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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번호시대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7.06. 14:50:25   추천: 1   글쓴이IP: 125.139.13.62
진안문학: 윤재석

비밀번호시대

윤재석

비밀번호로 움직이는 시대다.
어디를 가든 사람이 좀 더 중요한 일을 보는 곳에는 비밀번호로 통하고,
자기 집 현관문, 은행통장, 신용카드, 공항 여권발급 등에서도
이 번호가 없이는 일이 안 된다.
얼굴보다 비밀번호가 우선이고 이것 없이는 아무 짓도 못 할 정도다.
어찌 이리되었을까.
사람이 숫자에 따라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비밀번호는 남에게 공개하지 않고 자기만 알 수 있어야 하는 숫자를 말한다.
국민은 비밀번호와 같은 주민등록 번호를 갖고 있다.
주민센터에 출생신고를 하면 바로 주민등록번호가 나온다.
이 제도는 1968년 11월 21일부터 시행되었다.
이해 1월 21일 북한 특수부대의 청와대 습격사건으로 간첩 식별 등의
목적으로 주민등록증이 발급되면서 시작했다.
국민 식별 번호 제도로 개인의 비밀번호와 같다.

은행에서 새로 통장을 만드는데도 주민등록증이 필요했다.
그런데 지갑 속에는 주민등록증이 없었다.
참 낭패였다.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 다시 챙겨 와야 했다.
내가 챙기지 못한 일이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사람은 본인인데 주민등록증이 없다 하여 일이 안 된 것이다.
사람보다 비밀번호가 중요한 세상이다.
은행에서 예금을 찾을 때나 통장을 다시 만들려 해도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돈을 받을 수도, 통장을 발급 받을 수도 없다.

비밀번호가 아니면 통하지 않는 곳이 많다.
지금은 컴퓨터를 이용한 인터넷 시대다.
이곳에서 일반적인 정보나 지식 등은 공유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 메일이나 블로그, 카페 등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열린다.
컴퓨터에게 사정할 수도 없다. 잃어버렸다면 다시 새 비밀번호로
바꾸면 되지만, 컴퓨터가 미숙한 나는 다른 곳에다 꼭 적어 둔다.

옛날 주민등록번호나 비밀번호가 없던 때는 그 사람의 얼굴이 신분증이었다.
은행에서 예금을 찾을 때 성명이나 생년 월 일로 확인하고 일을 보았다.
얼굴로 확인하던 시대가 신용은 더 좋았다.
사람의 정이 통하던 때였다.
체면이란 말이 생각난다. 얼굴을 보아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가려야 한다는 말이다.
얼굴을 보고 서로 믿고 살던 시대가 살 맛 나는 세상이었다.

지금은 비밀번호세상이다.
이를 필요로 하는 곳이 너무 많다.
기억력이 좋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은행금고, 인터넷, 자전거에서도 비밀번호가 있어야 일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이 번호에 익숙해졌다.
하도 겪은 일이라 이제 만성이 되었다. 비밀번호가 필요하다는 것은
사회가 그만큼 불안하고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그렇다고 혼자서 이것 없이 살수도 없는 시대다.

비밀번호를 모르면 자기 집 현관문도 열지 못한다.
이 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출입문부터 현관문까지 열리지 않는다.
나는 건망증이 있어 깜박하는 수가 많다.
실수하지 않으려면 수첩에다 적어 놓아야 한다.
하기야 손 전화도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시대다.
비밀번호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닌 듯하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장치이다.
어떻게 남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내는지 기가 막힌다.
본인도 모르게 은행이나 카드사에서 대출을 받아 가란다.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전화가 오거나 문자를 보낸다.
무이자 할부로 은행 대출을 받으란다.
나의 신상 정보가 남의 손에 넘어갔다는 증거다
그보다 더한 것도 있다.
전화 한 번 잘못 받으면 바로 몇 십만 원씩 결재가 되어 자기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우리 속담에 눈 없으면 코 베어 간다는 말이 있다.
지금의 사회를 두고 예언한 말인 듯하다.

사람의 지능은 한없이 발달한다.
비밀번호 탄생은 통제 수단이며 신상보호 장치다.
이제는 비밀번호도 믿지 못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지문을 직접 입력하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은행이나 관공서 등에서 비밀번호 대신 지문을 요구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일부 선진국이나 공항에서 지문을 찍고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문명은 발달하는데 세상은 자꾸 복잡해진다.

사람보다 비밀번호가 우선인 세상이다.
이것이 없으면 왕따가 되어 살기 어렵다.
사람은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며 사는 것도 좋지만, 사람이 숫자로
신원이 확인되니 어딘지 씁쓸하다.
비밀번호가 아니어도 믿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것이 아니면 바라지 않는 사회가 되면 모두가 편안할 것이다.
그러면 도덕과 양심이 우선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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