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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의 길을 찾아 나서다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5.27. 21:23:46   추천: 8   글쓴이IP: 175.202.95.91
진안문학: 윤재석

역사의 길을 찾아 나서다

윤재석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진안군 주천면에는 1908년에 설립된 화동학교가 있었다.
주천면에는 1605년에 와룡암이란 서당이 있어 인재를 양성했다.
화동학교는 와룡암의 설립자 김정중의 9대손 김태현이 설립한 학교다.
학교 설립은 1905년 을사늑약으로 국권을 잃자, 김우식(金宇植),
김영철(金永哲), 박문혁(朴文赫), 육상필(陸相弼) 등이 진안군 주천에 모여
이 지방 유학자인 김태현(金泰鉉), 이병항(李秉恒)과 함께 민족
교육을 목표로 설립했다.
그런 학교가 1919년 3.1 독립만세운동 참여로 폐교되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학교설립에 참여한 육상필 선생의 자취를 자세히 알고자
그의 증손 육종채가 사는 울산으로 향했다.
전주에서 울산까지는 고속버스로 4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다.
아침 첫차가 7시 50분이라 서둘러서 차에 오르게 되었다.
한참을 기다린 뒤차가 출발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몸이 나른했다.
미리 연락은 했지만, 얼마만의 성과를 거둘지 궁금하기도 하고,
잊혀진 학교의 역사를 찾기 위해 먼 길을 나선다는 보람이 기대되기도 했다.
차는 전주역을 지나 소양 방면으로 달렸다.

4월의 신록이 우거진 모습을 바라보는 바깥 풍광이 아름다웠다.
녹음이 우거진 저 산속을 거닐며 시원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싶었다.
차창이 통유리여서 열지도 못하니 마음이 답답했다.
차에서 뿜어주는 에어컨 바람을 쐴 뿐이다.
눈에 들어오는 산야의 푸른빛은 햇살을 받아 맑기 그지없고,
꽃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찍 일어나서인지 눈이 자꾸만 감겼다.
차 밖의 새로운 풍경에 마음은 즐거워도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꽃보다 아름다운 녹색의 풍광을 구경 못한 게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한 시쯤 잠을 자고 나니 조금은 홀가분했다.
몇 개의 터널을 지나고 산골 마을 구경하다가 거창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간다는 방송이 나왔다.

휴게소에 도착하자 벨트를 풀고 시원한 공기도 마실 겸 차에서
내려서 휴식을 취했다.
휴게소에서 멀리 보이는 바위산이 인상 깊게 눈에 들어왔다.
마치 여자의 치마처럼 넓게 펴져 있어서 치마바위라 부른단다.
산 정상에 자리하고 있어서 등산객이 많이 찾는 곳으로 이곳에서는
이름난 산이다. 시간을 내서 한 번 찾아오고 싶었다.

다시 출발했다. 안전띠를 매라는 방송이 나왔다.
교통 참 좋아졌다.
경사진 부분은 터널을 뚫어서 반듯한 길이 되고, 도로는 포장되어서
매끈한데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는 속도를 내어도 흔들리지 않았다.
한참 달린 뒤 훌쩍 스쳐 지나는 이정표를 보니 영천이다.
경주를 지나고 나면 울산에 도착한다.
예정된 시간 알림이는 11시 50을 나타내고 있다.
얼마 뒤 울산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육상필 선생의 증손인 육종채 씨와 통화를 하니 마침 마중을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이 태화강 강변에 있어서 먼발치로 구경을 했다.
태화루의 건물이 고풍스러웠다. 맑은 강물은 먼 산의 초록빛을 받아
파랗게 물들어 보이고, 봄바람을 받은 태화강은 잔잔한 물결을 이루며
잘도 흐르고 있었다.

주위의 조용한 다방을 찾아 마주 않았다.
자료를 미리 준비했기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진안군 주천면 '동학교'에서 활동한 육상필 선생의 자취를 살펴보니,
1863년에 태어나 1942년에 생애를 마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옥천육씨로 1895년에 4등 육군 부위, 1903년 통정대부에 오른 분이었다.
육상필 선생의 초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자기 조상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하여 자료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어려움 없이 조사하게 되었으며, 영동지방에 육상필 선생의
교우 관계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다시 영동을 찾아 육상필 선생의 주위 사람들을 알아보아야 하리라
생각하고 조사에 협조해 준 육종채 씨와 서로 협조하자며 작별했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역사와 기록에 명예를 남기며 사는 사람이 있고, 민족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으며 역사에 기록된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을 택하느냐 하는 것은 역사의 교훈을 통해서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역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바르게 배우는 목적도 여기에 있다.
역사가 있는 민족만이 미래가 있다는 말도 있다.
역사의 중요함을 거듭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다시 전주로 돌아와야 했다.
자료에 관한 이야기를 마치고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4시 10분발
전주행 표를 샀다.
출발 한 시간 전인데도 자리가 맨 끝 28번이다.
이 차를 놓치면 다음 차는 6시 40에 출발한다.
전주에 도착하면 11시가 훌쩍 넘으니 끝번의 자라라도 차표를 샀다.
한 시간을 기다리면서 암울한 일제 강점기에 오직 민족 교육으로
독립을 얻고자 했던 원대한 포부와 숭고한 정신을 가진 분들에게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울산시의 명물은 아마도 태화강과 대나무 숲이 아닌가 싶다.
자리에 앉으니 피곤이 찾아왔다. 벨트를 매고 출발을 기다리니
버스가 천천히 움직였다.
대나무가 사철 푸른빛을 띠고, 태화강물은 맑아 대나무와 벗하니,
울산시민의 안식처로 여겨졌다.
태화강 둔치에는 울산 시민들이 나와서 봄의 정취를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
걷는 사람, 게이트볼 경기를 하는 사람, 테니스를 치는 사람 모두가
활기찬 모습들이다.
태화강과 대나무 숲의 풍광을 기회 있으면 다시 찾아오리라 다짐했다.

거창휴게소에서 쉬게 되었다.
쉼 없이 달려오다 보니 목이 컬컬해서 음료수 생각이 났다.
이제 전주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한 시간 반 정도면 전주에 도착하려니 싶다.
아침 밝은 해를 보고 울산으로 떠났는데, 서산의 오후 햇살이 붉다.
고속버스에 올라 벨트를 매고 기다렸다.
오늘 하루는 값진 시간이 되었다.
먼 훗날 자신의 자취를 찾아오는 사람이 있도록 살아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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