를 오르내리고, 북극권에 위치한
스웨덴도 30도를 찍었다고 한다.
참으로 큰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이대로라면 50년 뒤에는 지구온난화현상으로 전 세계가 아열대성기후로
바뀔 것이라는 학설도 나왔다.
앞으로 닥쳐올 재앙 때문에 후세(後世)들의 앞날이 걱정된다.

오늘도 오후가 되니 숨이 턱컥컥 막힌다.
무더운 날씨에 무료하게 보내기는 그렇고 해서 전주시 인후동
도당산(인후공원)을 찾았다.
짬이 날 때면 가끔씩 찾는 곳이다.
도당산은 산책로가 완만하고 사방에서 접근하기가 용이하여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유일여고 뒤 코스를 택하여 도당 산에 오르니 마음이 상쾌했다.
입구에서 팔각정으로 200m쯤 오르면 편백나무 숲이 있다.
숲 사이로 얽혀진 산책로 주변에는 갖가지 운동기구와 나무벤치가 놓여있어
모든 이들의 쉼터가 된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 곳에 다다르니, 부녀자들 몇 명이 수다를 떨면서
깔깔거리고, 다른 한 쪽에는 어르신들이 모여 앉아 시국이야기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이들을 뒤로하고 산책로 따라 발걸음을 옮기니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피톤치드 향까지 더해주었다.
숲 속의 까치들은 자리다툼이라도 하는지 ‘꺅~꺅~’거리며
이곳저곳을 날고, 나무 위 말매미와 쓰름매미가 제 세상을 만난 듯
귀청이 따갑도록 노래를 했다.
자연은 너그럽기 그지없다.
우리가 그들을 해치지 않는 한 그들은 우리네 마음까지 보듬어 주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팔각정에 오르니,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요즘, 온열현상으로 농작업에 나갔던 노인네가 쓰러져 목숨을 잃는가 하면,
쪽방촌에서 여름을 나는 독거노인들의 어려움이 크다는 소식이다.
문제는 가진 자와 없는 자의 차이다.
가진 자는 해외여행이나 바다와 계곡을 찾아 피서를 떠나면 그만이다.
없는 자들은 그러지 못하는 게 문제다.
바람조차 통하지 않은 찜질막 같은 곳에서 한 여름을 지내야 하는
고통이 따른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지 않는가?
이들은 생계걱정으로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제대로 돌리지 못한다고 하니, 참
으로 딱한 일이다.

나는 얼마 전부터 완주군 봉동읍 근처에서 밭농사를 짓고 있다.
농기계도 없이 삽과 괭이로 일을 하다 보니 장난이 아니다.
소규모농장에 감나무를 비롯하여 복숭아, 사과, 대추, 매실 등
몇 주씩을 심어 놓았다.
옆자리 빈터에 콩, 들깨, 참깨, 땅콩, 옥수수 등을 가꾸고 있지만
일손이 여간 아니다.
앞으로 열흘 남짓 있으면 처서(處暑)이다.
처서가 지나면 땅속에서 찬바람이 올라온다고 했다.
그런데도 폭염은 물러설 줄 모른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가뭄이다.
가뭄이 한 달 넘도록 지속되고 있으니, 애써 가꿔 놓은 농작물이
오죽하겠는가?
참으로 죽을 맛이다.
한마디로 기진맥진이다.

오늘도 전주지방 기온이 37도를 웃돌고 있다.
요즘은 오전 11시가 되면 마을확성기에서 온열현상경보방송이 울린다.
오전 10시가 넘어서면 온 몸에서 열이 나고 맥이 풀린다.
자신만만했던 내 체력에 한계가 왔는지, 입맛이 당기질 않는다.
오늘 점심으로 찬물에 보리밥을 말아, 풋고추에 된장을 찍어
새콤한 물김치를 곁들이고 싶은 마음이다.
무더위가 지속되면 우리 체온도 올라가게 된다.
체온이 오르면 우리 몸의 체열발생은 되레 감소한다.
그리되면 우리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주는 기초대사량이 줄어들어
입맛을 떨어뜨린다.
시원한 음료를 마시면 갈증이 해소되는 줄 알지만 그게 아니다.
차가운 음식은 오히려 설사, 복통, 두통을 일으켜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했던가? 무더운 여름철에는 뜨거운 음식이나
미지근한 물로 몸을 다스리는 게 상책이다.

전주시에서는 푸른 도시 조성의 일환으로 동네 숲, 명상 숲, 아파트 숲 등을
만들어 놓았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주변을 살핀다면 신선하고 쾌적한 공간이 널려있다.
더 나아가서는 노인복지관, 주민센터, 도서관, 노인정 등 노인쉼터를
찾는 것도 무더위를 이겨내는 비법이다.
작지만 이런 곳에서 큰 행복을 느낀다면 얼마나 좋은가?

나이가 들수록 체온조절시스템이 약해진다고 한다.
우리의 지혜를 모아 111년 만에 찾아온 불볕재난을 무사히
넘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더위가 아무리 기승을 부린다 해도 처서(處暑)가 눈앞이다.
막바지 무더위에 멀리 있는 부모님이나 가족, 친지들에게 안부전화라도
한 번 하는 것도 무더위를 이기는 방법의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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