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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비야 제비야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5.09. 17:04:48   추천: 18   글쓴이IP: 211.38.243.58
진안문학: 윤재석

제비야 제비야

윤재석

약속 날이 벌써 지났다.
어찌 오지 않느냐? 3월 3일, 9월 9일은 길일吉日이라 하여 찾아 왔다가
다시 돌아가던 날이 아니더냐?
네가 오면 봄이고, 떠나면 가을이었다.
봄이 오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에게 너를 보거나 만났는지 물어 보아도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어찌 오지 않는지, 네 소식이 궁금하구나.

제비, 너는 길조라 하여 봄이 되면 기다려지는 새다.
생김새가 날렵하고 윤기 나는 깃털을 지니고 있지.
너의 옷차림은 몸의 윗 부분은 검정 색이고 목이나 이마는 어둡고
붉은 갈색이다.
배 부분의 아래는 흰색으로 단아하고 지성적인 차림새였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예를 갖추는 자리에서는
연미복을 차려 입지 않도냐?

흥부전에는 제비가 나온다. 흥부가 다친 다리를 낫게 해 주었다고 해서
그 은혜를 갚는 새로 나오지.
가을에 돌아갔다가 이듬해 봄에 돌아오면서 박씨를 가져다주었고,
흥부는 그 박씨를 심어서 가꾸었지.
가을에 딴 박에서 금은보화가 쏟아져 가난한 흥부를 부자로 만들어 주었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제비, 너는 이처럼 은혜를 갚을 줄 안다면서 사람들에게 은혜를 입으면
꼭 갚으라고 가르치는 교훈이기도 하지.

3월 3일은 길일이라 제비가 오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그 날이 가도 어찌하여 제비, 너희들이 보이지 않느냐?
뻐꾸기와 꾀꼬리는 너희들처럼 봄이면 찾아오는 녀석들이다.
그들은 일찍 찾아와 앞산 뒷산으로 날아다니면서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조금 지나면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를 텐데, 어찌 너희는 오지 않느냐?
어서 와서 집을 짓고 새끼를 키워야지.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어서 오렴.

시골 우리 집에 제비가 찾아와서 집을 짓고 새끼를 기르며 지내던
모습이 생각난다.
제비는 옛집을 드나든다.
작년에도 이 집에서 새끼를 길러 남쪽으로 돌아갔었다.
제비는 귀소본능이 있어서 해마다 다시 찾아오곤 했었다.
빨랫줄에 앉거나 날아다니는 제비의 모습을 보면 반갑다.
한 쌍이 번갈아 가면서 무어라 지저귀곤 했다.
부부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마당에 매어 놓은 빨랫줄에 나란히 앉은 모습은 참 예뻤다.

헌집을 두고 곁에 새 집을 짓기 시작했다.
한 쌍의 제비들은 무척 바쁘다.
입에 물고 오는 흙 속에는 꼭 지푸라기 같은 섶이 들어 있다.
집을 지을 때 흙과의 사이를 연결하여 집이 무너지지 않는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서다.
사람의 집과 비교한다면 철근을 넣는 것과 같으리라.
제비가 하는 짓이지만 지혜는 사람과 비슷한 것 같다.
대단한 녀석들이다.

집이 다 되었다.
며칠 쉴 새 없이 일을 하더니 새 집 한 채를 거뜬히 지었다.
제비들은 땀을 많이 흘렸으리라.
밤이면 헛간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고생했을 것이다.
새 집을 지었으니 집들이도 하고 새끼도 키워야 할 것이다.
제비는 부부의 금실이 좋은 새이니 어서 합방을 서둘러야 하지 않겠느냐?

제비 부부가 쉴 사이도 없이 집을 들락거린다.
바쁜 모양이다.
어느 날 보니 한 마리가 집을 지키고 있었다.
아마 암컷이 알을 품고 있는 듯했다.
집을 잠깐 나갔다가 바로 돌아온다.
품고 있던 알의 온도가 변하면 제대로 새끼를 깔 수 없기 때문이다.
집을 비우는 시간이 거의 없다.
자식을 얻으려는 정성이 대단해 보였다.

제비 집 밑에 판자를 받쳐 주어 배설물을 받아 내야 한다.
받침대 앞으로 알의 껍데기가 나와 있다.
벌써 새끼를 깐 모양이다.
새끼들의 먹이를 가져다주느라 제비 부부는 날이 갈수록 바쁘다.
주둥이가 노란 새끼 서너 마리가 집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제 어미가 오면 서로 먹이를 달라고 야단들이다.
그래도 순서를 아는지 어미는 먹이를 주고 다시 날아간다.

이제는 새끼들이 궁둥이를 집밖으로 내밀고 배설을 하고 있다.
새끼 모습이 제법 커 보인다.
털도 제법 많이 낳아서 완연한 제비의 모습이다.
아직은 어리다는 어미의 판단인지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단속을 한다.
새끼들은 갑갑한지 자꾸 고개를 집 밖으로 내민다.
어미는 행여나 새끼들이 밑으로 떨어질까 걱정인데 새끼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멋 대로다.

새끼들에게 비행연습을 시키기 위해 바깥으로 나온 모양이다.
마당 가운데 매어 놓은 빨래 줄에 여러 마리의 제비가 앉아 있다.
입가에 아직 노란 색을 띄고 있는 녀석들이 새끼다.
새끼들이 날기 연습을 하는가 보다.
옆에는 밤낮으로 새끼를 키우노라 고생한 어미가 수척한 모습으로 지키고 있다.
바람만 불어도 새끼들은 중심을 잃고 퍼덕거린다.
이걸 보는 어미의 마음이 불안한가 보다.
연신 새끼 주위를 날아다닌다.

제비야, 어서 와서 작년처럼 집도 짓고 새끼도 길러서 따뜻한
남쪽으로 가야할 텐데 어찌하여 올해엔 지금껏 오지 않느냐?
지구가 더워졌다는데 기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냐?
다른 동물들도 기후의 영향을 받아 번식에 지장이 많다고 하더라.
너희도 그러는 것인지 걱정이구나.

아니면 환경이 변하여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냐.
시골에서 집을 지을 때는 못자리를 하거나 모내기를 하려고 논을
갈아놓아서 집짓기 좋은 묽은 흙이 많았지.
지금은 기계로 논을 갈아 하루 이틀이면 모를 심어버린다.
그러니 집 지을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냐?
농부들도 사람이 없어 기계화를 하다 보니 자연히 그렇게 되었단다.

아니면 먹을거리가 없어서 오지를 않느냐?
옛날 시골에 살 때는 먹을 것이 많았지.
아침이면 논의 벼에는 거미가 줄을 치고, 벌레가 많아 먹거리 마련이 쉬었지.
지금은 벼농사를 지으며 살충제나 살균제, 제초제 등을 마구 사용하니
벌레 잡기가 어려워 졌을 것이다.
너희뿐만이 아니다.
과일 농사도 벌이나 나비 등이 없어 수정이 어려워 지장을 받고 있단다.

기후가 변하니 자연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더구나. 가뭄과 장마가 자주 오고,
태풍도 분다.
동물과 식물이 이 지구에서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이들이 살지 못하면 사람도 살 수 없게 되리라.

해마다 찾아오던 제비가 오지 않는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어찌 오지 않는 것이냐?
제발 오지 못하는 사정이라도 알려다오.
제비야, 제비야, 너희들이 보고 싶구나. 어서 너희들이 돌아와
빨랫줄에 앉아서 지지배배 노래를 불러주어야 우리 손자손녀들에게
셈본과 음악공부를 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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