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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시냇가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7.12. 01:16:01   추천: 2   글쓴이IP: 125.139.13.62
진안문학: 윤재석

추억의 시냇가

윤재석

여름날 몸의 솜털을 냇물로 빗질하고, 풋고추는 햇빛에 말리던 곳이다.
우리 마을 앞의 시냇물은 섬진강의 상류로 시골풍경 그대로다.
시냇가에는 작은 소나무 밭이 있고 그 가운데는 작고 물 맑은
방죽이 하나 있다.
물총새들이 고기잡이를 하다 쉬는 곳이다.
물잠자리는 몸집은 가늘어 약해 보여도 파란빛의 날개를 접고 쉬었다.
그래도 쫓아가 잡으려면 어느새 멀리 도망쳐 버린다.
우물에서 흘러내리는 도랑에는 가재도 있었다.
가재는 부챗살을 연신 움직여 헤엄치고 기어간다.
한가로운 시냇가 풍경들이다.

시냇가에는 물레방앗간이 있었다.
우리 마을에서 수확한 보리와 나락을 찧는 곳이다.
여름이면 보리방아, 가을이면 나락방아를 찧는다.
물레방아는 돌로 된 커다란 두 개의 절구에 수차의 홈에 물을 받았다가
물의 무게로 수차가 돌아가면서, 두 개의 공이를 들어 올렸다가
그 낙차의 힘으로 방아를 찧는다.
방아를 찧으면서 쌀과 겨를 분리한다.
풍구風具로 부치면 쌀은 앞으로 겨는 뒤로 나뉘어 나온다.
물레방앗간은 그래서 먼지가 수북하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던 길에 수차를 돌리며 놀던 추억이 서린 곳이다.

우리 마을 시내는 징검다리를 놓고 건너다녔다.
이 다리가 없으면 학교나 시장, 면사무소에 갈 수가 없다.
여름철이면 잦은 비로 건너다니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홍수가 지면 아예 건너지도 못했다.
이러한 불편을 덜기 위해 나무로 교각을 세우고,
상판을 만들어 다리를 놓았다.
어느 정도의 물은 견디나 홍수가 지면 떠내려가 버렸다.
마을사람들은 다시 다리를 놓았다.
다리가 떠내려가지 못하도록 철사로 다리를 묶어 큰 바위에
꼭꼭 매어 놓을 때도 있었다.
지금은 콘크리트로 튼튼한 다리를 놓았다.
여름철에 홍수가 와도 이제는 걱정이 없다.
다리가 놓여서 마을사람들의 시름이 사라졌다.
자동차와 경운기 할 것 없이 다 다닌다.

시냇물은 맑고 깨끗하고, 물고기가 많았다.
어른들은 돌 밑에 손을 넣어 고기를 잡아내기도 하고, 족대를 대고
돌을 흔들거나 떠들어서 고기를 잡았다.
족대 속에는 커다란 물고기가 잡혀 팔딱팔딱 뛰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낚시로 고기를 잡는 사람도 있었다.
낚싯줄이 물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다시 줄을 끌어올려 물 위로 던졌다.
반복해서 줄을 던졌다.
낚싯줄에 매달린 조그마한 마늘종의 찌가 물 속으로 쑥 들어가면
얼른 낚아챘다.
낚싯줄에는 하얀빛을 내는 물고기가 매달려 있었다.
낚시에서 고기를 떼어 얼른 바구니에 담았다.
추억의 모습들이다.

학교에서 오다 시냇가에 다다르면 넙죽 엎드려 시냇물을 마셨다.
시장기가 가신다.
어깨에 둘러멘 책보를 시냇가 자갈밭에 내려놓고, 저고리와 바지를 벗었다.
몸에는 솜털이 몽실몽실하고 고추는 보이지 않는다.
서로가 관심도 없다.
시냇물 웅덩이로 하나둘 돌진하여 물 속으로 들어갔다.
이때의 물놀이는 최고로 재미있는 놀이였다.
물을 서로에게 퍼부어 가며 물놀이를 했다.
처음에는 손으로 찰박찰박 물을 튕기며 놀다 조금 시시하다 싶으면
물싸움으로 번졌다.
물싸움이 끝나면 다음은 물 속에서 누가 오래 참고 견디는가,
코와 귀를 막고 물 속으로 들어갔다.
숨을 멈추고 가장 오래 있어야 이기는 놀이였다.

한참 놀다 시냇가 모래판으로 갔다.
길쭉하고 조금 멋져 보이면 자동차가 된다.
서로 밀고 다녔다.
모래판에 금을 그어 놓고 일찍 도착선에 도착하면 이기는 놀이다.
몸에 솜털은 햇빛에 말랐고, 고추는 모래가 묻은 채 달랑거렸다.
주위에 사람이 오가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돌 자동차를 빨리 밀어 도착선에 와야 이기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승부에는 욕심이 없었다.
해가 지는 줄은 몰라도 배고픈 것은 안다.
시냇가의 놀이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재미있게 놀던 시냇물이 비가 많이 오면 강물처럼
큰물로 불어난다.
홍수가 지면 상류에서 커다란 나무가 뿌리째 뽑혀서 떠내려 온다.
집을 지어도 될 만한 큰 재목도 물을 타고 내려간다.
물이 빠지고 나면 시냇가는 예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러나 돌 자동차는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다.
모래판도 모형이 달라졌다.
자동차 길도 없어졌다.
자동차는 다시 주워오면 되고, 길도 다시 내면 된다.
그래도 복구가 빠른 편이다.

어릴 때 뛰놀던 곳이 많이 달라졌다.
물레방앗간은 없어지고, 그곳은 곧고 넓은 포장도로가 되었다.
아침저녁으로 물 위로 치솟아 오르던 하얀 빛의 물고기도 보이지 않는다.
돌 밑에 손을 넣어 고기를 잡던 사람, 낚시꾼도 보이지 않는다.
솜털이 몽실몽실한 아이, 풋고추를 말리던 꼬마도 없다.
시냇가는 잡초만 우거져 있다.
시냇가 솔밭에는 정자가 여러 개 지어져 있다.
여름철 피서를 하는 쉼터가 소나무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고향에 찾아와도 그때의 동무를 만날 수는 없다.
도시로 또는 다른 곳으로 좀 더 나은 생활 터전을 찾아 떠났다.
만날 수 없는 회한에 젖어 하늘에 떠가는 구름만 바라 볼 뿐이다.
“시냇가 물 속에서 놀던 동무들아, 우리가 벌써 고희를 넘겼구나!
흰머리가 되어 고향에 돌아오니, 산천은 변함 없는데 마을과
사람들은 변했구나.
해가 지면 새들도 집을 찾아 오가는데, 대나무 말을 타고 놀던 동무들아,
너희들은 언제쯤 올 거니?
동무들아, 어디에 있던 건강하고 행복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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